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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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나무〉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0.05.02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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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의 이야기그림 〈8〉

이 그림을 그린 할머니는 홍주성역사관에서 전시회를 할 때 오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스케치북을 다 써서 한 장도 안 남았댜!‘ 하고 그림그리기 활동을 할 때 반장 역할을 하셨던 할머니가 말씀을 해주셨습니다. 말씀을 듣고 보니 스케치북에 어떤 그림이 들어있을까? 궁금해서 하루라도 빨리 가보고 싶었습니다.  

  마을회관에 도착하기 무섭게 할머니가 옷 속에 뭔가를 숨겨가지고 들어오셨습니다. 스케치북이었습니다. 혹시라도 다른 이웃에게 폐가 될까 염려가 되었던 것입니다. ‘세상에나! 언제 이 많은 그림을 다 그리셨어요?’ 하니 ‘잠이 안 오니까! 지난번에 한 게 너무 못해서 바꾸고 싶었어!’ 하셨습니다. 

  스케치북 안에는 재미있는 그림들이 많았습니다. 마치 현대미술가의 그림같이 단순하면서도 요점을 잘 드러낸 그림이었습니다. 색채도 산뜻하여 보는 즐거움을 선사하였습니다. ‘스케치북을 드릴 테니 또 그리세요.’ 하니 ‘인저는 힘들어서 못혀. 95살이나 먹었는걸! 하셨습니다. 거리를 두어야만 서로 살 수 있는 세상이고 보니, 보고 싶다고 후딱 갈 수도 없고, 건강하게 잘 계신지 궁금합니다. 

 

  
      

 


전만성<미술작가·수필가·미술인문학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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