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양동 주민들 이야기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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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양동 주민들 이야기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0.11.02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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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뿌리미디어 마을신문, 동네를 바꾼다 〈11〉
2020년 8월 5일자 제84호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

열여덟 명의 주민들이 의기투합해 ‘마을신문’을 만들기 시작해
직접 취재한 이웃들의 소소한 미담사례, 지역·동네소식 등 담아
아름다운 사람들의 향기를 널리 전해보자는 뜻에서 이름 정해
풀뿌리마을미디어 활성화 위한 ‘동구 마을미디어지원조례’제정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은 대전 동구 자양동 주민들의 이야기를 지난 8년 동안 꾸준히 담아내고 있는 마을신문이다.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은 지난 2013년 9월 2일 창간호를 발행했다. 지난 2000년에 설립한 봉사모임인 ‘사랑나눔회’가 그 모태라 할 수 있다. 마을신문을 만드는 구성원들은 대전형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에 관해 알게 되면서 ‘마을신문’을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이때 열여덟 명의 주민이 의기투합해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을 만들기 시작했다고 한다. 2015년 7월에 대전발전연구원에서 발기인대회 겸 발대식을 갖고 곧바로 제1기 기자교육을 실시했는데, 시민기자와 어린이기자 52명이 교육을 마쳤다. 2016년 기자교육을 통해 20명이 교육을 마쳤다. 이들 1기와 2기 기자들 70여명이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에서 활동을 시작했다고 한다. 모두 세 차례 기자교육을 통해 마을기자를 양성했는데, 기자교육을 들었던 주민만 100여명이 넘지만 활발하게 활동하는 주민은 10명 내외라는 설명이다.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은 마을신문 기자들이 직접 취재한 이웃들의 소소한 이야기부터 미담사례, 지역소식 등 다양한 동네소식을 담고 있다. 이 신문은 4면으로 구성되며 매월 초 4000부를 발행해 지역 주민들에게 무료로 배부하고 있다.

 

2014년 9월 1일 사람향기.
2014년 9월 1일 사람향기.

■ 정보공유, 마을신문 발간 가장 큰 목적
“보통 동네 이름을 따서 신문 제호를 정하는데 저희 생각은 달랐어요. 꽃향기는 천리를 가지만 사람향기는 만리를 간다고 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향기를 널리 전해보자는 뜻에서 다소 길어도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으로 이름을 정했습니다.”

자양동 마을신문 추진위원회(대표 김주석)는 지난 2013년 9월 2일 자양동주민센터에서 마을신문 기자와 주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마을신문 창간호 발간식을 가졌다. 창간호에는 어린이학생 명예기자의 동구청장 인터뷰와 2013 시민합창축제에 참여하는 자양동 백룡합창단 소개, 자양동 복지만두레 독거어르신 보양식 대접 봉사활동, 마을신문 기자학교 워크숍 수료식 등의 소식이 실리기도 했다. 

당시 마을신문 창간을 주도한 김주석 대표는 창간사에서 “사람향기가 솔솔 나는 소식이 담긴 마을신문이 자양동 주민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주민 속에서 함께 호흡하는 신문이 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시 동구에 위치한 자양동은 초·중·고등학교에 우송대학교까지 교육기관이 밀집해 있어 교육의 도시로 불린다. 유동인구의 상당부분을 젊은 층이 차지하고 있다. 오랜 기간 터를 잡고 살아온 노년층과 젊은 층을 제외하면 초등학교 자녀를 둔 중장년층 비중이 적다. 사람향기 협동조합 김주석 대표는 1991년 자양동으로 이사를 왔다. 당시만 해도 1500명이나 북적이던 초등학교 전교생은 10분의 1 수준인 150명으로 줄어들었다. 마을은 빠르게 활력을 잃었다. 세대 간 격차, 안전문제가 마을의 큰 걱정거리로 자리 잡았다.

당시 김주석 대표는 마을에서 태권도장을 운영하면서 자녀안심학교보내기운동의 회장을 맡고 있었다. 자녀안심협의회에서 공모사업으로 안심마을 만들기 사업을 진행했다. 자동센서 가로등 설치, 비행기 활주로처럼 바닥에 불이 들어오는 골목길, 안심벨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안전지도까지 다양한 활동을 펼쳤다. 이러한 과정에서 더 많은 사람들과 유익한 정보를 공유하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대전시가 대전형 좋은 마을 만들기 사업을 공모해 마을주민 열여덟 명이 마을신문을 만들겠다고 응모해 사업을 따내면서 마을신문을 창간하는 계기가 됐다.
정보 공유가 마을신문을 발간하게 된 가장 큰 목적이지만 좋은 내용만 다루는 소식지를 지향하지는 않는다. 주민들을 대변할 수 있는 이슈라면 눈치 보지 않고 취재하고 보도해야 한다는 것이 사람향기협동조합 조합원들의 생각이다. 제작비 자부담을 극복하기 위해 찾은 대안이 협동조합이었다. 발기인 가운데 일곱 명이 공동 출자를 했고, 2014년 사람향기 협동조합을 설립했다. 

