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치한 보물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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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한 보물①
  • 범상스님 칼럼·독자위원
  • 승인 2012.03.22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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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1일, 아침 일찍 결성에 위치한 만해생가지와 만해사(卍海祠)를 향했다. 이번 3·1절 참배는 다섯 번째로 홍성에 거주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며, 평소에도 가끔씩 찾는 곳이다. 갈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이번에도 여지없이 축산분뇨냄새는 민족의 성지를 찾았다는 경건함을 불쾌감으로 바꾸어 놓기에 충분했다.
이것은 홍성의 미래 발전이라는 공동의 이익을 위하여 군민 모두가 마음을 열어 논의해야할 문제이며,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필자는 농사꾼의 아들로서 인분과 두엄을 내어서 밭을 가꾸었고, 같은 지붕아래 외양간이 있어 소와 함께 살아왔다. 비록 이러한 경험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농촌에서 거름이나 분뇨 냄새를 문제 삼는다면 몰상식에 해당한다고 본다.

홍성을 배워가면서 가장 많이 듣는 소리가 역사적 인물이 많은 호국충절의 고향이다. 그리고 현재는 한국축산의 중심지이자 유기농의 선구적 역할을 하고 있는 고장이라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축산(농업)과 인물은 지방자치라는 정치구조에서 다른 지역과 경쟁할 수 있고, 이미 일정한 경쟁력을 갖추고 있는 가장 유리한 사업이라고 본다.

홍성군의 장기계획을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은 홍주성복원사업을 시작으로 ‘관광홍성’을 만들겠다는 정책을 펴고 있는 것으로 안다. 이러한 정책은 홍성군뿐만 아니라 인구의 절반이 서울경기에 집중되어 있는 현실에서 모든 지방자치단체들의 한결같은 고민이자 유일한 대안이다. 다시 말하면 농어촌공동화를 겪고 있는 지방자치단체들이 서울경기사람들을 유치하기 위해서 엄청난 경쟁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기회 있을 때마다 전문가나 서울경기의 지인들에게 이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물어보곤 한다. 관광은 크게 ‘보는 것(자연)’, ‘먹는 것’, ‘체험’, ‘앎(역사·문화)’ 등이라 할 수 있다. 이 네 가지 중에서 다른 지역과 약간의 경쟁력을 갖춘 것이 ‘홍성한우’와 ‘토굴새우젓’이다. 그런데 ‘한우’라고 대답하는 3/1가량이 ‘횡성한우’와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며, ‘토굴새우젓’은 또다시 강경에 밀리고 있고, 의외로 지진이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많이 가지고 있다. 비록 이것이 연구와 조사를 거친 정확한 결과가 아니라 할지라도 현실과 비교해보면 그리 틀리지 않는 것 같다.

앞서 말한 관광의 4가지 요소 중에서 가장 많이 선호하고 손쉬운 ‘보는 것’은 경쟁력이 떨어진다. 그래서 우리도 성공했다고 평가 받는 ‘함평나비축제’와 같이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면 된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엄청난 비용이 들고 성공여부 역시 불투명하며, 서울에서 경춘선을 타고 갈 때 창밖으로 펼쳐지는 자연경관과 같은 아름다움은 만들 수 없기 때문에 그리 좋은 방법은 아니라고 본다.

그렇다고 볼거리를 아예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른 사업을 통하여 사람들을 오게 한 다음 용봉산, 남당리, 안면도, 덕산온천, 수덕사 등 주변에 관광지와 연계하여 어느 정도 욕구를 충족시켜 줄 수는 방안을 찾는 것이 현명하며, 그 중심에 홍성을 둔다면 다른 지역의 자원이 곧 홍성의 관광자원이 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지역자원의 연계라는 입장에서 현재 안면도로 빠지는 도로에 홍성을 알리는 광고판들이 집중되어 있다. 그러나 그 효과는 미미하여 안면도에 서 놀다가 시간이 허락하면 잠시 홍성을 들러서 가는 형태이다.

필자가 말하는 지역연계는 들러도 그만 안 들러도 그만이 아니라 최소한 “안면도에 갔다가 홍성한우 먹지 않고 왔다면 같다 왔다고 말하지 말라”든지 아니면 어찌 한국 사람이 “안면도까지 갔다 오면서 독립운동의 성지인 홍성을 그냥 지나칠 수 있단 말이오! 한국사람 맞소!” 정도는 되어야 하며, 이러한 노력으로 점차 주변지역의 관광중심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홍성은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먹는 것’, ‘체험’, ‘앎’이라는 3가지를 중점으로 발전시켜 나가야 하며, 새로운 것을 모색하기 보다는 현재의 것을 개선 발전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본다. 강원도가 아름다운 자연환경을 가졌다면 홍성은 물난리가 적어 비교적 수확이 일정한 비옥한 농토와 풍요로운 바다를 가졌다.

좀 엉뚱하게 들릴지 몰라도 ‘충청도 양반’이라는 말은 비옥한 농토와 풍요로운 바다와 같은 말이다. 왜냐하면 농산물이 대부분의 국가조세를 차지하던 농경사회에서는 비옥한 농토는 경제이자 권력이었기 때문이다. 예나 지금이나 자녀를 키우는 데는 엄청난 경제력이 소요되며, 힘 있는 사람들이 좋은 땅에 사는 것이 세상의 이치이다. 이것은 한성백제와 동시대의 궁중유물이 결성에서 출토된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홍성이 가지는 또 다른(현재 관광의 볼거리와 다른) 지리적 환경적 특성과 중요성을 말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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