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의 빈집 14만 7000호,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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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의 빈집 14만 7000호,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다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0.10.19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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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빈집·폐건물, 공유경제 가치를 담다 〈7〉
빈집 활용을 통해 생겨난 진장 문화예술 플랫폼 ‘미리미동국’.

전국 빈집 중 9.7%인 14만 7000호가 경남지역에 있는 것으로 나타나
경남도내 빈집, 올해 연말까지 희망일자리사업과 연계 빈집실태조사
노후한 빈집과 빈 상가 등을 예술인들의 창작 작업 공간으로 재탄생
‘통영 폐조선소 도시재생사업’ 세계적인 모델로 만들겠다 목표로 진행

 

2019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전국의 빈집은 151만 8000호로 조사됐다. 2018년 기준 전국의 빈집 142만 호에 비해 5만 8000호 늘어나 6.9% 증가한 수치다. 2017년 기준 전국의 빈집은 126만 4707호였다. 인구주택총조사 때 빈집을 집계하기 시작한 지난 2000년 이후 전국 빈집 발생률은 매년 증가했다. 2000년 51만 3059호이던 것이 2015년 106만 9000호로 급증했고, 2019년에는 151만 8000호로 조사돼 2000년에 비해 100만 호가 늘었다. 

전국 광역시도 중 빈집이 가장 많은 지역은 경기도로 27만 9000호(18.4%)로 조사됐고, 경남이 14만 7000호(9.7%)로 그 다음을 차지했으며, 세 번째로 많은 지역은 경북 14만 4000호(9.5%)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전국 빈집 중 9.7%가 경남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8.4%를 차지한 경기도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9.5%의 경북도가 이어서 전국 세 번째로 많다. 2019년 기준 경남지역 총 주택 수 126만 6739호 중 9.7%(14만 7000호)가 빈집이라 2000년 총 주택 수 86만 1378호 중 빈집이 5.3%(4만 1000호)였던 것에 비하면 19년간 빈집 수는 10만 6000호가 증가했다.
 

도시재생 뉴딜사업에 선정된 신아조선소.

■ 경남, 2021년 빈집정보시스템 공개 계획
경상남도가 지역의 빈집에 대한 위치정보를 한눈에 알아볼 수 있는 GIS(지리정보시스템) 공간정보를 기반으로 한 ‘빈집정보시스템’을 구축한다. 상수도·전기사용량으로 추산한 경남도내 빈집은 1만 2600호 정도로, 경남도는 올해 연말까지 코로나19 희망일자리 사업과 연계해 빈집실태조사를 추진한다. 이후 현지 실태조사를 통해 빈집으로 최종 확정되면, 그에 대한 등급을 판정하고 조사결과를 분석해 오는 2021년 ‘빈집정보시스템’을 통해 공개할 계획이다.

경남도는 ‘빈집정보시스템’이 주차장, 공원, 임대주택 등 정부 정책에 활용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수요와 공급을 연계한 빈집뱅크 기능을 통해 셰어하우스, 창업 공간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쇠퇴한 원도심 지역의 유휴공간인 빈집을 활용해 시민과 지역예술가들이 함께하는 진장 문화예술 플랫폼 ‘미리미동국’이 문화적 장소로 재탄생돼 경남 밀양의 새로운 관광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12개의 방과 공유 전시공간으로 구성돼 있으며, 공가와 공가를 연결하는 인트로 로드를 구축해 옥외공간을 하나의 갤러리 화했다. 지붕은 문화 예술적 디자인을 접목해 진장둑에서 바라보는 마을의 전경을 공간적으로 디자인됐다. 이렇게 재탄생돼 진장 문화예술 플랫폼 ‘미리미동국’이 지난해 11월 개관됐다. 

미리미동국은 삼한시대 변한의 12국 중 하나였던 밀양의 옛 이름이다. 철이 풍부해 철제 농기구로 벼농사를 짓고 기름진 땅에 마, 뽕나무를 심어 풍요를 누리며 찬란한 문화의 꽃을 피웠다고 한다. 현재는 미술, 공예, 금속, 섬유, 도자기 등 각 분야 작가들이 입주해 공유 체험과 전시공간을 마련했다. 앞서 지난해 4월 이곳 진장마을이 문화체육관광부 공모사업인 ‘문화적 도시재생사업’에 ‘진장거리 문화예술의 진을 치다’라는 사업 명으로 응모해 선정됐다. 이 사업은 쇠퇴 지역 내 공공 이용이 가능한 공간에 시민과 소통하는 사회적 문화 활동 등을 통해 지역 활성화와 문화적 장소 가치를 형성하는 것이다. 우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밀양 진장 문화·예술의 거리 추진위원회를 결성, 노후한 빈집과 빈 상가 등을 예술인 창작 작업 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경남 밀양의 진장마을은 조선시대 밀양부 관아에 속한 조총부대 별포군의 주둔지였다. 이 지역 응천강 제방을 축조하기 전에는 강물이 자유로이 드나들며 강변이 마치 넓은 운동장같이 흘러 군사훈련장으로 안성맞춤이었다고 한다. 진장마을이라는 이름도 별포군이 ‘진을 치는 장소’라는 뜻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이곳 진장둑 야외무대부터 진장1길 카페까지 이어지는 골목길은 마을 역사와 주민들 삶의 이야기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벽화로 꾸몄다. 읍성 남문이나 고지도 속 밀양, 활 쏘는 용맹한 별포군, 마을에서 실제로 30년 이상 거주한 할머니들, 공부하는 하숙생 등 옛 추억을 담은 벽화를 그려 걷는 재미를 더했다. 이처럼 다양한 포토 존이 준비돼 밀양 시내 여행에 빠뜨릴 수 없는 명소로 부상하고 있다. 