전주 평화동마을신문 견학.
전주 평화동마을신문 견학.

■ 대전 동구 마을미디어지원조례 탄생
깨어 있는 시민들의 목소리는 정책을 변화시켰다. 제작비 부담을 덜기 위해 마을미디어지원조례 제정을 건의했고, 2018년 마침내 ‘대전 동구 마을미디어지원조례’가 만들어졌다. 대전의 동마다 마을미디어가 뿌리내리려면 재정과 교육 지원이 절실했다. 풀뿌리 마을미디어 활성화 사업은 교육에 대한 주민들의 갈증을 해소해줬다는 점에서 만족스럽다. 마을주민들과 학생기자들은 미디어 교육을 통해 마을신문이 필요한 이유와 탐방기사, 기사쓰기 방법 등을 익혔다. 마을미디어를 한다는 것은 마을의 문화를 만드는 일이기도 하다. 김주석 대표는 유학생과 다문화가정이 많은 자양동의 특징을 살려 세계의 음식을 소개하는 기획을 구상하고 있다고 한다. 세계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 공유식당 내지 카페를 만들어 창출되는 수익금으로 신문을 만들고 원고료도 지급하는 상상을 하면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고 말한다.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에선 기자들을 꿀벌이라고 부른다. 마을은 벌집이다. 기자들은 저마다의 향기를 간직한 사람들과 마을의 역사 향기를 채집해 만리를 갈 수 있는 사진과 글로 소개하고 있다.

하지만 간혹 듣기 불편한 지적을 할라치면 피드백이 좋지 않았다. 미리 얘기해주면 개선할텐데 신문에 기사를 냈다고 핀잔을 주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마을 계획을 수립해야 할 주민자치회가 폐쇄적인 계모임처럼 운영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언제나 개인적인 의견은 배제하기 위해 노력했고, 공익을 먼저 생각했다. 그래서 언제나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은 당당했다.

지난 8월에 발행된 제84호 신문 1면에는 박민자 동구의회 의장 “더 낮은 자세로 열심히 일하는 의회될 것!”이라는 기사와 함께 ‘2020년도, 자양동 두 번째 마을축제 열다’라는 마을공동체 활성화 사업 안내를 비롯해 ‘마을신문을 아껴주시고 사랑해 주시는 후원자들에 대한 감사’를 실었다. 2면에는 ‘모범구민 표창 및 2020년 주민참여예산위원 위촉’기사와 ‘대전시 온통 대전플러스 할인가맹점 운영, 캐시백+추가 할인 혜택’이란 제하의 기사를 실었고, ‘30년 가업 이어온 고구려 명장’이라는 음식점을 소개하는 우리 동네 따뜻한 이야기를 싣고 있다. 3면에는 ‘동구 2020년 주민참여예산위원회 개최’기사와 ‘동구, 주차위반 과태료 통지서 이젠 찾으러 가지 마세요~!’라는 발송방법 등기우편에서 일반우편으로 변경됐다는 기사를 실었다. 또 ‘새마을부녀회, 새마을문고 자양동지역 방역활동 실시’기사, ‘동구 공공도서관 생활방역수칙 지키며 재개장’기사, ‘생활의 밑반찬 및 생필품 나눔 봉사’기사와 ‘자양동 수해현장 발 빠른 대처’등의 단신기사 실었다. 4면에는 대전동광초등학교 소식으로 “성폭력, 가정폭력 안돼요, 싫어요!”란 기사와 대전 자양초등학교 소식으로 ‘학생자치의 시작, 대전자양초 전교어린이회장 선출완료!’란 기사가 실렸으며, 행정복지센터 공지사항과 광고 등을 실어 지면을 꾸몄다.

이렇게 깨어 있는 공동체 주민들의 목소리를 전하고 있는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 식구들은 지난 8월 9일에 후백제의 도읍이자 조선 태조의 본향으로 왕조의 뿌리인 고장이며, 또 한식과 한복, 한지 등 우리 문화의 참맛이 살아 있는 고장, 전주시 일원으로 선진지 견학을 다녀왔다. 특히 같은 마을신문을 발행하고 있는 전주의 ‘평화동마을신문’을 방문해 경험도 배웠다. 평화동마을신문(편집인 김수돈)은 2010년 창간해 그해 8월부터 복지회관 마을신문으로 평화동 네트워크를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2017년 공동체 미디어활동 등을 펼치는 공간, 열린놀이터로 개관하는 열정을 보여오다가 지금은 동네방송 라디오, 우리동네TV, 유튜브 채널 온두래TV 개설 등으로 활발하게 성장해가는 곳으로 평화동마을신문이 ‘사람향기 소식담은 마을신문’ 식구들에게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고 전한다.

 

<이 기획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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