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여성인권과 문화예술이 꽃피는 공간으로 재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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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여성인권과 문화예술이 꽃피는 공간으로 재생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0.10.18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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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역사도시, 홍성도심재생 젊은 문화도시가 답이다 〈8〉
왼쪽부터 장근범 사진 작가, 물결서사 대표를 맡고 있는 임주아 시문학 작가(33), 고형숙 동양화 작가. 

성매매업소 폐·공가 문화예술 공간 조성 ‘서노송예술촌프로젝트’ 추진
 “서노송예술촌 문화재생 상징적인 공간, 민·관 함께 추진해 나갈 계획”
‘사람·생태·문화’가 살아있는 전주형 도시재생사업 구도심 곳곳서 추진
선미촌, 예술가·주민들이 힘을 모아 ‘물결서사’ 등 문화공간으로 변화

전북 전주의 대표적 성매매 집결지였던 덕진구 서노송동의 일명 ‘선미촌’이 어두운 이미지를 벗고 문화·예술촌으로 탈바꿈을 시도하고 있어 결과가 주목된다. 전주시에 따르면 민·관은 올해를 ‘선미촌 성매매 종식의 원년’으로 삼고 문화·예술 인프라를 확충해 성 평등과 인권이 함께하는 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선미촌 2.0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한다는 설명이다. 전주시와 각종 단체가 참여해 2014년 발족한 ‘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는 그동안 성매매 집결지를 강제철거 방식이 아닌 점진적 문화재생을 통해 인권과 문화예술의 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물결서사 전경. 

■‘다시 보고 새로 쓰다’ 선미촌 2.0프로젝트
1960년대 이후 서노송동 일대 주택가에 형성된 선미촌에는 한때 100여개 업소에 400여 명의 여성이 소속됐으나,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 시행 이후 80여개 업소, 100여명으로 급감했다가 도시재생사업 등으로 지금은 15개 업소, 20여명으로 크게 줄었다고 한다. 여기엔 전주시가 성매매업소 중 폐·공가를 사들여 문화예술 공간으로 조성하는 등 총 74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해 문화 재생사업인 ‘서노송 예술촌 프로젝트’를 추진한 것이 한몫했다. 이 공간에는 물결서사(예술책방), 시티가든(마을 정원), 성 평등 전주커먼즈필드(주민협력 소통공간), 노송늬우스박물관(마을사 박물관) 등이 들어섰다. 

물결서사 내부 전경.

민관협의회는 1차 프로젝트가 마무리됨에 따라 ‘선미촌 2.0 프로젝트’를 통해 성매매 억제와 집결지 해체를 위해 압박 수위를 한층 높일 계획이다. 어두침침한 골목길에 가로등을 설치하고 가로수를 심는 한편 불법 주정차 단속카메라와 방범용 폐쇄회로(CCTV) 설치 등을 통해 이용자를 압박하기로 했다. 또 주민들이 활발하게 활동하도록 커뮤니티 공간을 확충하고 소규모 공영주차장 설치와 작은도서관도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특히 전주지방검찰청과 완산경찰서, 전주세무서, 완산소방서 등과 공조해 성매매와 업소 탈세 여부, 불법 건축물의 소방법 위반 행위 등 단속 활동을 강화할 방침이다. 성매매 여성을 위한 자활사업도 지속해서 지원할 방침이다. 

