“최고가 되기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삶을 지향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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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가 되기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삶을 지향했죠”
  • 전만수 본지 자문위원장
  • 승인 2011.06.30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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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연채 경기도 정무부지사


“KBS워싱턴 특파원 시절 울부라이트 미 국무장관을 수행 최초로 평양 취재를 하였고, 코소보 사태 발발 시 알바니아로 급파되어 종군기자를 한 경험을 잊을 수 없다”는 의자는 바뀌었어도 천상 기자인 유연채 경기도 정무부지사를 무더위가 예고되는 6월 중순 어느 날 오후 그의 집무실서 어렵게 조우했다. 얼마 전 행사를 치른 보트쇼 점퍼차림이 더욱 시원하게 보이는 그는 외모에서도 스타였다. 본관2층에 자리한 집무실은 전망이 탁 트였고, 언론인 출신답게 마주보는 벽면에는 6개의 TV화면이 시시각각 세상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고 있었다.

부임한지가 꽤 오래되신 것으로 기억되는데.
“2009년 2월부터 재직했으니 3년째 입니다. 최장수 정무부지사지요(웃음)” 정무부지사는 지방자치 실시와 함께 신설된 자리로 통상 재임기간이 1~2년이다. 더욱이 도지사가 두 번째 임기를 맞으면서 정무부지사를 연임시키는 예가 없었다.

(웃음)특별한 비결이라도.
“지사와 운명을 같이 하기 때문에 지사의 정치적 선택에 달려있지요. 워싱턴 특파원, 정치부장, 보도국장, 앵커 등의 언론경력에서 특별히 평가받은 게 아닌가 싶습니다. 특히 경기도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광역 자치단체인데 그 위상과는 달리 경기도정이 중앙언론에 보도되는 비중이 미흡했었는데 그 부분에 대한 실효적인 위상을 확보한데 대한 평가와 기대가 있었다고 봅니다. 제가 부임한 이래 역대경기도지사의 숙원사업이었던 KBS 경인센터가 만들어지고 이어 MBC경인지사, CBS경인지사가 연달아 개소되는 등 언론환경 측면에서 큰 발전이 있었습니다. 이런 부분에 대한 역할 평가가 반영된 걸로 주변에서 말하고 있습니다” 김문수 경기지사가 중앙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았다.

하시는 업무를 좀 설명해 주신다면.
“정무부지사는 도지사를 말 그대로 정무적으로 보좌하는 역할입니다. 통상적으로 도정에 대한 전반적 홍보와 그리고 대 의회, 대 언론관계가 주 임무입니다. 사람들을 만나서 마음을 변화시키고, 설득하고, 호의적 반응을 만드는 대외협력과 홍보의 역할이죠. 자치단체에 따라서 다른 일을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치과의사 출신 정무부지사가 있는가하면 해외투자 등 산업적 측면에 치중하는 정무부지사도 있지요. 경기도는 전통적으로 수도권이라는 정치적중심부에 위치해 있어서 이와 관련한 정무적 역할에 역점을 두고 있습니다. 서울보다 인구가 150만명이 많고 면적이 17배에 이르는 경기도는 도정운영에서 다른 지역 보다 넓은 시야(Perspective)가 요구되고 전국의 모든 지역사람이 모여 사는 정치적용광로(melting pot)의 성격을 지닌 곳이라서 전통적으로 경기도 도지사는 대권도전 등 유력 정치인들의 등용 무대이기도 합니다. 그렇다 보니 상대적으로 부지사의 정무적 역할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결국 김문수 지사의 행보에 따라 나의 미래도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운명을 함께 하는 게 정무부지사이므로...”

