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증은 빨간 신호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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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증은 빨간 신호등이다
  • 최명옥 칼럼위원
  • 승인 2020.01.23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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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새로운 각오를 한다. 나 역시 한 해 동안 이루고 싶은 소망을 하나둘씩 수첩에 적었다.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을 주제로 기고할 내용들이 한 페이지를 차지했다. 아마도 오십 고개를 넘으면서 몸의 이곳 저곳이 아픈 경험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몸에 대해 이전보다 더 관심을 많이 갖게 된 것 같다. 몸은 우리가 알지 못하는 기억을 저장하고 있다. 몸이 아플 때마다 나는 몸의 과거를 되돌아보곤 한다.

나는 산골에서 성장했다. 돌담으로 울타리를 이룬 좁은 골목길, 슬레이트 지붕과 양철 지붕, 그리고 초가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이었다. 논두렁 진흙을 푸고, 부서진 기왓장으로 공기를 만들어 노는 것이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몸이 허약한 나를 위해 아버지는 초등학교 4학년 때까지 자전거 뒷자리에 앉힌 후 학교까지 등교시켜 주셨다. 몸이 아파서 누린 특권이었다. 그런데 5학년 때 학교 부근에 있는 초인종이 있는 큰 기와집으로 이사 오면서 아버지와 함께 하는 등굣길은 끝나게 되었다.

평안하던 우리 가족에게 큰 위기가 닥쳤다. 오형제와 아버지를 위해 매일매일 도시락을 준비하고 끝없이 몸으로 노동하던 엄마의 몸이 아프게 되었다. 갑상선 뿐만 아니라 몸의 여러 곳에 고통이 있었지만 병원에 가면 정확한 이유를 알아내지 못했다. 그래서 온 가족은 마음이 불안하고 걱정에 사로잡혔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우리 가족은 개종을 하게 되었다. 어린 나는 엄마가 죽지 않고 우리 곁에 살아있게 하는 방법은 하나님께 잘 보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청년시절부터 열심히 교회에 출석하며 바쁜 일상을 보냈고, 현재의 남편을 만나 결혼하게 되었다. 결혼 후 두 아이를 양육하면서 주변 사람과의 관계에서 겪는 갈등은 엄청난 스트레스를 증폭시켰다. 이는 허리 디스크와 좌골신경통 그리고 류마티스 관절염 증상을 유발시키는 촉진제가 되었다. ‘이 고통보다 죽는 게 낫겠다고 생각할 정도로 힘든 나날 속에서 우울감은 증폭되어 어느 날은 인근 바닷가에서 바닷물이 무릎 위로 차오르는 것도 모르고 한없이 넋을 잃고 목놓아 울던 순간도 있었다.

고통의 시간은 영혼에 대한 관심에서 마음에 대한 관심으로 전환하는 계기가 되었다. 결혼과 동시에 경력이 단절된 여성으로 살다가 다시 사람의 심리를 공부하는 과정은 쉽지 않았다. 학위과정 뿐만 아니라 임상 수련을 통한 자격과정은 경제적, 육체적, 시간적으로 많은 것들을 요구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지만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부지런해야 한다는 가르침을 따라 열심히 노력하여 원하는 목표를 이루었다. 마음은 기쁘고 즐겁고 행복했지만 나의 몸은 이곳 저곳에서 고통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내 몸의 면역력은 무너졌다. 나는 만성 자가면역질환자가 되었다. 신체적인 통증이 한 곳이 아닌 여러 장기에서 발생하였고, 암 직전까지 이르게 되었다. 지금까지 열심히, 부지런히 살아서 사회적 성취를 이루었지만 몸의 고통을 댓가로 얻게 된 것이다. 아마도 나는 엄마를 살리기 위해서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어린 시절의 잘못된 신앙관으로 살았던 것 같다. 몸이 아프자 몸도 소중하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깨닫게 되었다. 행복하기 위해서는 몸이 건강해야 한다는 너무나 당연한 사실을 몸이 아프고서야 알게 된 것이다. 늦었지만 참 다행이다.

무너진 나의 몸을 회복시키기 위해 학위 공부를 하듯 몸에 대해서 공부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몸에 대해 관심을 갖고 꾸준히 공부하고 있다. 몸이 아플 때마다 그 통증을 느끼며 나는 나의 삶의 방향을 깊이 생각하곤 한다. 통증은 삶의 의미를 되새김길 하게 만드는 내 인생의 빨간 신호등과 같다. 아픔에 머무르면서 몸을 돌봐주면 몸은 다시 삶의 에너지를 공급해준다. 몸의 신호에 마음을 모으면 몸은 마음의 소리를 들어준다. 혹시나 당신의 몸이 빨간 신호등을 켜면, 몸의 소리를 들어달라는 것을 알아차리면 좋겠다. 몸의 소리에 마음을 맞추면 몸과 마음이 소통하는 파란 신호등을 만나는 행복을 다시 누리게 될 것이다.


최명옥<한국정보화진흥원 충남스마트쉼센터 소장·상담학박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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