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이야기그림 〈2〉
이 그림은 파랑이 주조색입니다. 하늘도 파랗고 풀밭과 나무도 파랗습니다. 밝기와 색상의 차이가 있어서 지루하지는 않지만 차가운 느낌이 납니다. 나무는 연두색으로 칠해져 있는데 빨간 열매가 달려 있습니다. 풀밭에는 꽃이 피어 있고 강아지 한 마리가 서 있으며 분홍색입니다. 사람의 얼굴과 사람 뒤쪽 한 부분을 고동색으로 칠하여 변화를 주고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선이 활달하고 힘차서 시원한 느낌을 줍니다.
이 그림은 86세 할아버지의 그림입니다. ‘복주머니나 그려야지! 팥죽도 먹었는데!’ 하시더니 이 그림을 그리셨습니다. 하양색 복주머니를 차고 있는 사람은 할아버지의 아내입니다. 그 옆에 할아버지가 서 있는데 할머니의 손을 잡고 있습니다. 새해를 맞아 서로 복을 빌며 축복하고 있는 것입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에게 편지도 쓰셨습니다. 할머니 이름 뒤에 ‘양(孃)’이라고 써 놓은 게 재미있었는데 아내를 고생시켰다는 말씀과 아내 덕분에 안정된 노후 생활을 하게 되어 고맙다는 말씀을 적어 놓으셨습니다. 동네 어르신들 모두 이 할아버지를 ‘애처가’로 인정하고 있었고 젊었을 때는 군수로부터 ‘행복한 가정’이라는 상을 받았다고도 전해주셨습니다.
이 할아버지는 지금도 동네 노인 회장을 맡고 계십니다. 그림 그리는 날에는 한 번도 빠진 적이 없습니다. 친구 분을 항상 웃게 하셨고 어려움을 겪는 분에게는 격려를 하셨습니다. 진정한 어른을 뵙게 되어 기쁩니다.
전만성<미술작가·수필가·미술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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