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어촌 빈집과 폐교, 버려진 건물 활용가치 다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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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어촌 빈집과 폐교, 버려진 건물 활용가치 다양해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0.05.3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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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빈집·폐건물, 공유경제 가치를 담다 〈1〉
농산어촌 지역의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함께 빈집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여서 대책이 요구된다.
농산어촌 지역의 고령화와 저출산으로 인한 인구 감소와 함께 빈집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여서 대책이 요구된다.

농산어촌형 빈집, 농가에 살던 고령층 주민이 사망·이주하면서 빈집 발생
도농 혼합도시의 부도심 역할을 맡던 읍 지역의 의미 자체가 쇠락한 원인
빈집특례법 아래서 빈집문제 해결 주체, 어디까지나 지방자치단체장 권한
농산어촌지역 주민들, 도시민 상대로 한 정보서비스사업에 뒷전으로 밀려

빈집은 왜 생기는 걸까? 사람들은 왜 집을 버리고 방치할까? 지방의 농산어촌이나 도시에서 발생하는 빈집은 수요와 공급 원리에 따라 발생한다. 공급과잉이 첫 번째 이유다. 지방에 대규모 아파트가 공급되지만 이내 미분양이 발생한다. 미분양 아파트는 적정 가격에 집을 구입하려는 사람이 나타나지 않아서 생긴다. 미분양 주택은 가격 조정을 거쳐 결국 언젠가는 해결된다는 점에서 풍선효과라고 볼 수 있다. 장기적으로 보면 주민들은 천천히, 좀 더 나은 주거환경을 찾아 단계적으로 옮겨간다. 결국 남는 것은 오래된 주거환경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개 지방, 농어촌지역에서는 구도심 지역이 ‘최후의 빈집’으로 남게 된다. 주택 공급과 도시 확장도 빈집을 유발하지만 더 핵심적 원인은 수요, 즉 인구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인구변동으로 지방도시의 주택 수요가 도시를 더 이상 지탱하지 못하게 되면서 빈집이 번진다. 특히 젊은 인구가 사라진 여파가 크다. 임대시장을 뒷받침하는 젊은 인구는 빠져나가는데, 도시계획은 과거의 영광에 기대고 있을 경우 그 타격은 크다. 빈집이라고 해서 다 같은 형태는 아니다. 빈집에도 유형이 있다. 한국형 빈집은 법률적 근간에 따라 여러 층위로 나뉜다. 

먼저 지방의 농어촌형 빈집이 있다. 농가에 살던 고령층 주민이 사망하거나 이주하면서 빈집이 발생하게 된다. 많은 농어촌지방의 지방자치단체가 비어 있는 집을 전원주택으로 개조하거나 귀농 인구에게 알선하는 형태의 사업을 벌이고 있다. 농어촌정비법에 관련 조항이 마련돼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이들 농어촌이나 산골형 빈집은 귀농하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지는 않다. 귀농 인구 대다수가 고쳐 쓰기보다는 새로 짓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과거에 지은 집을 수선하는 것보다 최신 공법으로 짓는 게 더 경제성이 낫다고 판단하는 경우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 행정적 해결 미뤄지면 슬럼화는 가속화
1931년에 처음 등장한 ‘읍’은 한국 지방행정체계에서 중요한 거점지역으로 꼽혔다. 195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읍내는 지방의 상업 중심지이자 교통의 요충지였다. 그러나 오늘날 읍은 상업 중간거점으로서 역할이 퇴색했다. 소매유통업은 자연스럽게 몰락했으며, 교통수단의 발달로 인근 거점도시에서 의료서비스 등을 찾을 수 있다. 도농 혼합 지방도시의 부도심 역할을 맡던 읍 지역의 의미 자체가 쇠락한 셈이다.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빈집이 이렇게 광범위하게 늘어나는 현상은 구체적으로 도시에 어떤 문제를 불러올까. 부동산 시장에서 빈집은 주택 유동성을 제공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빈집이 동네에 초래하는 가장 큰 문제는 전염성이다. 처음에는 하나뿐인 빈집도, 차츰 그 수가 늘어가다 보면 동네 전체의 자산 가치를 떨어뜨린다. 빈집이 늘수록 지역 전체의 근린 환경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인근 가정에서 쓰레기를 투기하는 사례가 발생하며, 때때로 탈선이나 범죄에 악용되기도 한다. 생각지 못한 악취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빈집은 지방 곳곳에 방치된 ‘쓰레기 산’과 닮은 점이 많다. 사유지에 쓰레기를 쌓아올리면서 발생하는 악취와 화재 위험 등이 분명히 지역민에게 영향을 미치지만 지자체가 이를 강압적으로 해결하기란 쉽지 않다. 또한 빈집도 쓰레기 산처럼 지자체 마음대로 없애거나 개조하기 어렵다. 빈집은 사유지다. 집을 비우는 것도 원칙적으로는 소유주의 재산권 행사에 속한다. 빈집이 동네 주민들에게 심대한 악영향을 끼치기 전까지는 지자체 차원에서 철거를 권고하거나 해결을 강제할 만한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행정적인 해결이 미뤄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슬럼화는 가속화되고, 빈집은 번져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농산어촌지역의 빈집이나 폐교, 버려진 건물 등은 일종의 ‘징후’다. 빈집이나 폐교, 버려진 건물 등에는 해당 도시의 인구구성 문제, 일자리와 복지의 문제, 그리고 고령화 문제가 담겨 있다. 빈집은 가벼운 감기 증세와 닮았다는 비유가 여기서 기인한다. 단순 감기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 복잡한 호흡기 계통이나 내분비 계통에 이상이 생길 가능성도 있다. 도시가 건강하게 유지되고 있는지 판단하는 1차 척도인 셈이다. 따라서 지방도시형 빈집이나 폐교, 버려진 건물 등은 지방의 허약함을 보여주는 동시에 한국 사회의 수도권 집중화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현상이다. 인구를 지역에 잡아두는 이른바 ‘인구 댐 정책’이 사실상 실패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빈집이나 폐교, 버려진 건물 등이라는 신호로 위기를 보낸 우리나라의 지방도시, 다시 말해 농어촌과 산골지역에서 다시 활로를 찾을 수 있을까. 지난 70여 년간 성장과 개발을 외치며 발전해온 우리나라의 도시정책에 농산어촌지역에서 현실적인 문제점으로 다가오는 빈집, 폐교, 버려진 건축물 등은 전에 없던 새로운 질문을 던지고 있는 현실이 됐다. 