향후 정치행보를 함께하겠다는 뜻인가요.
“김문수지사가 위기에 빠진 한나라당을 구하는 입장에서 또 흔들리는 보수의 가치를 지켜나가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할지 아직은 모르는 상황입니다. 지사직의 거취문제를 포함한 정치적 결단을 내릴 가능성도 있지요. 당연히 정무부지사인 나도 거취를 함께할 것입니다”

오랜 정치부기자를 역임한 정치전문가로서 예상하는 내년 대선 이슈는.
“민생이 중요한 이슈가 될 것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이 경제대통령을 천명했지만 서민들의 어려움이 계속되기 때문에 지난 4·27 보궐선거에서 여당이 안방이라 할 수 있는 분당을 포함한 지역에서 패배 하였습니다. 민생과 함께 또 하나의 중요 이슈는 안보와 통일 문제가 될 것입니다. 남북 간 긴장이 지속되고 있고 남북한 모두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중국의 역할이 커지고 있으며, 미국의 대선 등 한반도 주변에서 권력구조의 변화가 만들어지는 시점과 북한의 3대 세습 과정이 겹쳐 있어서 한반도 주변에서 북한의 도발 등 선거 분위기를 좌우할 외생변수가 생길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확고한 안보의 리더십, 통일에 대한 비전을 가진 지도자가 요구될 것입니다 ”

그러면 우리나라의 바람직한 대통령의 리더십은.
“대한민국이 강대국이 되기 위해서는 남북통일이라는 대전제가 필수적입니다. 우리가 2만불을 넘겨 선진국의 문턱을 넘어서야 하는데 분단국이 선진국으로 갔던 예가 없습니다. 반드시 넘어야할 산이죠. 따라서 통일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분명한 비전, 이를 밀고 나가는 카라스마적 리더십이 요구되고 있고 이를 선택하는 선거입니다. 그것이 선택의 관점이 될 것입니다”

살아온 인생스토리를 축약한다면.
“30년 동안 언론인의 외길을 걸어오면서 방송기자로서 후회 없고 분에 넘치는 길을 걸어왔습니다. 방송기자의 꽃이라는 앵커도 해봤고 정치부장, 보도국장, 워싱턴 특파원 등 나름대로 화려한 스팩을 쌓아오면서 언론인 생활을 했는데...


어느 날 그것이 무엇이었느냐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인생의 마무리가 잘 안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언론인의 자리를 버리고 공직을 택한 것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삶에 대한 강렬한 희망... 다시 말해서 갑(甲)에서 을(乙)로 바꿔보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했다 할까요. 정치적 변신만을 위한 ‘역지사지(易地思之)’만은 아니고 갑(甲)에서 을(乙)로 내려와서 갑(甲)을 다시 바라보고 또 이해해 보고. 과거 갑(甲)의 위치에서 을(乙)을 바라보았던 관점을 반성도 해보고...정-반-합으로 가는 새로운 삶의 여정이라 생각하고 많은 것을 체험하고 느끼고 있습니다.

공직을 통해서 공공에 대한 봉사(public service), 상생과 협치(governance)를 지향하는 삶의 방향에 대해서 진지하게 고민하고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이 같은 경험이 다음단계의 정치적 행보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이나 고민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다소 난해하다. 미로의 퍼즐 같다. 정치적 열망, 열정이 흠뻑 묻어나는 뉘앙스다.

30년 기자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취재 경험은.
“초년병시절 토막살인 등 엽기적 사건이 많았는데 야근 중에 금당살인사건의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을 듣고 뛰어나가다가 회사 유리문을 그대로 박차고 나가 이마가 찢어졌던 기억, 한국 최초로 수교이전의 헝가리, 폴란드 등 동구권을 취재했던 일, 울브라이트 국무장관을 따라 평양을 수행취재하면서 한국기자만 유일하게 직통 국제전화를 못 썼던 아픈 추억, 코소보전선에서 죽음의 공포와 맞서 있었던 일, 사라예보 올림픽취재, 타지마할 보도로 보도금상을 탄 일들이 영화처럼 흐르네요”

취미나 특기는.
“책을 많이 보려합니다. 언론사에 있을 땐 오히려 책보는 시간이 많이 없었고 세상의 일과 그저 싸우기 바빴죠. 지금 후회가 됩니다. 특히 정치나 공직에 몸담고 있거나 뜻을 둔 사람들은 책속에서 좋은 길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가끔씩 필드에서 좋은사람들과 운동하는 것도 참으로 즐거운 일입니다”

