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 ‘배바우’마을신문, 창간 12년 만에 발행 중단 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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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천 ‘배바우’마을신문, 창간 12년 만에 발행 중단 위기?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0.09.27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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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미디어 마을신문, 동네를 바꾼다 〈7〉
옥천 안남면 주민들이 제작하는 ‘배바우’는 마을신문인데도 과감한 편집을 통해 주민자치와 지역공동체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옥천군 안남면, 주민자치 1번지로 농촌개발의 현장에서 주목받는 곳
주민자치조직 지역발전위원회 중심, 행정과 생활문화공동체 어우러져
인구 1400여명의 안남면 ‘배바우’마을신문 3000부 발행, 전국 곳곳에
주민지원사업비 집행적절성 조사로 발행하던 마을신문 제작 가로막혀

 

옥천은 대청호를 품고 있는 대전 동쪽의 평범한 군 지역이다. 그 중에서도 안남면은 옥천군의 9개 읍·면 중에서도 가장 작은, 지난 8월말 현재 인구 1428명의 자그마한 농촌이다. 이런 안남면이 시나브로 ‘주민자치 1번지’이자, 농촌개발 현장에서 주목받는 사례로 떠오른 곳이다. 안남면에는 다른 면에는 없는 특별한 게 참으로 많다. 안남어머니학교, 배바우작은도서관, 마을 순환버스, 배바우장터, ‘배바우’마을신문 등 모두 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 살맛나는 지역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며 만들어낸 것들이다.

지난 2006년 구성된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는 안남면 주민자치의 정점이다. 이는 주민 스스로 면의 대소사를 의논하고 집행하는 일종의 면단위 ‘주민평의회’다. 다시 말하면 안남면의 ‘국회나 의회’인 셈이다. 마을 이장과 열두 개 마을 주민들이 추천한 마을위원, 그리고 이 스물네 명이 뽑은 안남면 일꾼 열두 명, 모두 서른여섯 명이 주민평의회 구성원이다. 마치 상원과 하원,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적절하게 배치한 것 같은 지역발전위원회는 한 달에 한번 씩 모여 안남의 모든 일을 같이 머리를 맞대고 논의한다. 교육도 스스로 꾸리고 예산도 스스로 집행한다.

안남면은 대청호 수변지역이어서 매년 대청호 하류지역의 물이용 부담금으로 상류지역 주민지원사업비를 받는다. 안남면은 주민들의 합의로 그 돈의 30%인 매년 1억 5000만 원 가량을 모아 안남면의 미래를 위한 종자돈으로 쓰기로 결정하고 계획을 세워나갔다. 그것을 집행하기 위한 도구로 지역발전위원회라는 조직을 만든 것이다. 안남면의 이런 행보는 자치단체와 금강유역환경청의 정책을 견인한다. 옥천군과 금강역환경청은 매년 집집마다 나눠주던 돈 일부를 모아 지역발전에 쓰도록 방침을 정했다. 이는 옥천군에서 시작한 주민참여예산제보다 4년여 앞선 시도다. 별도로 지역회의를 구성하거나 이장협의회나 주민자치위원회가 대행하는 다른 읍·면과 달리 안남면에서는 지역발전위원회가 자연스레 주민참여예산 지역회의로 기능한다. 매년 1억여원이 넘는 대단위 주민지원사업비를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에서 스스로 결정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안남면 농업·농촌 중장기 계획’을 세운 일이다.

안남면 주민들은 면단위 주민자치조직인 지역발전위원회를 중심으로 주민자치위원회 등 행정조직과, 배바우공동체를 비롯한 경제공동체, 어머니학교와 작은도서관 등 생활문화공동체가 어우러져 동심원을 그리며 살아간다. 주민자치와 지역공동체를 두 축의 화두로 삼아 생활 속에서 실천을 고민하는 안남면의 사례는 주민자치가 지역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 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안남면은 지난 2018년 기초생활거점육성사업에도 선정돼 5년간 40억 원 규모의 사업을 진행한다. 여기에는 지역의 숙원인 마을목욕탕을 비롯해 문화·복지 생활기반 시설을 확충하고, 정주여건 개선과 면소재지 기능을 강화하는 사업이 펼쳐진다.
 

옥천 안남면 주민들이 제작하는 ‘배바우’는 마을신문인데도 과감한 편집을 통해 주민자치와 지역공동체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 마을주민들 기자로 활동하며 신문 제작
‘배바우’마을신문의 시작은 배바우 도서관 소식지를 만들게 된 것이 출발점이었다. 지난 2008년 4월 25일 A4 용지 크기 8쪽으로 배바우 소식지가 만들어졌다. 당시 배바우 도서관 예산을 활용해 소식지를 만들면서 단순히 도서관 소식만 담는 게 아니라 마을 소식을 담아내기로 했다. 당시 발행한 소식지에는 도서관 소식을 비롯해 안남어머니학교 어머니들 이야기, 농산물 판매 소식, 출향인들이 보낸 편지, 안남초등학교와 안내중학교 학생 기자들이 전하는 학교 소식 등 다양한 소식이 실렸다.