■ 빈집 대응 위한 실질적 해결책 못 만들어 
빈집이나 폐교, 버려진 건물 등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처음 대두된 것은 2010년대 들어서 부터다. 빈집의 경우 정의부터 논란이었다. 허물어지고 버려진 폐가만 빈집일까? 별장처럼 사람이 가끔 드나드는 집은 빈집이라고 볼 수 있을까? 지난 2017년 ‘빈집 및 소규모 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이하 빈집 특례법)’이 제정되고 나서야 합의된 기준이 생겨났다. “자치단체장이 거주 또는 사용 여부를 확인한 날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 또는 사용하지 아니하는 주택”, 즉 지자체장이 집이 비어 있다는 것을 1년 동안 확인한 후에야 공인되는 개념이다. 빈집 특례법이 제정되면서 빈집 해결 및 정비를 위한 법률적인 틀은 마련할 수 있게 됐다. 빈집 특례법 아래서 빈집 해결 주체는 어디까지나 지방자치단체장이다. 시장이나 군수, 구청장 등이 빈집 여부를 판정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하는데, 이는 빈집을 집계하고 판별하는 데 행정력(인력과 예산)을 쏟아야 한다는 걸 의미한다. 지자체장이 나서서 빈집을 지정하는 단계를 거쳐야 빈집 정비사업을 벌이고, 철거나 효율적 관리를 도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은 근거만 제공할 뿐 사실상 빈집 대응 정책은 각 지자체의 행정 역량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고령화로 인한 사회 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일본의 상황이 우리나라에도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에 다라 빈집이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빈집의 개념은 법률상으로 여러 가지 정의에 따라 다양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특례법’이나 ‘건축법’ 등 각 법의 입법 목적에 따라 빈집에 대한 정의가 상이하다는 점이다. 그 중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에 의하면 빈집은 특별자치시장, 특별자치도지사, 시장 군수 도는 자치구의 구청장이 거주 또는 사용여부를 확인한 날부터 1년 이상 아무도 거주하지 아니하는 주택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이 중에서도 예외로 빈집으로 보지 않는 사항도 많으며, 이러한 복잡한 개념과 법령에 의해 빈집의 추이 및 현황을 통계 내기란 사실상 어려운 실정이다. 이로 인해 정부가 증가해가는 빈집에 대응하기 위한 실질적인 해결책을 만들어내지 못하고 있으며 특정지역의 슬럼화가 점점 진행되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농산어촌의 빈집과 폐교, 버려진 건물 등의 활용가치가 다양해지면서 이를 이용하려는 도시민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폐교, 버려진 건물, 빈집 등을 바로 옆에 두고 사는 지역의 농산어촌지역의 주민들은 도시민을 상대로 한 정보서비스와 정보사업에서 뒷전으로 밀리고 있다. 세일즈 할 상품의 주인은 정작 농어업인들임에도 부동산 중개업자나 개발업자들에게 자리를 선점당해 있는 것이다. 더욱이 빈집과 폐교는 바로 농민들이 살던 집이고 농민의 자녀가 다니던 학교라는 점에서 농어민들도 모르게 개발되고 활용될 경우, 농어민들이 느낄 정신적 허탈감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따라서 무엇보다 지역 농어업인들이 폐교와 빈집 등의 다양한 활용가치를 인식하고 정보제공과 중개과정에서 얻어지는 경제적 수익을 지역주민의 것으로 하려는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농어업의 경영에만 신경 쓸 것이 아니라 지역사회 공동체의 주체로서, 지역개발과 지역자원 전체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나아가 자기가 사는 지역의 문제인 만큼 빈집이나 폐교, 버려진 건물 등의 개발·활용의 방향에 대해서도 지역여건과 지역주민을 고려한 대책이 우선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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