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의 천국, 안산과 창원 ‘열린 다문화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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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의 천국, 안산과 창원 ‘열린 다문화 도시’
  • 취재·자료=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19.11.04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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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노동자 그들이 아닌 우리다-6
안산 다문화 특구에 걸린 현수막과 간판들이 외국으로 착각하게 한다.
안산 다문화 특구에 걸린 현수막과 간판들이 외국으로 착각하게 한다.

안산시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 108개국 8만 6000여 명으로 늘어
고려인문화센터 운영, 1만 7000여명의 고려인 동포 교육·지원사업
경남이주민센터, 250만 이주민들의 인권을 지키고 복지를 지원해


경기도 안산시와 경남 창원시의 다문화·이주자 정책은 인권과 다양성이 함께 존중되는 ‘열린 다문화 도시’로의 면모를 더욱 공고히 할 수 있을 전망이다. 경기도 안산시의 경우 정부에서 다문화마을특구 운영을 5년 연장하고, 예산 또한 156억 원이 증가해 앞으로 5년간 다문화도시의 새로운 모습을 그려갈 수 있게 된 것이다.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지역이 다문화특구로 지정된 지 10년을 맞은 현재 국내에는 장기 체류하는 외국인이 230만 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그 가운데에서도 안산시의 경우 가장 많은 규모의 외국인들이 집중 거주하는 지역이다. 특히 주말이면 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다문화특구 지역에는 전국 각지에서 생활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가족이나 친구들을 만나 그들만의 문화를 만끽하기 위해 안산으로 모여 든다. 거리의 간판에서부터 수많은 외래어와 낯선 문자들이 섞여 새로운 활기를 만들어내는 안산 다문화마을특구, 대한민국 유일의 다문화마을특구를 경험할 수 있다.

■ 안산 거주 외국인 108개국 8만 6000여 명
안산시는 한국 근대화의 특성이 압축된 도시로 표현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로 국내 산업화와 함께 해온 도시다. 지난 30여 년 동안 우리나라 산업화를 이끌어 온 안산은 당초 30만 명을 수용하는 도시를 목표로 계획된 도시였으나 2019년 현재 인구가 73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국가산업단지를 배경으로 성장한 안산은 노동자의 도시였고, 1992년 산업연수생제도가 도입되면서 외국인 노동자들의 이주가 시작됐다. 이후 1990년대 제조업 불황이 계속되고 IMF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많은 한국인 노동자들이 떠나갔고, 그 빈자리를 외국인 노동자들이 채워가기 시작했다. 그리고 2009년 5월, 당시 안산에 거주하던 외국인은 56개국에 3만 3000여 명에 달했다. 지역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가는 외국인들에 대한 체계적 지원이 필요한 규모였다. 이에 정부는 외국인들이 가장 많이 밀집돼 있는 안산시 단원구 원곡동 일대를 국내 최초이자 유일한 ‘다문화마을특구’로 지정했다. 다문화마을특구로 지정된 지 만 10년이 되는 2019년 현재, 안산시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은 108개국 8만 6000여 명으로 늘었다.

안산시는 특구 운영을 위해 △다문화 인프라 구축 △다문화 의식함양 사업 △다문화 브랜드 특화사업 등 크게 3개 분야로 구분한 뒤 다양한 세부사업들을 전개해 많은 성과들을 이뤄냈다. 다문화 인프라 구축 차원에서 외국인들에게 ‘원스톱(one-stop)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지난 2017년 개소한 다문화이주민플러스센터는 월 평균 9000명의 외국인이 방문하고 있다. 다문화 의식함양을 위해 건립한 ‘다문화가족지원센터’는 가족, 성평등, 인권 등 지원 사업을 통해 총 3만3000여 명에게 도움을 제공했다. 다문화 아동들의 복지, 건강, 교육 등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글로벌청소년센터도 운영 중이다. 안정적 정착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교육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지금까지 한국어 교육에 참가한 외국인만 7573명이며, 사회통합프로그램 교육에 참가한 숫자는 1만 3231명에 이른다.

경남이주민센터 벽에 걸린 다문화 가족 사진.
경남이주민센터 벽에 걸린 다문화 가족 사진.

