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미디어의 마중물과 펌프질, 마을미디어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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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미디어의 마중물과 펌프질, 마을미디어교육
  • 최선경 논설위원/한기원 기자
  • 승인 2019.10.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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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를 통한 마을 공동체 회복을 꿈꾸다-4
교육생들과 기획 및 촬영 회의하는 모습.
교육생들과 기획 및 촬영 회의하는 모습.

마을미디어교육에서 중요한 건, 교육 과정 안에서의 ‘소통’과 교육 종료 후의 ‘지속’이다

새로운 마을미디어가 시작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과정, 마을미디어 교육! 일반적인 미디어 교육과의 차이는 뭘까? 어떤 ‘마을미디어 교육’이 효과적인 마을미디어 교육이라고 볼 수 있을까? 전국에서 마을미디어 교육을 진행 중인 고영준 활동가의 고민을 담은 글을 통해 마을미디어 교육의 과제와 발전방안을 전하고자 한다.

마을미디어 또는 마을공동체미디어라는 말이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반가운 일이다. 마을미디어가 지속되면서 유의미한 사례들도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일상에서 본다면 아직은 전국적으로 마을미디어에 대한 인식이 미비하다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조금이라도 마을미디어에 대한 관심과 시도, 지원이 늘어가고 있으며 이러한 사례와 활동에는 기본적으로 ‘마을·공동체미디어교육’이 있다. 마을미디어교육에 대한 문의가 많아지고 있는데, 교육 요청의 내용을 보면 실상은 교육명에 ‘마을’만 더하였을 뿐 기존 미디어교육과 교육의 목적이나 내용이 크게 다를 바 없는 경우가 많다. 이런 때는 공동체의 이야기를 충분히 듣고 본 교육을 준비하려는 목적과 방향, 내용 등을 함께 만들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마을미디어교육에서 중요한 건, 교육 과정 안에서의 ‘소통’과 교육 종료 후의 ‘지속’이다. 지속하기 위해 수반돼야 할 것들을 교육 과정 안에서 함께 고민하고 배우기도 하며 만들어 간다. 미디어교육은 기본적으로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 이해에서부터 미디어리터러시, 표현, 자존감 회복, 임파워먼트, 소통 등을 교육의 취지와 방향으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누구나 미디어를 좀 더 쉽게 활용하고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 이러한 교육의 전체 틀 안에서 공동체미디어교육은 공동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미디어제작과 활동을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고 미디어를 통한 소통을 중심으로 한다. 이 중에서 지역·마을을 기반으로 하는 교육을 마을공동체미디어교육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동네’에 관한 공감대 형성 중요
마을미디어교육 기획과 진행 시에는 일반적인 미디어교육의 특성과 중점 방안을 바탕으로 마을·공동체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 형성이 함께 포함된다. 교육 후 실제로 마을미디어를 시작·운영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매체 제작 능력 습득도 필요하지만, 교육 과정 안에서 ‘우리’ 또는 ‘우리 동네’에 적합하거나 필요한 마을미디어에 대해 교육 참여자 간의 충분한 논의와 방향 설정도 주요 부분이다. 대다수의 마을미디어교육이 활동 지속으로 이어가지 못하고 교육으로만 그치는 이유가 참여자 스스로가 마을미디어에 대한 필요성에 공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마을미디어교육은 제작 교육에 그치지 않고 과정 안에서 향후 지속에 대한 참여자 개인의 고민과 참여자 간의 충분한 논의를 할 수 있게 여유 있는 차시의 내용이 준비돼야 한다.

글의 서두에서 마을미디어의 확산의 어려운 점으로 마을미디어에 대한 인식 부족을 예로 들었는데 여기에도 마을미디어교육은 인식 확산에 있어서 절대적 요소라 할 수 있다.

서울의 평화동마을신문은 지역에서 2008년 처음으로 마을신문 교육이 진행된 후, 2010년 마을신문이 창간됐고 해마다 마을신문 기자단 신규 교육과 기존 기자단 심화 교육이 이뤄지면서 꾸준한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평화동 마을신문의 활성화는 지역에서 마을신문에 대한 인식확산을 가져왔으며 이후, 지역에 여러 마을신문 창간의 원동력이 됐다. 신문 교육 외에도 라디오교육·방송교육 등 다양한 교육이 병행되면서 지금은 다매체 마을공동체미디어의 모습을 만들어가고 있다. 평화동마을신문 김수돈 편집인은 ‘교육기간 동안 진행된 마을, 마을공동체, 마을미디어에 대한 이해와 공감대 형성이 마을신문을 시작하고 지속하는데 주요했다’고 하며 ‘기술적인 부분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공동체미디어에 대한 의미와 취지 등을 공감할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더불어 ‘마을미디어를 처음 시작하는 곳 외에도 기존 활동가를 위한 보충 교육이 필요하며, 교육 안에서 마을미디어 지속을 위한 계획, 방향 설정 등은 교육 후 많은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디어 교육 후 주민들과 함께 만든 영상, 촌‘s Run 시리즈 중 예산군 투어의 한 장면.
미디어 교육 후 주민들과 함께 만든 영상, 촌‘s Run 시리즈 중 예산군 투어의 한 장면.

