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농촌 빈집 8만 채 전국에서 가장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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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전남, 농촌 빈집 8만 채 전국에서 가장 많다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0.11.0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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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어촌 빈집·폐건물, 공유경제 가치를 담다 〈9〉
1960~70년대 양곡창고로 쓰이던 방치된 폐건물을 활용·재생한 담양의 담빛예술창고.

농촌 빈집, 광주·전남에 이어 경북 1만 1765채, 전북 1만 633채 순
순천, 빈 양곡창고를 이용해서 청년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담양, 옛 양곡창고, 옛 주조장 등 문화공간으로 변신 새로운 명소로
장흥, 옛 장흥교도소 공공디자인을 접목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창조

 

전국에서 농촌의 빈집이 가장 많은 곳은 전남인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최인호 의원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2019년 기준 전국의 농촌 빈집 6만 1317채 중 전남이 1만 2988채로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 더불어민주당 조오섭 의원이 한국국토정보공사의 빈집정보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광주에는 2만여채의 빈집이, 전남에는 5만 7000여채의 빈집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광주·전남에 8만 채에 가까운 빈집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지만, 지자체가 실태조사를 실시한 곳은 전남 곡성군 1곳뿐으로 대부분 도시미관을 해치는 흉물로 방치된 상태라고 밝히고 있다.

농촌 빈집은 지난 2016년 5만 801채에서 2018년 3만 8988채로 감소했지만 2019년 57.3%로 크게 늘었다. 지역별로는 전남에 이어 경북 1만 1765채, 전북 1만 633채 순이었다. 전국의 농촌 빈집 총 6만 1317채 중 철거형이 4만 2111채였으며 활용 가능형이 1만 9206채로 폐가 수준의 철거해야 하는 빈집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농림축산식품부와 지자체는 농촌환경개선을 위해 ‘농촌 빈집 정비 활성화 대책’을 추진 중이지만 활용에 동의하는 건물주가 20%에 불과해 사업 진행에 갈등이 예상된다는 설명이다. 이런 가운데 전남지역에서 빈집이나 폐건물 등을 활용해 재생에 성공한 사례가 눈길을 끈다.

■ 빈집·창고 리모델링 청년 문화공간 활기
순천만 정원으로 유명한 생태도시 순천의 창작예술촌은 방치됐던 낡은 건물을 개조해 만들었다. 옛 파출소 건물을 고쳐 만든 조강훈 아트스튜디오, 김혜순 한복공방, 원도심 대표 복합문화예술공간인 장안창작마당 등은 작가들의 작품 감상과 문화체험이 가능한 빈집재생 사례다.

순천에서는 또 빈 양곡창고를 이용해서 청년들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만들어 활기를 더하고 있다. 청년 공간인 ‘청춘창고’다. 건축된 지 80년이 된 오래된 양곡창고를 리모델링해 청년들이 문화교류를 할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든 곳이다. 2017년 2월부터 문을 열었다. 리모델링을 해서 2층으로 구성될 정도로 내부가 넓고 높은 이 양곡창고는 1945년 경 건립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공간을 활용하기 위해 2015년부터 청년점포추진위원회를 꾸려서 2016년 하반기에 리모델링 작업을 시작했다. 청년 창업자들은 청춘창고와 최대 2년 계약을 하는데, 연간 임대료 16만 원 정도로 저렴하게 혜택을 받고 있다. 

‘청춘창고’ 1층 입구 중앙에는 문화공연을 위한 이벤트 무대를 마련해서 시민 참여로 버스킹 등 기부공연을 이어가고 있다. 가장자리에는 식음료 등의 점포가 11개 창업했다. 복층에는 사진, 캘리그라피, 차 등의 공방 7곳이 아담한 문화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청년커뮤니티 공간, 청년 창업가육성, 공연과 전시 등 문화가 있는 장소 로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까지 방문객 수가 60만 명에 육박하고 매출도 28억 원이 넘을 정도로 상당히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중 방문객은 평균 1500명, 주말과 휴일에는 2000명 정도가 방문한다고 한다. 

한편 순천시 금곡동 ‘청수골 청수정 마을카페’가 마을공동체 메카로 전국 지자체 벤치마킹의 필수코스로 떠오르고 있다. ‘청수정 마을카페’는 1930년대에 건축된 한옥을 리모델링해 지난 2017년 11월에 준공, 지금까지 전국 각지, 기관·단체에서 5000~6000여명이 방문하고 있다고 한다. ‘청수정 마을카페’는 처음에는 마을주민 5명의 공동출자를 통해 청수정 협동조합을 조직했고 현재는 조합원 16명으로 2018년 1월부터 운영하고 있다. 옆자리에 같이 자리한 ‘청수정 공방’은 지역주민들의 주민역량강화와 공동체 형성의 보금자리로 서예, 공예 등 작품 활동과 플라워쿠키 등 지역 특산품 개발 장소로도 활용되고 있다. 특히 인근 빈집을 철거해 조성한 마을공동텃밭에서 재배한 채소와 지역에서 생산된 신선한 재료로 정성껏 만든 집밥 등은 인기라고 전한다. 
 

