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7건) 리스트형 웹진형 타일형 우정에 대해… 우정에 대해… 하얀 눈이 내리는 이날, 함께 눈길을 걸었던 시간을 추억하며 소중한 친구들을 조용히 떠올리게 됐다.“옷은 새것이 좋지만 친구는 오랜 사람이 좋다”고 했다. 덕분에 빛바랜 앨범을 꺼내어 사진을 들여다 보기도 하고 SNS의 지난 스토리를 되돌려보며 친구들의 얼굴을 소환했다. 심지어는 어릴 적 초교 몇 학년 때였었는지 소풍 때 어깨동무하며 찍었던 사진부터 얼마 전 어색한 배불뚝 사장님들의 사진까지 흥미로웠다. 그리고 나이 차이는 있어도 당시에 서로 어울릴만한 공감대 안에서 함께 찍은 사진마다 제각각인 그들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다. 무표정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 최윤종 칼럼·독자위원 | 2022-12-22 08:34 백월산 저녁노을 아래서 백월산 저녁노을 아래서 아주 어릴 적 나의 상상의 세계 한 모퉁이에 ‘저 백월산 넘어 에는 어떤 세상일까?’라는 궁굼함이 있었다. 태어나 자라온 집이 그 맞은편 먼 마을 마구형이었기에 마을 어귀 높은 신장로 고개에서 서편으로 바라다본 백월산은 언제나 미지의 세계였다. 찬 바람이 제법 불어오는 계절이면 바람을 타고 신장로에서 연을 날렸다. 저마다 하나씩 가지고 온 연을 하늘에 올릴 때 어떤 경우 서로 엉키기도 하고 바람을 못 이겨 빙빙 돌다가 땅에 내리박히기도 했다.방패연, 꼬리연, 희귀하게 생긴 연들도 종종 등장하기도 했었다. 나는 고작 대나무를 잘게 쪼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 최윤종 칼럼·독자위원 | 2022-10-27 08:30 첫인상과 끝인상 첫인상과 끝인상 우리의 옆 동네 예산은 사과 향이 가득하다. 고교 시절 어느 날 친구들과 함께 예산으로 가서 미팅을 한 적이 있다. 지금도 예산을 지날 때면 그 때의 아련한 추억에 미소 짓곤 한다. 과수원길 굽이굽이 버스를 타고 가서 지금은 이름도 생각나지 않는 허름한 제과점에 들어가 예산여고 학생들과 테이블 위에 소지품을 꺼내놓고는 긴장 속에서 짝꿍을 찾았다. 생각해 보면 지나간 모든 시간들이 아름답기만 하다. 그 때 내 짝이었던 소녀는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며 어떻게 지내는 성인이 됐을까? 미팅을 하루 앞두고 설레는 마음에 여드름을 터뜨려 피를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 최윤종 칼럼·독자위원 | 2022-08-25 10:00 흙에 대해 흙에 대해 홍주중학교 재학시절 나는 국어선생님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어느 날은 밭에서 뽑아온 팔뚝 만 한 대파 한 묶음을 어깨에 메고 선생님의 자취방에 찾아가 뵙고 반찬을 해 드시라고 부끄러움을 감추며 건네드린 적이 있었다. 선생님께서는 싱싱한 대파를 반가워 하시며 흙이 참 좋은데서 자란 파라고 감탄하셨다. 그리고 이런 말씀을 하셨다. “사람은 흙을 발로 밟고 흙 위에 살지만 언젠가는 흙으로 내려간단다.” 그 말씀에 흙에 대한 존엄함 마저 생겼다고나 할까? 조금 더 철이 들어 군 제대를 하고서도 친구와 함께 서울 종로 체부동에까지 선생님 댁을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 최윤종 칼럼·독자위원 | 2022-07-08 08:35 5월 바지락 그리고 어버이 5월 바지락 그리고 어버이 연두 빛 산자락에 진달래가 불그스레 필 무렵, 이제 5월에 이른다. 우리 고장에서 이 즈음이면 바닷가 뻘로부터 올라온 제철 바지락이 오일장 어물전에 대박 인기가 있다. 바지락 조개가 제철이다. 어릴 적에는 쳐다보지도 않았던 이 제철 바지락에 나는 언제부터인가 완전 매료돼 있다. 아내가 팔을 걷어 부치고 제철 바지락에 고추를 송송 쓸어 넣어 보글보글 끓여준 바지락탕은 그야말로 감동이다. 뽀얗게 우러난 우유빛 국물은 우선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돈다. 호호 불면서 살집이 도톰한 바지락을 까먹는 쏠솔한 재미와 국물을 시원하게 들이킬 때 저절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 최윤종 칼럼·독자위원 | 2022-04-29 08:31 “엄마! 방송인 유병재가 홍성 출신인가봐?” “엄마! 방송인 유병재가 홍성 출신인가봐?” 요즘 유튜브에 푹 빠져 있는 중학교 2학년 막내아들 녀석이 무슨 영상을 보던 중이었는지 반갑다는 듯 갑자기 자기 방에서 큰 소리로 물어오는 것이었다. 이번뿐 아니라 종종 어디 방송에 홍주성이 나왔다는 둥, 먹방에 홍성 어느 식당이 소개됐다는 둥, 자기가 사는 홍성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있어 보인다. 서울에서 태어나 유치원 시절 엄마와 아빠를 따라 이곳 홍성으로 이사와 이젠 완전히 홍성의 자랑인이 다 됐다. 나 역시 종종 교회의 성도들에게 이런 말을 한다. “홍성을 떠났다가 20년 만에 돌아오면서 1명이 4명 되어 왔으니 잘 한거죠?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 최윤종 칼럼·독자위원 | 2022-02-24 08:34 “길을 묻다” “길을 묻다” 언제나 그렇듯 물은 물길을 따라 흐른다.홍성천 역시 그렇다. 높지 않은 산봉우리와 나지막한 동산을 닦아 주고 흘러 내려오는 녀석들. 옹기종기 모여있는 읍내의 가가호호 사연을 담고 졸졸졸 흘러오는 녀석들. 때로는 하늘길을 타고 빗줄기로 내려앉아 모여드는 녀석들이 여기 실개천으로 모여드는가 보다.어떤 경우 보기 드물게 고라니, 너구리, 혀를 길게 내미는 뱀과 눈이 마주쳐 시선 처리를 어찌해야 해야 할지 당황한 적도 있었다. 어디에서 날아왔는지 군데군데 청둥오리와 백로는 좌향좌, 우향우 떼를 지어 다니는 물고기의 천적인지 사이좋은 친구인 살며 사랑하며 배우며 | 최윤종 칼럼·독자위원 | 2021-12-16 16:39 처음처음1끝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