싫어하는 것들은.
“세상에 좋은 일 다보고 살기도 어려운데 싫어하는 일을 정하는 것이 싫습니다. 모든 걸 좋게 보려고 노력합니다 모든 사물과 현상은 나름대로의 가치로 거기에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오늘이 있기까지 지탱해준 인생철학은.
“‘항상 최선을 다 한다’는 자세로 살았습니다. 촌사람으로 태어나 거친 도시에서 능력 있는 사람들과 경쟁하고 살아야 하니 ‘최고가 되기보다는 최선을 다하는 삶’을 지향했고, 결과적으로 최고가 될 수 있는 기회도 오는 것 같습니다”

충청도 출신으로서 경기도 정무부지사직을 수행하는데 어려운 점은.
“세종시 문제로 경기도가 충청도민의 의견과 반하는 입장에 서 있었기 때문에 곤혹스러웠습니다. 그러나 김문수 지사의 입장 또한 대한민국 전체를 위한다는 입장이었고, 충청도민들 입장 또한 대한민국이라는 큰 틀 속에서 나온 것이므로 저는 꼭 충돌의 개념으로 보지 않았습니다. 최근 안희정 충남도지사와 김문수 지사가 도청을 오가며 교차특강을 한 것을 계기로 양 지자체간에 상당부분 갈등의 폭이 좁혀졌습니다. 김 지사가 과학벨트 분산 배치에 반대하는 등 충청도민의 입장을 이해하는 변화를 지켜보면서 자치단체간의 상생 발전이 중요함을 느꼈습니다”

부지사 님의 멘토는.
“정치인으로 김문수 지사를 존경합니다. 대권을 바라보는 정치인이고 한나라당의 유력정치인이라서가 아니라 진정성이 있는 분입니다. 가치지향적인 분입니다 김 지사의 정치철학과 열정적으로 수행하는 현장행정과 도정 리더십을 옆에서 많이 배웠습니다”
앞서 답변한 바람직한 대통령 리더십 또한 김 지사를 염두에 둔 뉘앙스였다. 그는 이미 완전한 김문수 맨 이었다.

앞으로의 계획은.
“정무부지사 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공공의 이익, 공공의 가치를 위한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홍성출신으로서 홍성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내 위치가 어디 있든지 최선을 다해서 비전을 실현하는 노력을 하는 것 그게 바로 고향을 위한 일이라 생각됩니다”

고향발전을 위한 애정의 한 말씀.
“늘 고향은 나의 어머니요, 나의 스승입니다. 외로울 때 안길 수 있는 따스한 품이고 방황할 때 내가 돌아갈 수 있는 집입니다. 특별히 스승이 많은 홍성입니다. 김좌진 장군, 한용운 선사, 최영 장군 그리고 근세사의 많은 선각자들..항상 어릴 때부터 가슴에 품는 자랑스런 좌표가 됐습니다. 외지에 살면서 홍성을 얘기하면서 늘 그 분들 이름을 말하죠. 늘 자랑스럽게 생각해온 홍성이기에... 한때 군청 공무원들의 부패가 대한민국의 대표사례로 부각될 때 가장 부끄러웠습니다. 이제 충남도청이 옮겨오는 홍성은 모든 면에서 새로운 격, 이른바 글로벌 스탠다드를 지향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큰 선거들이 다가 오는데요. 정치적 선택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홍성을 포함한 충청 유권자가 선거 때마다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다고 치켜세우고 막상 선거가 끝나면 “해준게 뭐냐?”의 불만만 남는 그런 가학적 정치문화의 악순환에서 벗어나 당당하게 정치소신에 투표할 때가 왔다고 생각합니다. 더 이상 지역적 울타리에 스스로를 가둬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유연채 경기도 정무부지사
유연채 경기도정무부지사는 홍동면 금당리에서 교장선생님으로 퇴임한 아버지 유희갑(2006년 작고), 어머니 서영숙(78)사이의 3남 1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금당초(4회)를 거쳐, 홍성초(58회)졸, 홍성중(17회), 홍성고(25회),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했다. TBC(동양방송)기자로 언론에 첫발을 디딘 후 KBS워싱턴 특파원, 정치부장, 보도국장, 앵커를 엮임했다. 부인 홍기낭(55년생) 여사와의 사이에 큰딸 미령(30미국 공인회계사로 안진회계법인 근무)과 아들 석일(28. 홍대미대 졸업, 화가)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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