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의 도시정체성은 ‘천년왕도 역사문화 원류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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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의 도시정체성은 ‘천년왕도 역사문화 원류도시’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0.09.2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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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의 역사를 담은 땅, 지역의 정체성과 미래를 묻다 〈4〉
경주 대릉원에서 본 경주시 전경.

경주의 정체성은 역사의 깊이만큼이나 다양, 고유한 개성 이뤄
경주의 가치는 신라 천년의 왕도로 ‘한국 역사문화의 원류도시’
최근 구도심 중심으로 젊은 청년들이 주체가 돼 상권 다시 부흥
과거와 미래 잇는 문화융성도시, 활기 넘치는 생태관광도시 제시

 

경주는 천년 신라의 고도라 불리며 관광 도시로 많은 사람들의 추억을 함께 해오고 있다. 오랜 세월에 걸쳐 생성된 고유의 역사 환경, 수많은 유적들과 정신은 관광자원으로 활용되며 역사도시의 정체성을 만들어 왔다. 특히 불국사, 석굴암, 첨성대, 고분 등의 신라 유적들은 사람들에게 가장 인상 깊게 다가오며 경주를 상징하고 있다. 이는 경주를 대표하는 상징물인 동시에 역사문화도시조성사업의 토대가 돼 경주에 역사적 가치를 더하고 있다.

경주의 정체성은 현대성, 지리적·경제적 속성, 역사성, 문화적 속성 등으로 다시 나눠 볼 수 있다. 보문관광단지와 경주엑스포공원 같은 관광 인프라와 한국수력원자력 본사 이전에 따른 에너지클러스터는 비교적 현대적 이미지의 경주를 떠올리게 한다. 경주의 정체성은 역사의 깊이만큼이나 다양하고, 각각의 정체성들이 경주의 고유한 개성을 이루고 있다. 경주가 지닌 다양한 가치들 중에서도 주를 이루는 것은 여전히 역사와 문화적 속성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역사적 자원을 복원, 정비하는 사업이 곳곳에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또 새로이 생겨나는 관광자원도 역사를 바탕으로 한 것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도시정체성이 경주의 모든 주민들에게 이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경주 도심의 정비는 옛 신라의 왕경과 읍성의 모습을 재현하면서 도시의 원형을 찾아가지만, 시민들은 재산권의 침해로 인한 경제적 손실과 주거 환경의 낙후라는 문제를 겪고 있다. 또한 관광 인프라의 투자와 정비가 보문관광단지를 비롯한 새로운 지역에 집중되면서 구도심 상권의 낙후로 이어진 까닭에 상인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 유적이나 지명의 명칭 바로 잡는다
경주의 최대 자산은 천년왕도의 역사문화유산이라는데 모두 공감할 것이다.
문화재청과 경상북도 그리고 경주시는 지난 2013년 10월 협약을 맺고 신라 왕경 핵심유적 월성(月城), 황룡사, 동궁과 월지, 월정교, 대릉원 일원(쪽샘 등), 대형고분, 신라왕경 중심구역 방, 첨성대 등 8개를 2025년까지 국비 6615억 원, 지방비 2835억 원 등 총 9450억 원을 들여 복원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이 사업의 목표는 신라왕경 골격 복원을 통한 천년고도 경주의 정체성 회복과 역사문화 자원의 가치 증진을 비롯한 적극적 활용기반 구축이며 사업기간은 지난 2014년부터 2025년까지 12년간이다. 핵심 유적 가운데 월성은 신라의 정전이 있던 곳이라는 점에서 월성이 ‘월성원자력발전소’ 명칭에 사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원자력이 갖는 부정적 인상이 지역의 역사문화적 가치를 훼손할 우려가 있기 때문에 이제는 이를 해소하는데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라는 공감대에서 출발했다.

경주의 가치는 신라 천년 왕도로 ‘한국 역사문화의 원류도시’ 다시 말해서 한국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영원한 고향인 것이다. 1000년간 경영됐던 신라의 역사와 문화는 신라가 폐망한 뒤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하게 사라져 가면서 역사문화유적은 점차 폐허가 되고 변질된 이름을 갖게 됐다. 그것이 바로 반월성이요, 안압지요, 심지어 지역의 이름인 경주 등이다. 신라 왕경 복원의 기초사업 중 하나는 바로 유적이나 지명의 명칭을 바르게 하는 일이다. 현재 동궁(東宮)과 월지(月池)는 얼마 전까지 바로 안압지(雁鴨池)라고 불리던 곳이다. 안압지라 함은 조선시대를 지나면서 기러기나 오리가 날아드는 폐허의 쓸쓸한 표현으로 보인다. 1970년 전반 무렵 안압지는 정말 그러한 모습이었을 것이다. 1975년 준설과 발굴조사를 통해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고 전한다. 동궁과 월지는 삼국사기에 신라 문무왕(文武王) 14년(674)에 창건하고 679년에 장엄한 중수가 있었으며, 예장왕 5년에 군신이 연회를 베풀었고, 931년 경순왕(敬順王)은 연회에서 고려 태조 왕건(王建)에게 신라의 위기를 호소하고 고려에 합병을 요청한 역사 기록이 있다. 