소식지 배바우는 2008년 4월호부터 11월호까지 발행하다가 한동안 발행을 못했는데, 도서관 예산이 모자랐기 때문이다. 지난 2011년 9월 5일 다시 소식지를 만들었고, 2012년 2월호부터는 타블로이드판으로 판형을 바꾸고 본격적인 신문 형식을 갖춰 발행했다. 한 달에 한 번씩 발행하는 ‘배바우’마을신문은 마을주민들이 기자로 활동하며 신문을 직접 만든다. 마을주민 기자들이 직접 취재하고, 기사를 쓰고, 기사가 모이면 신문 편집을 하고 교정회의를 거쳐 인쇄를 한다. 인쇄를 마쳐 발행된 신문은 안남어머니학교 어머니들이 모여 우편발송을 위한 띠지작업을 한다. 신문 제작에 지역주민 모두가 함께 협력을 하는 것이다. ‘배바우’마을신문은 우편으로 마을 곳곳과 출향인 등 신문을 받아보기 원하는 사람들에게 배달된다. 안남면의 인구는 1400여명이지만 ‘배바우’마을신문은 3000부를 찍는다. 안남면 외부로 나가는 부수도 꽤 많기 때문이다. ‘배바우’마을신문을 통해 안남면의 마을 소식이 전국 곳곳으로 퍼져 나가면서 마을을 알리는 데도 큰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옥천 안남면 주민들이 제작하는 ‘배바우’는 마을신문인데도 과감한 편집을 통해 주민자치와 지역공동체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 마을신문 발행, 아직은 희망이 있다
하지만 올해부터 ‘배바우’마을신문의 발행에 문제가 생겼다.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는 지난 2011년 ‘배바우’마을신문 재 창간을 시작으로 지난해 연말까지 마을신문을 빠짐없이 제작해 왔다. 마을신문이 주민들의 소통을 높여 공동체 활성화에 기여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래서 안남면 대단위주민지원사업비 일부로 마을신문 제작 예산을 충당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와 옥천신문 보도에 따르면 국무조정실 감사로 시작된 주민지원사업비 집행 적절성 조사로 수년째 만들어 오던 마을신문 제작이 가로막혔다는 것이다. 표면적인 이유는 한 법인에 연속해서 사업을 준 것이 문제라 지적했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일회성 사업에 주민지원사업비를 집행하는 것을 부정 평가했다는 보도다. 배바우 마을신문은 컨설팅 용역 예산 일부로 만들어 졌기 때문이다. 마을신문 제작과 배바우작은도서관 운영 등에 2000만 원, 안남면 발전계획 수립 등 컨설팅에 2000만 원씩 개별 발주해 왔는데 이 부분을 문제로 지적했다는 것이다.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는 하반기에 진행할 기초생활거점육성사업의 주민역량강화 일환으로 신문 제작을 이어갈 계획인 것으로 전했다. 마을신문의 필요성과 제작의지를 밝히고 있는데, 이와는 별개로 주민지원사업의 목적에 대한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마을신문은 마을기자가 직접 마을소식을 담아내기 때문에 공동체 활성화를 위한 중요사업이라고 보는 주민들과 소모적인 일회성 사업이라 평가하는 집행기관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 언제든 이 같은 상황이 되풀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대청호 규제개선 용역에 이 같은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사정으로 발행이 일시 중단된 배바우 마을신문의 제작과 발행이 다시 이어지기를 주민들은 희망하고 있다. 안남면지역발전위원회는 주민지원사업의 개선과는 별개로 배바우 마을신문의 제작을 위한 작업에 들어간다는 의지를 밝히고 있다는 희망 섞인 전망이다. 이미 예산을 확보해 놓은 안남면 기초생활거점육성사업의 주민역량강화 일환으로 마을신문의 제작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기 때문에 희망적인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것. 마을과 주민들의 희망이다.

이렇듯 마을신문이라는 특성이 아주 잘 반영될 수 있는 곳이 바로 ‘동네’다. 출발지점에서의 성격이 ‘마을 공동체’이다보니 마을신문을 대하는 사람들은 따뜻한 동네신문, 동네사람들을 위한 신문, 마을소식을 전달하는 신문, 그리고 이웃과 이웃을 이어주는 신문으로의 가치를 우선 생각하기 마련이다. 마을신문이 매체적 특성으로 동네에 적당한 이유는 비용대비 효과 면에서도 유리하다는 점이다. 마을신문이 가지고 있는 자원봉사적 가치에 기반한 공동체 운동의 영역에서의 특성이기 때문이다. 마을신문은 옥천 안남면의 ‘배바우’마을신문에서 보듯이 적어도 마을에서만큼은 그 어떤 매체보다 많은 수량이 배포되면서 영향력이 그 동네, 그 지역에서는 최고라는 점이다. 마을신문이 발행될 때 마다 수십 명의 동네 사람들이 참여하게 됨으로써 지역 내에서의 폭발적인 영향력을 갖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마을신문은 주민화합의 계기와 마을의 문화 창달을 위해서도 마을 공동체의 기반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기획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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