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들의 이야기그림 〈5〉
장독대를 바라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파마머리에 코가 뾰족한, 비교적 젊고 예쁜 여자입니다. 장독들은 뒤로 갈수록 크게 그렸습니다. 사람이 있는 쪽을 앞이라 생각하여 뒤로 갈수록 큰 장독을 놓는 원칙을 따른 것입니다. 장독대에는 작은 꽃이 한가득 피어 있는데 아마도 채송화인 것 같습니다. 화분에 심은 큰 꽃 두 송이는 모란이 아닐까요? 부귀영화를 바라며 집안을 장식하였을 전통화의 영향으로 보입니다. 이파리가 제법 사실감 있게 그려져 있고 화분 위로 흙이 수북이 올라오도록 그린 것도 재미있습니다. 뒤에는 꼼꼼하게 색칠을 한 집이 한 채 있고 나무가 서 있으며 해가 밝게 비치고 있습니다. 전체적인 색감이 신선하고 제목도 재미있게 〈장독대를 둘러보는 나〉 로 지었습니다.
장독대를 수시로 둘러보며 장독을 관리하는 것은 집안 여인의 역할이며 의무였습니다. ‘장맛이 좋아야 집안이 흥한다’는 옛말이 있을 정도입니다. 장에 탈이 생기지 않고 숙성이 잘되어 온 집안이 건강한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정성을 것입니다. 이 그림을 그린 할머니는 그러했던 옛날을 아름답게 기억하고 있습니다.
‘노래 잘하시죠? 한 곡 해보세요!’ 하고 말씀드린 적이 있습니다. ‘노래 . 가사도 자꾸 잊어먹고 목소리도 옛날 같지가 않아. TV도 안 봐. 약 올라서!’라고 대답하셨습니다. 약이 올라서 TV도 안 보는 그 심정을 나도 나이를 먹고 보니 이해하게 됩니다.
전만성<미술작가·수필가·미술인문학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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