월성(月城)도 역사 기록을 기초로 신라왕궁의 정전인 조원전(朝元殿) 등이 있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반월성(半月城)으로 불리던 것을 바로 잡은 것이다. 경주지역은 진한12국 가운데 사로국(斯盧國)이라 불렸다. 공력전(BCE) 57년 이래로 서라벌 또는 계림으로 부르다가 고려 태조 18년(935년)에 지금의 경주(慶州)로 바뀐다. 그 뒤 987년에 동경(東京)으로, 다시 1012년에 경주로, 그리고 1308년 계림부로 바뀐다. 조선시대에는 1413년 경주부로 1895년 경주군으로 바뀐다. 1931년 경주군 경주면이 읍으로 승격되고 1955년 경주읍이 경주시로 승격되면서 경주군은 월성군으로 분리된다. 그리고 1989년 월성군은 경주군으로 회복되지만 1995년 경주시와 경주군이 경주시로 통합하게 됐다. 
 

■ 이천년 역사문화도시의 정체성 살린다
최근 구도심을 중심으로 젊은 청년들이 주체가 돼 상권을 다시 부흥시키는 것이 일종의 도시재생 방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기존의 오래된 술집과 점집들이 주를 이루던 경주의 황남동 일대도 20~30대 청년들을 중심으로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경주의 청년들은 서울의 경리단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이곳 골목길 일대에 ‘황리단길’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다양한 콘텐츠들로 구성된 상권을 새롭게 만들어내고 있다. 카페, 식당, 책방, 공방과 같은 다소 평범할 수 있는 가게들이 한 골목에 모여 있는 황리단길은 여느 동네와는 다른 개성 있는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부분의 가게들은 낡은 외부를 거의 변형하지 않고, 최대한 그대로 살려 빈티지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다. 황리단길의 가게들은 저마다 다른 콘셉트를 통해 운영되면서 저마다 다양한 개성을 자랑한다.

황리단길이 생겨나면서 경주를 찾는 젊은 관광객들에게도 큰 영향을 주고 있다. 기존의 젊은 관광객들은 주로 보문관광단지의 리조트나 펜션 등을 이용하며 주변의 시설들을 이용해왔다. 하지만 최근에는 SNS를 중심으로 황리단길의 숨은 가게들을 찾아나서는 것이 경주 관광의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1960~70년대의 낡고 나지막한 옛 건물들이 주를 이루는 동네에 하나둘 생겨나기 시작하고 있는 ‘핫플레이스’들은 젊은 층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경주를 찾는 또 하나의 이유가 된 것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지역 고유의 자연환경과 역사, 문화를 아우르는 특색 있는 경관을 창출하는 도시 재생에 힘을 쏟고 있다. 문화재 지정으로 인해 시민들의 재산권을 제한하지 않는 범위에서 아름답고 쾌적한 경관을 갖춘 역사문화도시로 도약하는 기반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경주시는 도시경관의 미래상을 과거와 미래를 잇는 문화융성도시, 활기 넘치는 생태관광도시를 제시한다. 역사와 문화 가치를 반영한 도시재생 기준을 마련하고 도심 활성화로 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킨다는 목표다. 특히 신라 왕경(王京·옛 서라벌의 중심부) 핵심유적 복원에 힘을 쏟고 있다. 2025년까지 궁궐과 전각 등을 원형에 가깝게 복원하는 이 사업은 경주의 모습을 바꾸고 도시 위상과 관광 가치를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를 통해 ‘이천년 고도 경주의 부활’이라는 비전을 실현하겠다는 복안이다. 원도심인 경주역 광장과 성동시장 일대가 포함된 황오동 일원을 중심으로 침체화가 가속되는 구도심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고, 각종 문화재 보호로 인한 개발제약을 극복하는 지속가능한 도시재생 기반을 구축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라는 설명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이천년이 넘는 역사의 흔적이 켜켜이 쌓인 역사문화도시의 정체성을 분명이 하면서 균형 잡힌 미래지향적 도시로 나아갈 경주의 원도심 도시재생 뉴딜사업의핵심전략들을 통해 새로운 천년을 여는 경주의 새 얼굴을 하나씩 완성해 세계적인 국제도시로 도약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히며 “구도심과 신도심의 균형 있는 발전은 미래 경주를 위해서 정말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새로운 콘텐츠를 보강해 도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가는 혁신적인 도시발전플랜이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긴 세월을 두고 지속 가능하게 하는 일이야말로, 진정 경주가 나아가야할 미래도시의 방향은 아닐까?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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