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진함과 남다른 관찰력, 대상물에 대한 깊은 애정표현
화초의 종류와 생태를 구별 할 수 있을 정도다
화초의 종류와 생태를 구별 할 수 있을 정도다
지난해 여름 할머니들과 그린 그림 중의 한 점이다. 화분들이 마치 고구려 벽화 무용총의 무희들처럼 사선으로 놓여 있다. 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사선으로 그렸다. 할머니의 눈에 그렇게 보인 것이다. 무용총의 무희들이 정지한 것 같은 춤사위 속에 고요히 움직이는 것처럼 이 그림에도 정지된 것 같으면서도 움직이는 느낌이 있다. 화분이 사선으로 그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림 속에는 고무나무도 있고 방울토마토도 있고 선인장도 있고 시장에서 사다 심었을 서양 꽃도 있다. 선인장에는 가시도 있고 화초의 이파리 모양새도 다 다르게 그려져 있다. 화초의 종류와 생태를 서슴지 않고 구별할 수 있을 정도다. 화분의 색깔과 모양도 제각각 다르고 높낮이도 다르다. 할머니의 관찰력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린아이 같은 천진난만한 할머니의 마음을 읽을 수도 있다. 이 그림의 매력은 천진함과 남다른 관찰력과 대상물에 대한 깊은 애정이 표현된 것이다.
이 그림을 그리신 할머니는 90세다. 새해가 되면 91세가 된다. 그런데도 옛 것을 정확히 기억해 재생하고 활달하며 적극적이다. 여러 어르신 가운데 그림을 가장 많이, 여러 장 그렸다. 이 그림도 자청해 집에서 그려왔다. 자식을 잃은 큰 아픔도 있어서 그 아픔에 짓눌렸을 법도 한데 초연하고 담담하다. 씩씩하고 굳은 마음이 비결이 아닐까 싶다.
전만성<미술작가·수필가·미술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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