■‘우리 마을’에게 적합한 마을미디어부터 찾기
마을미디어의 시민 인식확산을 가져오는 마을미디어교육은 이외에도 몇 가지 의미를 갖는다. 첫째, 교육을 통한 기본적이고 보편적 권리 보장을 들 수 있다. 지금은 마을미디어에 있어서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외계층이다. 알고 안 하는 것과 모르고 못 하는 것은 다르기 때문이다. 마을미디어가 무엇인지 있는지조차 모르는데, 어떻게 마을미디어에 대한 참여와 활성화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교육은 이처럼 마을·공동체미디어에 대한 인식 확산을 통해 주민들이 스스로 마을미디어 활동을 선택·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실제로 마을미디어지원사업이 시행되고 있는 곳의 경우 마을미디어에 대한 인식 확산과 참여가 빠르게 늘고 있다.

둘째, 교육은 마을미디어의 지속가능을 위한 선제 조건이다. 많은 마을미디어에서 주민활동가의 참여 부족에 대한 어려움을 갖고 있는데, 교육은 마을미디어 활동에 적극적인 참여자를 양성하며 발굴한다. 참여 활동가의 증가는 각자의 활동에 대한 과부하와 부담을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눌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셋째, 교육 과정 안에서 참여자들이 마을에 관심을 갖게 되거나 참여자 간 공동체성이나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다. 또한 마을미디어공동체나 주민모임이 발굴되기도 한다.

마을미디어가 알려지면서 마을미디어교육이 함께 증가하고 있지만, 바꾸어 말하면 마을미디어교육이 많아지면 마을미디어가 더 빨리 더 많이 알려지게 된다. 교육을 통해 마을미디어가 확산·확대되는 것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마을미디어에 대한 더 많은 시도와 실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마을미디어교육은 ‘우리’에게 그리고 ‘우리 마을’에게 적합하고 지속 가능한 마을미디어를 찾는 그 시작이라 생각한다. 끝으로 한 가지 물음을 나누며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만일, 마을미디어교육이 없었다면 지금의 마을미디어는 어떤 모습일까.

마을미디어가 일상이 되는 날들을 상상하곤 한다. 그래서 예전에 ‘마을공동체’를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그 본연이 마을공동체였던 것처럼, 마을미디어를 강조하지 않아도 마을미디어가 우리 삶 속에 우리 곁에 늘 함께 하는 날을 그린다. <출처 서울마을미디어지원센터 웹진 마중>

그래서 필요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라는 말을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미디어 관련 사회 이슈가 발생했을 때, 예를 들면 유튜브에서 접할 수 있는 콘텐츠 문제나 가짜 뉴스의 폐해 등을 논할 때, 결론적으로 그래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필요하다라는 말이 해결책으로 제시되고는 한다.

미디어 리터러시란 무엇일까? 대개는 미디어 환경 안에서 원활하게 읽고 쓰고 소통할 수 있는 개인적·사회적 능력이라고 답할 수 있다. 혹은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읽고 창의적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러면 모두가 동의할 수 있는 미디어 리터러시의 정의가 무엇일까? 한 마디로 규정하기 어렵다는 것이 미디어 리터러시의 매력이자 힘일지 모른다.

미국의 미디어교육전국연합회(NAMLE)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설명하는 한 장짜리 자료를 만들어 배포한 적이 있다. 이들은 미디어 리터러시란 모든 종류의 의사소통 수단을 기반으로 접근, 분석, 평가, 창조, 그리고 행동하는 능력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한 가지 상황을 예로 들면 가을맞이 여행을 가려고 할 때, 특정 검색 엔진에 가을 여행’, ‘가족 여행등의 검색어를 넣어 정보를 찾는다. 이때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등 테크놀로지를 활용하고, 특정 포털을 선택해 그 포털에 검색어를 입력하는 것까지가 접근능력에 해당한다. 여행 정보들이 주루룩 제시되고 이 가운데서는 경험담 등 블로그 포스팅의 형식을 한 광고도 분명히 있다. 유용한 정보와 광고를 구분해내고,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골라내는 과정이 분석평가에 해당한다. 이렇게 수집한 정보를 토대로 계획을 짜고, 여행을 다녀와 경험담을 다시 공유한다. 이것이 창조행동에 해당한다. 이처럼 우리가 일상에서 미디어와 만날 때 여러 능력이 발휘되고, 이러한 미디어 리터러시가 부족할 경우 소통이나 다양한 활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게 된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경험적으로 자연히 획득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키울 수 있도록 사회적, 교육적 지원이 필수적인 셈이다. 가르치는 입장에 있는 사람들은 나도 미디어에 대해 잘 모르는데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은 전문가가 비전문가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교육이 아니라, 가르치는 사람과 배우는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이라고 볼 수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갖춘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육자뿐 아니라 사회구성원 모두의 고민과 성찰이 필요하다. <끝>

<이 기획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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