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하정 시구에 대한 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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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하정 시구에 대한 견해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1.11.24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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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역사연구모임>의 11월 정례회의가 오서산 정암사에서 있었다. 이번 달 토론에서는 강태훈(혜전대 교수)회원의 발제로 여하정의 6개 기둥에 걸려 있는 시액(詩額)을 살펴보았다.
아래는 홍주대관(홍주대관편찬위원회. 2002)에서 소개하는 여하정의 내용을 옮긴 것이다.

옛 청수정 자리에 1896(고종33년) 이승우 목사가 여하정을 신축한 이래 역대 목사들이 하루의 청유를 즐겼던 곳이다. ㉮이승우 목사가 정자를 짓고 여하정(余何亭)이란 편액을 걸었는데, 이 글씨는 필서가(筆書家) 김병수(金炳秀. 문과에 올라 참판벼슬에 이름)가 썼다. ㉯결성현이 폐현되자 현청에 있던 빙심헌(氷心軒)이란 편액(扁額)을 옮겨다가 이곳에 걸었는데 망실되었다. 여하정의 6각기둥에는 시액(詩額) 12현판(懸板)이 부착되어 있다. ㉰시는 작자 미상이나, 시의 내용으로 보아 여하정을 지은 이승우의 작시로 추정되고 있다.

위의 ㉮와 ㉯를 살펴보면 본래 정자를 신축한 이승우가 지은 여하정과 결성현에서 옮겨온 빙심헌이라는 두 개의 편액을 함께 걸었는데, 빙심헌이라는 편액은 망실되었으며, 6각 기둥에 걸려있는 시액의 시는 ㉰작자미상이나 내용으로 미루어 보면 이승우의 작(作)이라는 것이다.

지금까지 이것을 기준으로 여하정의 시구(詩句)를 해석해왔고, 이승우의 입장을 강조하다보니 손세제 회원의 “한문해석에 있어서 먼저 직역 후 그것을 토대로 의역을 해야 한다”는 지적처럼 도를 넘은 지나친 의역으로 한문해석의 기본에서 벗어난 억측이 난무해왔으며, 홍주대관 및 함께 제출된 홍성고 1회~3회 모임의 해설과, 조남존 학예사(문화관광과)의 해설 역시 위의 입장을 취하고 있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었다.

강태훈 회원은 이때까지 문자해석으로 일관했던 그간의 견해와 달리 한시(漢詩)작성에 있어서 기본에 해당하는 운(韻)을 중심으로 살펴보았고, 현재 여하정에 걸려있는 시액은 한 개의 시가 아니라 각기 다른 최소 6개의 시의 시구가 뒤섞여 걸려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한시는 중국문학이다. 따라서 중국어는 발음의 높낮이인 성조(聲調)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 이러한 중국어의 특성 때문에 시의 형식(오언·칠언 등)이 어떻건 간에 정해진 구(句)의 마지막 자(字)는 반드시 같은 계열에 속해 있는 운(韻)자를 사용해야 한다는 원칙을 정해 놓고 있다.

같은 계열의 운을 운목(韻目)이라 하고, 근체시(近體詩)가 정립된 당나라 초기에는 운목이 206개로 정리 되었으며, 중국어를 잘 몰랐던 조선의 선비들은 30개 내외의 운목을 미리 정해놓고 그것을 외워서 시를 지어왔다고 했다. 운목이란 주로 운으로 사용되는 평성을 상평(15글자)과 하평(15글자)으로 나누고, 기본이 되는 글자와 발음이 유사한 글자들을 모아서 하나의 운목으로 분류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동(東)자와 동(冬)자는 상평의 15자 중에 기준이 되는 하나의 글자이다.

우리말에서는 같이 발음되는 동(東)자와 동(冬)은 목이 다르다. 동(東)자 목에는[東·公·中·弓]등의 글자가 속하고, 동(冬)자는 목을 달리하여 [冬·鍾·重·恭·龍] 등의 글자가 속한다. 이렇게 운목을 미리 정해 놓은 것은 의미의 전달과 발음의 편리를 위해서라는 것이다. 그래서 한시를 지을 때는 하나의 시 안에서는 반드시 같은 목에 해당하는 운자만을 사용해야 하는 것은 바꿀 수 없는 원칙이다.

위를 전제로 강태훈 회원은 여하정의 시는 적어도 [刪·支·陽·尤·覃·先] 등의 6개의 운목이 들어간 6개의 시라고 보았다. 여하정의 시구를 운목별로 살펴보면, 산(刪)목-余方有公事/作小樓二間/環滁也皆山. 지(支)목-九日湖之湄/其必有所樂/於此豈無隹. 양(陽)목-開方塘半畝/懷伊水中央. 우(尤)목-捨北官何求. 담(覃)목-一人斗以南. 선(先)목-樹環焉泉縣. 그리고 ‘賓主東南美’는 산(刪)목에 가까우나 확정할 수 없다고 했다.

덧붙여서 시구가 이렇게 뒤섞여 걸린 것은 홍주성안의 여러 전각의 주련들이 어떤 계기로 인해 한 곳에 모아 두었다가, 비전문들이 기둥의 수에 맞추어 모양과 크기에 맞추어 무작위로 걸었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경복궁과 창덕궁·덕수궁도 일제를 거치면서 이와 같은 일이 있었고, 2006년 문화재청은 연세대 이광호 교수에 의뢰해서 바로잡았다는 실례를 들었다.

이것은 그동안 여하정의 시액에 대한 새로운 견해임과 동시에 한시를 해석하면서 기본이 되는 운을 무시했음을 지적한 것이다. 그러므로 홍성군은 관련학자들에게 의뢰하여 그동안 문자해석에 매달렸던 것에서 벗어나 한시의 기본구조 속에서 여하정의 시구를 이해하고 새로운 각도의 해석으로 내용을 바로 잡아야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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