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과 마음은 서로 의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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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과 마음은 서로 의존한다
  • 최명옥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9.12.26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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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는 몸과 마음이 힘든 사람이 많이 있다. 그래서 나는 힘들 때 몸과 마음이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 석사 논문 때 알게 된 버지니아 사티어를 생각한다.

나는 석사 논문을 쓰기 위해 연구 서적을 찾던 중 가족치료 분야의 위대한 선구자 버지니아 사티어의 빙산의사소통에 대한 글을 접했다. 엄청난 울림이 있었기에 부모-자녀 관계를 측정할 수 있는 동그라미 중심가족화(Parents Self  Centered Drawing: PSCD)를 중심으로 논문을 쓰게 됐다. 이후 지속적으로 사티어 이론을 공부하면서 삶이 녹록치 않았음에도 그 모든 역경을 극복한 그녀의 삶의 이야기들이 큰 도전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사티어는 1916년 6월 미국에서 태어났다. 13형제 중 막내로 교육을 받지 못한 채 농사일을 하며 억울함과 자존감이 낮은 아버지와 몰락한 귀족 가문의 7형제 중 맏딸로 주관이 뚜렷한 어머니 사이의 장녀로 태어났다. 어머니는 아버지를 비난하고 무시했지만, 아버지는 어머니의 비위를 평생 맞췄고, 항상 술에 중독돼 살았으며, 피부병과 관절염으로 고생했다. 하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평생 앓았던 피부병과 관절염이 씻은 듯이 나았다는 것은 아버지가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지배와 복종, 통제와 회유 속에서 경험한 부정적 감정이 신체를 통해 드러난 것임을 사티어는 짐작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이 같은 환경 속에서 사티어는 유아기 때 앓은 중이염으로 청력이 많이 손상됐지만, 가족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새벽 3~4시에 일어나 돈을 벌면서 공부했다. 대학 졸업 후 공립학교 선생님으로서 학생들의 가정환경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가족치료가 세상을 치료하는 일이라고 믿게 됐다. 1941년, 로저스와 결혼했지만 자궁외 임신으로 평생 아이를 가질 수 없게 됐고, 8년 만에 이혼했다. 그 후 노만 사티어와 재혼했지만 6년 만에 다시 이혼했다. 이를 두고 사티어는 “그 당시 나의 결혼생활에 많은 걸림돌이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 그 걸림돌은 박사논문 자료로써 매우 좋은 소재들이었지만 실제 삶에서는 그리 좋은 것이 못됐다”고 했다. 특히 결혼생활과 일을 병행하면서 일에 치중하다보니 가족에게 충분한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할 수 없었던 것이 그녀에게는 가장 큰 어려움이었던 것 같다.

사티어가 어린 시절 앓은 중이염은 유소아에게 흔히 나타나는 질병으로 염증과 통증이 매우 심한 증상을 동반하며, 자궁외 임신도 여러 요인이 있지만 생식기 염증이 주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병명은 신체적으로 몸에 염증이 많아서 나타날 수 있지만, 심리적으로는 저항이라는 방어기제로 여겨진다. 청력손상은 부모님의 과도한 기대에 대한 방어이고, 자궁외 임신은 불만족한 부부관계의 무의식적 방어로 해석될 수 있다. 더 나아가 사티어는 안정된 결혼생활보다는 몰락한 집안을 일으켜 세워주기를 기대하는 가족들의 열망을 무의식적으로 선택한 것이 아닌가 싶다.

마음이 아프면 몸이 아프고, 몸이 병들면 마음도 병든다. 몸은 일방적으로 마음을 결정하지 않고, 마음도 일방적으로 몸을 지배할 수 없다. 즉 몸과 마음은 서로 맞물려 있는 하나의 순환체계이다. 프라이부르크대학 심신상관의학자 칼 샤이트는 ‘몸과 마음은 서로 의존한다’고 말한다. 몸과 마음은 상호작용을 한다. 마음에서 행복을 느끼면 몸이 편안해지고 건강해질 수 있으며, 그 반대로 행복을 불러오는 몸짓을 하면 마음에 행복감이 들 수도 있다. 마음이 몸에 영향을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우리의 몸 역시 마음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몸과 마음에 한 시간씩이라도 쉼을 준다면 개운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이할 수 있지 않을까?

최명옥<한국정보화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 박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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