조선희 선미촌정비민관협의회 민간위원장은 “올해는 ‘성매매 집결지 완전 폐쇄’를 목표로 민·관이 협력해 달려갈 것”이라면서 “서노송예술촌의 도약을 위해 성 평등과 예술, 마을공동체 회복을 향해 새로운 걸음을 내디딜 것”이라고 말했다.
신계숙 전주시 사회연대지원단장은 “선미촌의 선입견을 벗고 서노송예술촌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 본다는 의미의 ‘다시 보고 새로 쓰다’를 선미촌 2.0 프로젝트의 슬로건으로 정한 만큼 새로운 역사를 써 나갈 것”이라며 “서노송예술촌이 문화재생의 상징적인 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민·관과 함께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 전주형 ‘사람·생태·문화’ 도시재생사업
전주시가 지켜온 도시의 본질적 가치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혁신을 일으키며 대한민국 도시혁신의 전진기지 전주를 알리고 있다. 특히 오래된 공간이 가진 전주다운 기억들을 각기 다른 모습으로 재생해내며 대한민국은 물론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전주시는 현재 ‘사람·생태·문화’가 살아있는 전주형 도시재생사업을 구도심 곳곳에서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6년 국가공모에 선정된 △‘전통문화 중심의 도시재생’(총사업비 190억 원)을 비롯해, 2017년의 △‘서학동예술마을 도시재생’(총사업비 172억 원), 2018년 △‘전주역세권 혁신성장 르네상스’(총사업비 300억 원) △‘용머리 여의주마을도시재생’(총사업비 75억 원) 등 4개의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성매매 집결지인 ‘선미촌’내 폐공가와 성매매업소를 문화적 도시재생으로 ‘인권’과 ‘예술’의 공간으로 탈바꿈 시키고 있는 △서노송예술촌 프로젝트(총사업비 83억원)와 지난해 12월 국토부 도시재생 인정사업 시범사업에 선정된 △‘별과 함께, 다가서당 프로젝트’(총사업비 17억 원) 등 구도심 곳곳에서 도시재생사업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전주 전통문화 중심의 도시재생사업은 구도심 100만평 아시아 문화심장터 프로젝트의 핵심 사업으로, 올해까지 중앙동과 풍남동, 노송동 등 구도심 일원(1.43㎢)의 침체된 원도심을 전통문화를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예술 거점을 조성한다. 그 일환으로 사업대상지 중 한 곳인 고물자 골목의 오래된 건물을 시에서 매입해 지역 주민들을 위한 공유공간을 조성했다. 시는 조성한 공유공간을 공유카페와 공유주방, 공동작업장 등으로 구성해 주민들과 함께하는 프로그램과 주민·지역 청년들이 함께 어울릴 수 있는 다양한 활동들을 진행한다.

또 ‘서학동 예술마을’은 2017년 도시재생 뉴딜 시범사업 지역으로 선정돼 국비 100억 원 등 172억 원을 규모의 도시재생 사업 추진이다. 전주시는 지역공동체 활성화, 골목상권 살리기, 생활 인프라 확충 등으로 쇠퇴한 근린지역 활성화와 지역 주민 삶의 질을 향상시키고 주민들이 스스로 개선하는 주거문화 확산을 기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노후 주거지 정비 △기초생활인프라 구축 △근린생활 상가재생 △행복플러스 센터 운영 △마을정원화 사업 △주민역량 강화사업 등을 추진한다.

전주시는 전주를 찾는 전체 관광객 중 절반 이상이 이용하는 전주역 일대를 이번 도시재생 뉴딜사업을 통해 전주역 주변 혁신거점 조성과 청년활력증진산업으로 부도심 기능을 회복시키고 있다. ‘전주역세권 도시재생 뉴딜사업’은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총 5년 동안 300억 원(국비 150억 원, 도비 25억 원, 시비 125억)을 투자해 △역세권 혁신거점 조성(혁신관광플랫폼, 복합환승장) △주민역량강화와 상생기반조성을 위한 사업을 추진. 또한, 전주역세권 도시재생 뉴딜사업의 부처협업사업 일환으로 추진하는 ‘VR(가상현실)과 AR(증강현실) 제작지원센터’ 조성 등이다. 이 사업은 침체된 전주 첫 마중권역의 경제 활력을 위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공모를 신청해 유치한 것으로, 도시재생사업과 타 부처사업이 연계한 협업사업의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지난 2018년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된 용머리 여의주마을(4만 9163㎡)은 노후 주택을 정비하고 마을 내 주차장과 진입로 등 기초생활 인프라를 확충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주민들의 생활 여건이 대폭 개선되고 주민 중심의 살기 좋은 마을로 탈바꿈하고 있다. 특히 이 지역은 30년 이상 노후건축물 비중이 마을 전체 가구의 80% 이상, 폭 4m미만 도로 54%, 공·폐가 19%, 도시가스 보급률 69% 등 정주환경이 매우 열악한 곳이다. 이에 오는 2021년까지 총 75억 원(국비 45억 원, 도비 7.5억 원, 시비 22.5억 원)을 투자해 △노후주택정비 △공공임대주택 공급 △녹지와 오픈스페이스 조성 △주민공동이용시설 건립 △주민역량강화 사업 등을 추진해 정주민의 주거복지 환경을 개선한다.