■ 남해 돌창고프로젝트, 통영 폐조선소 르네상스
경남 남해의 창선대교를 지나 시문 사거리 방면으로 차로 20분 정도 가면 색다른 젊음의 공간을 만날수 있다. 1960년대 마을주민들이 쌀과 비료를 보관하던 양곡창고였는데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돌창고’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한 달 평균 2000여명의 방문객이 찾아오는 트렌디(앞서 가는)한 공간으로 거듭났다. 돌창고는 1970년대 남해대교가 준공되기도 전 월남 파병이 한창일 때 원주민들이 거친 청돌(자연석)을 이용해 쌓은 것이다. 낡고 볼품없는 건물이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된 것은 2년 전의 일이다.

한편 경남 통영시 미륵도 해안에는 수년 동안 방치된 신아SB조선소가 있다. 14만 5000㎡에 이르는 신아조선소와 주변을 세계적인 문화관광단지로 개발하는 ‘통영 폐조선소 도시재생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조선 산업 불황으로 침체된 지역경제를 도시재생을 통해 되살리는 ‘글로벌 통영 르네상스’ 프로젝트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경남도, 통영시가 정부의 도시재생 뉴딜사업과 연계해 추진한다. 이 재생사업은 폐업한 조선소를 재개발하는 우리나라 첫 사례이며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경제기반형 사업이다. 

통영시와 LH는 국제 공모로 사업 계획을 수립하는 등 폐조선소 재생의 세계적인 모델로 만들겠다는 목표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신아조선소는 한려해상국립공원 구역인 미륵도 북동쪽 바닷가에 있다. 조선 경기가 호황이던 10여년 전에는 5000여명의 근로자가 근무하며 수주잔량 기준 세계 16위에 오르기도 했다. 조선업 장기 불황에 부실 경영이 겹쳐 2015년 파산했고, 5000여명에 이르는 근로자가 실직했다. 조선소의 상징인 크레인은 흉물이 됐다. 조선소 주변 주거지와 상가도 빈집이 늘어 쇠락했다.
 
경남도와 통영시는 파산한 신아조선소 일대를 관광·문화 복합단지로 재개발하면 조선업 불황으로 침체된 지역 경제를 살리는 활력소가 될 것으로 판단, 2016년 LH에 폐조선소 도시재생 사업 검토를 제안했다. LH는 지난 2017년 10월 국토교통부에서 주관한 도시재생 뉴딜사업 공모에 공공기관 제안 방식으로 신아조선소 도시재생 사업을 신청해 선정됐다. 

신아조선소 재생사업은 조선소 부지와 주변 주거 지역 등 모두 51만㎡를 2026년까지 관광문화단지와 해양수변공원 등으로 조성하는 것이다. 예상 사업비는 민자를 포함해 1조 1041억 원이다. LH와 통영시가 공동으로 시행한다. LH는 조선소 부지 매입 등에 1200억 원을 투입했다. 정부에서도 2020억 원을 투입해 스페인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에 버금가는 국립미술관 조성 등 세계적인 문화공간 조성 사업을 지원한다. 민간에서 7404억 원을 투자해 아쿠아리움, 호텔, 쇼핑몰 등 관광·상업 시설을 건립한다. 재생사업이 마무리되면 폐조선소 일대가 바다를 낀 문화관광복합단지로 탈바꿈한다. 조선소 본관 건물은 신산업 업무 복합 시설로 단장된다. 높이 53m, 폭 60m에 이르는 골리앗 크레인을 비롯해 독 시설 등은 조선소 역사를 보여 주는 관광 시설로 활용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통영시는 인구도 꾸준히 유입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946년에 설립된 신아조선소는 중형조선소로는 세계10대 조선소에 포함될 정도로 한때 통영의 경제를 견인했으나, 조선업 침체에 따라 2015년 11월에 파산했다. 2018년 4월 LH에서 신아조선소 부지를 매입했으며, 7월 경남도-통영시-LH 간 통영 폐조선소 재생 기본협약을 체결, 9월 국제공모를 통해 마스터플랜 수립하고 6년간 사업을 추진해 2023년 완료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에 기존 본관 건물을 리모델링해 리스타트 플랫폼을 개소했고, 현재 폐조선소 부지 개발계획과 주변 주거지의 공간시설에 대한 실시설계와 보상을 진행 중이다. 최근 글로벌 문화·관광거점 조성이라는 비전에 맞춰 한국예술종합학교(K-Arts)의 예술영재육성사업을 유치했다.

강석주 통영시장은 “폐조선소 재생사업 전국 첫 사례인 신아조선소 재생사업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성공적인 사업이 될 수 있도록 최대한 지원하겠다”는 약속을 밝혔다.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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