특구 홍보 및 관광 활성화를 위해 건립한 세계문화체험관은 지금까지 6만 6434명의 방문객이 다녀갔다. 다문화 브랜드를 특화하기 위한 사업으로 외국계 음식점들을 장려하고 있으며 총 484명의 외국인 조리사에게 추천서를 발급한데 이어 ‘세계인의 날’ 행사 등 200여 개의 다문화 행사를 개최하거나 지원하고 있다. 이 같은 성과에 힘입어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2월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회관에서 ‘제45차 지역특화발전특구위원회’를 주관하고 안산시가 제출한 안산다문화마을특구의 운영기간 연장 등의 내용을 담은 계획변경(안)을 심의·의결했다. 이를 통해 2018년까지였던 특구 운영기간이 2023년까지로 5년 연장됐다. 2023년까지 총 사업비는 416억 8000만 원으로 최종 확정됐다. 2018년도까지의 예산투입액 260억 8000만 원에서 156억 원이 증가한 것이다. 특구 운영 기간이 연장되면서 특화사업으로는 기존 7개 사업 외에 ‘고려인문화센터 운영’이 신규 사업으로 편입됐다. 고려인은 러시아를 비롯한 독립국가연합(CIS)에 살고 있는 한국인 동포를 말한다. ‘CIS’는 과거 소비에트 사회주의 연방공화국(USSR) 즉 소련에 속한 나라들 가운데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등 11개국이 소련의 소멸과 함께 결성한 정치 공동체를 말한다. 2018년 기준 안산에 거주하는 고려인 동포는 1만 7280여 명으로 이는 전체 외국인 주민의 약 20%에 달한다. 지난 2014년 6850명에서 매년 꾸준히 늘어 최근 5년 동안 약 2.5배가 증가했다. 안산시는 고려인들이 많이 모여 거주하는 단원구 지곡로에 260㎡ 면적의 고려인 문화센터를 건립, 고려인 동포들의 한국사회 정착을 지원하고 성인 및 미래세대 교육을 통한 사회통합을 목표하고 있다.

안산시 관계자는 “이번 안산 다문화마을특구 계획변경을 계기로 안산지역에 거주하는 약 1만7000여 명의 고려인 동포의 교육·지원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나갈 방침”이라며 “기존의 사업들 역시 더욱 내실 있게 운영하여 문화적 다양성을 도시 경쟁력으로 삼고, 다문화마을특구를 지역경제 활성화의 견인차로 조성하겠다”고 말했다.

경남 이주민사회센터 전경.
경남 이주민사회센터 전경.

■ 경남이주민센터, 이주민 인권보호 앞장
경남이주민센터는 1998년 5월 1일, 비영리 시민인권단체 경남외국인노동자상담소를 창립하면서부터 시작됐다. 250만 이주민의 인권을 지키고 복지를 지원함으로써 이주민과 이웃으로 공존하고 다양한 가치가 존중받는 세상을 지향하고 있다. 센터는 상담과 교육, 의료, 복지, 연구, 제도개선, 연대활동, 문화다양성사업 등 다양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쉼터를 운영하고 다문화가정의 갈등, 인종차별 등 이주민의 고충을 상담하고 법률적으로 지원을 한다. 특히 ‘다문화축제(맘프)’를 해마다 가을에 열고, 다문화어린이도서관과 다문화소년소녀합창단 등을 운영하고 있다. 경남지역 최초의 다문화어린이도서관은 2009년 9월 개관한 다문화사랑방이다. 한국어와 영문도서, 중국, 베트남 등 10여 개국 언어로 된 1만3000여권의 도서와 영상물이 비치돼 있으며 다양한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열 명 중 두 명은 비공식적 입국 경비인 ‘뇌물’을 주고 한국에 오며, 일터에서 하루 평균 10시간을 일한다. 10명 중 1명은 사업장에서 폭행을 당한 적이 있고, 폭행 피해자 중 절반은 2회 이상 폭행을 입었다. 10명 중 3명은 사업장에서 다친 적이 있으며, 번 돈의 절반은 본국에 보내고 월 20만~30만 원으로 생활한다. 경남이주민센터가 시행한 2018년 경남도내 취업 외국인 실태조사 결과는 국내 이주노동자들이 매우 열악한 환경에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실태조사에서 고용허가제가 시행된 지 15년이 흐른 지금도 이주노동자들의 처우가 제대로 개선되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고용허가제 취업 이주노동자들은 임금, 노동시간, 신분증 본인 소지 등에서 오히려 미등록 이주노동자보다 열악했다. 이 때문에 이직의 욕구도 높게 나왔지만, 고용허가제는 취업자의 자발적 이직이 금지돼 있다. 정부는 고용허가제가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봉쇄하는 대가로 사용자의 이익만 강화하는 제도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또 이 조사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이 사업장에서 겪는 폭력이 심각하며, 특히 여성이주노동자들이 성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것도 드러났다. 그러나 폭력 피해자들은 대부분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폭력이나 여성이주노동자들의 성폭력 피해도 이주노동자가 사용자보다 일방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는 고용허가제와 무관하지 않다.

실태조사를 통해 이주노동자들이 일상생활과 직장생활 전반에서 가장 불편한 것 중 하나로 언어 문제를 지목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한국에 취업한 이주노동자에게 언어 문제는 모든 생활 영역에서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심지어 이주노동자들은 직장폭력의 원인으로도 한국어 소통 문제를 거론하며, 귀국 이후의 삶을 준비하는 데도 한국어가 쓸모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외국인력 선발 과정에서 한국어시험이 치러지고 있지만, 이주노동자의 한국 체류 기간 한국어 교육도 필요하다는 것이 입증됐다. 정부는 고용허가제 폐지나 전면 개선, 한국어교육 강화 등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개선하고 생활의 불편을 줄이는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경남이주민센터는 차별 없는 세상, 다양한 문화가 어우러지는 세상을 만들어 가고 있으며, 다문화공생사회를 향한 길을 지향하고 있다. <끝>

안산 외국인지원본부.
안산 외국인지원본부.

<이 기획취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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