전주시는 지난 2014년부터 선미촌 한복판에 현장시청을 만들고 버려진 채 방치돼 있던 폐가와 공터, 성매매 업소였던 건물과 토지를 매입했다. 그리고 이곳을 예술가와 주민들이 힘을 모아 소규모 문화공간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물결서사’가 그중 하나다. 물결서사는 청년예술집단 ‘아티스트랩 물왕멀’이 운영하는 예술도서 전문서점이다. 폐자원 활용을 통해 미래 산업의 경쟁력을 키울 ‘새활용센터 다시봄(업사이클센터)’도 들어선다. 성평등과 자활 등 여성 관련 문제 해결을 위한 혁신 공간 ‘성평등 전주’도 들어섰다. 특히 지난해에는 전주시 선미촌 문화재생사업이 2019유네스코 지속가능발전교육인증서를 획득(한국위원회)하며, 성인권의 사각지대인 성매매집결지를 여성과 지역 중심의 문화예술공간으로 변화시킨 성공모델로 인정받기도 했다. 이는 성매매집결지 도시재생사업에 대한 유네스코의 최초 국내 인증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있다.

 


미/니/인/터/뷰/    장근범 작가

예술도서 전문서점 ‘물결서사’

장근범 작가가 물결서사의 탄생 과정과 주변 풍경을 아카이브 해놓은 타일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장근범 작가가 물결서사의 탄생 과정과 주변 풍경을 아카이브 해놓은 타일 작품을 설명하고 있다.

‘물결서사’는 시인, 영상, 성악, 회화, 한국화 등 다양한 분야의 20~30대 7명의 작가들이 요일별로 운영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중 4명의 작가는 전주 출신 작가들이며, 나머지 3명은 타지에서 활동을 위해 이곳으로 와서 정착한 사람들이다.

내부의 의자나 쇼파 등 주변의 폐업하는 매매업소에서 실제 사용되던 것들을 재활용 하고 있다. 2년 전부터 운영됐으며, 처음엔 국토부 사업으로 성매매촌이었던 이 곳을 예술촌으로 전환하면서 시작됐다. 문화·예술 관련 서적이 대부분이며, 도서 판매, 시인의 시를 담은 테이프, 자석 책갈피 등 작가들의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서점 한 칸엔 공유책방을 운영 중이다. 남는 책을 기부받기도 하고, 필요한 책을 가져가서 독서활동 하기도 한다. 서점 바로 앞에 미술관이 건립 중이며, 서서히 예술촌으로 바뀌는 주변 풍경을 통해 성매매 업소의 강제철거보다는 자발적인 폐업을 유도하고 있다. 이미 성매매 업소를 카페 등으로 업종을 변경하기도 했다. 우리는 성매매 업소를 ‘유리성’이라고 부르곤 한다. 보이지만 갈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다. 이 역시 무조건 감추고, 숨길 것이 아니라 책방을 찾는 사람들이 책방으로 오고가며 자연스럽게 유리성을 보고 간접적으로나마 경험을 하고, 이 경험을 통해 서로의 관점을 소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연스럽게 커피숍이나 냉면집 등 민간참여도 활발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처음 서점이 문을 연 2년 전에는 25~26곳의 성매매 업소가 운영 중이었으나. 1년 후에는 19곳으로, 지금은 10~11곳으로 자연스럽게 많이 없어졌다. 오는 12월쯤엔 아마도 대부분의 업소가 문을 닫지 않을까 예상해 본다. 국토교통부 사업을 통해 이곳에 서점이 탄생됐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만들어지는 것이 아닌 유지가 되는 것이다.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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