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수지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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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수지 풍경〉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1.06.08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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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그림그리기 〈13〉

햇볕이 뜨거운 봄날 작업실로 가지 않고 홍양저수지로 방향을 바꿨다.  산책을 하면서 눈에 넣었던 풍경을 봄이 다 가기 전에 스케치하고 싶었다. 산책을 하던 날에는 푸릇푸릇 새 풀이 돋아나고 있었고 겨울을 견딘 소나무가 늠름하게 서 있었다. 모퉁이를 돌기 전이었는지 돌아선 다음인지를 기억할 수가 없어서 수문 오른쪽에서부터 데크를 따라 걸어 가 보기로 했다.
 
그 많던 강태공들은 보이지 않았다. 삼삼오오 걷던 사람들도,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도 있지 않았다. 내가 태양 아래를 걷고 있는 이 시간이 여느 사람들에게는 일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고독한 나그네가 되어 목에 매었던 스카프를 펴서 햇볕을 가렸다.    

하늘 아래 풍경은 온통 봄빛으로 출렁거렸다. 나무들은 연두색 비단옷으로 갈아입었고 물은 초록의 그림자로 일렁였다. 아! 봄! 내가 우리 산천에 안기고 싶은 계절이 바로 봄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시기 얼마 전 ‘세상 구경이나 한 번 더 하고 싶다’ 던 그 세상도 봄이 아니었을까!   

걷다 보니 이젠 앉고 싶었다. 배낭에 담아지고 다니던 간이의자를 폈다.  엉덩이를 받쳐주는 탄력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의자 하나만 펴면 어디든 내 세상이 되는 자유를 나는 사랑하고 있었다. 햇빛은 물결에 부서지고 버들가지는 찰랑거리는 물결과 희롱을 하는데 언덕 위의 나무들은 긴 가지를 일제히 물 쪽으로 내 뻗고 있었다. 나무는 물을 사모하는구나! 나는 생각했다.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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