■ 담양·장흥·여수, 폐건물 복합문화공간 활용 
‘대나무의 고장’ 전남 담양에는 옛 양곡창고, 옛 주조장 등이 문화공간으로 변신해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고 있다. 담빛예술창고는 1960∼70년대 양곡창고로 쓰였던 남송창고다. 2004년 추곡수매제도가 없어지면서 활용도가 떨어져 10여년 방치됐다가 철거 될 뻔한 이 공간은 2014년 산업단지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관광객과 담양군민을 위한 문화공간으로 단장됐다. 지역작가들이 힘을 합쳐 예술의 옷을 입혀 새로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다. 담빛예술창고는 복합전시실, 문예카페, 문화체험실 등으로 이뤄져 있다. 2015년 9월 ‘담빛예술창고’로 새롭게 문을 연 이곳은 매년 15만 명이 다녀가는 명소로 자리 잡았다. 

1960년대부터 전통주조방식으로 막걸리를 생산하던 담양의 옛 해동주조장을 담양의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간직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꾸며 ‘해동문화예술촌’으로 재탄생 했다. 주조장이던 공간을 소개하는 전시와 현대미술작가들의 기획전이 펼쳐지는 곳으로 활용된다. 이곳은 17개동 5560㎡ 규모로 2016년부터 2020년까지 폐산업시설문화재생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담양군은 해동주조장 일대 19개 건물을 사들여 지난해까지 해동주조장 단지 형태로 유지한 건물 리모델링 9동이 완성됐다. 아카이브관과 주조전시체험관, 안내소, 주차장, 정원이 마련됐으며, 올해부터 내년까지는 해동문화예술촌 복합문화공간을 3개 확장한다. 구 읍교회를 창작문화공간으로 조성해 공연장(100석)과 연습공관 6개소를 설치할 예정이다. 작은도서관과 카페테리아도 준비하고 있다.

한편 역사와 문학의 단단한 뿌리를 가진 장흥군이 ‘문림의향 메카’로 도약한다. 장흥의 문학은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 그 시작을 확인할 수 있다. 조선시대 장흥출신인 기봉 백광홍은 가사문학의 효시로, ‘관서별곡’을 지어 국문학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 이후에도 존재 위백규 등 걸출한 문장가를 배출하며 장흥은 호남 가사문학의 중심에 서게 된다. 장흥의 문맥은 현대문학까지 흐름을 이어 오고 있다. 장흥 출신 작가만 120명이 넘고, 국내 대표작가 24인에 이청준, 한승원, 송기숙 등 장흥 출신이 3명이나 포함돼있다. 이들의 기념공간으로 장흥군은 옛 장흥교도소를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옛 장흥교도소는 공공디자인을 접목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창조해 이곳에 창작과 교육, 레지던스의 기능을 갖춘 차별화된 개념의 문학공간의 창조가 가능한 곳으로 조성할 예정이다.

전남도내 22개 지자체 중 빈집 실태조사를 한 곳은 곡성군 단 한 곳에 불과하다. 광주시가 일찌감치 실태조사를 완료한 것과 대조적이다. 각 시·군이 빈집에 대한 실태조사부터 착수할 것을 권하고 있다. 순천시는 일찍이 도심의 빈집을 사들여 마을의 주차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빈집을 고쳐 게스트하우스로 만들어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는 곳도 있다. 하지만 각 지자체의 빈집정비사업 추진 실적은 미미한 형편이다. 빈집에 대한 정확한 실태 파악과 정비계획 수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농어촌 빈집의 경우 사유지인 탓에 강제 철거나 매입이 어려워 정비계획 수립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점이 한계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수시의 경우 1년 이상 방치된 빈집을 전수조사 했다. 조사대상은 2019년 1월 기준 수도 사용량이 없는 빈집 1714동이다. 지난 2014년부터 빈집정비사업을 추진해 빈집 221동을 철거했다. 지난해는 사업비 7800만 원을 투입해 빈집 50동을 정비했다. 빈집정비사업 신청자에게 건물 당 200만 원까지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빈집은 인구 감소가 원인이며 ‘지방소멸’에 대한 경고다. 농촌에서는 고령 주민의 사망이나 이주 등으로 인해 빈집이 발생한다. 도시에서는 신도심을 중심으로 대규모 아파트 공사가 끊임없이 이어지면서 구도심에 빈집이 생긴다. 빈집이 생기면 청소년들의 범죄의 소굴이 되고 동네의 자산 가치가 떨어진다. 사람들은 이런 마을을 덩달아 떠나고 다시 빈집이 생기면서 마을은 황폐화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정부는 빈집의 효율적 정비를 통해 주거생활의 질을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2017년 ‘빈집 및 소규모주택 정비에 관한 특례법’을 제정해 2018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사실상 사문화된 상태다. 빈집이 생기면 동네의 자산 가치도 떨어진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자연스레 동네를 떠나고, 다시 빈집이 생기는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다. 하지만 해결책 마련도 쉽지 않다. 빈집은 사유지인 탓이다. 집을 비우는 것도 원칙적으로는 소유주의 재산권 행사에 속하기 때문이다. 지자체 차원에서 철거 등 해결을 강제할 만한 수단도 마땅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 기획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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