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인터뷰]조원진 (홍성여고 3)

원진이는 생각이 깊고 무채색 같은 느낌이 묻어나는 성숙한 소녀였다. 이번에 수상한 ‘나만을 생각하는 시간’이란 소설에 대해 물었다.
“주인공은 고등학교 1학년 남학생으로 사춘기를 겪으며 인생과 자신의 미래에 대해 방황하고 고민해요. 뭘 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주위 친구들은 다들 제 앞가림을 하는데 난 뭘까? 고민하다가 친누나의 도움으로 지신의 자리를 찾아가게 되며 미래를 바라볼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에요. 고등학생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갈등과 혼란을 옮겨봤어요”
지난 9월 모의고사를 끝내고 이틀 만에 완성한 작품이란다. 그래서 제목도 1분 만에 짓고 마감 바로 직전까지 고치고 또 고쳤다며 솔직하게 털어놓는다.
“문예창작과로 진로를 결정할까 하다가 글 쓰는 사람의 개성이나 전문성이 없어질까봐 평소 관심이 있었던 사회복지학과나 심리학과를 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문창과를 복수 전공하고 싶어요”
원진이는 평소 재개발되어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 가정이 불우하거나 가난한 사람 등 소외된 우리 이웃에 관심이 많았고,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다부진 꿈을 가지고 있었다.
“신경숙, 공지영 작가를 존경합니다. 특히 신경숙 작가의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란 소설은 아직 나만의 문체가 결정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글을 쓰다가 막히거나 혼란스러우면 마음을 다스리며 읽곤 해요. 초등학교 때 주위 친구들이 글짓기 대회에 나가 상을 타는 걸 보면 상 타는 것 자체가 부러웠을 뿐 나도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은 안 해봤어요. 그러나 중학교 1학년 때부터 책을 많이 읽기 시작하면서 나만의 생각을 적다보니 자연스레 글 쓰는 솜씨가 향상된 것 같아요. 군대에 가 있는 오빠와 함께 닥치는 대로 책을 읽었어요. 아마도 그때 오빠와 경쟁적으로 책을 읽게 된 것이 글쓰기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아요”
원진이 인생의 멘토는 ‘책’이란다. 힘들 때, 기쁠 때, 포기하고 싶을 때마다 책을 통해 위안을 얻었고, 책을 읽다 좋은 글귀가 나오면 노트 한 켠에 적어두고 마음을 붙들었단다.
“고3이라는 특수한 시간 동안 많이 절망도 하고 그만큼 다양한 생각도 할 수 있었어요. 힘들어하는 친구 붙들고 같이 울어도 봤고, 다들 지치고 예민하니까 친구들끼리 싸움도 잦았어요. 그러나 고3 생활은 내 인생의 소중한 시간이 되었다고 믿어요”
가장 기억에 남는 글귀를 소개해 달라고 부탁했다. 그랬더니 ‘말테의 수기’ 중 첫 부분을 들려줬다.
‘사람들이 살기위해 이 도시로 모여드는 모양이다. 그러나 나는 오히려 여기서 죽어간다고 생각될 뿐이다’
“나름 지역에서 제일 좋은 고등학교에 진학했지만 3년 내내 입시와 전쟁을 치렀어요. 더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해, 더 잘 살기 위해 이곳에 모여들었는데, 하루하루 힘들게 지내며 오히려 사는 게 아니라 죽어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고민했어요”
우선 작은 공모부터 시작해 언젠가는 신춘문예에 도전하고 싶단다. 수능시험이 끝나면 하루에 일정 시간 이상 정해 놓고 무작정 걷고도 싶고, 글 쓰는 다른 친구랑 여행도 갈 예정이라며 환하게 웃는 원진이에게, 비록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라며 힘찬 응원의 박수를 쳐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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