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불(魂불)의 작가 ‘최명희문학관’과 ‘전라북도문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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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불(魂불)의 작가 ‘최명희문학관’과 ‘전라북도문학관’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1.06.06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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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문학관 활성화 방안을 찾다 〈3〉
전북 전주의 최명희문학관.

최명희 ‘아름다운 세상, 잘 살고 간다’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 떠나
1996년 200자 원고지 1만 2000장 분량 ‘혼불’ 제1~5부(전10권)발간
조선 말~일제시대 몰락해가는 종가의 며느리 3대와 사람들 이야기
전라북도문학관, 전북 문학의 원형·풍성한 전북문학·문인 작품 소개

 

‘혼불(魂불)’의 작가 최명희. 1947년 전북 전주의 풍남동에서 태어난 최명희는 풍남초, 전주사범병설중, 기전여고를 거쳐 1972년 전북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1972년 모교인 전주기전여고에서 교사생활을 시작해 서울 보성여중·고에서 국어교사로 1981년까지 재직했다. 1980년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쓰러지는 빛’이 당선됐고, 1981년 동아일보 창간 60주년 기념 장편소설 공모전에 ‘魂불’ 제1부가 당선된다. 이후 1988~1995년까지 만 7년2개월 동안 월간 신동아에 ‘혼불’ 제2~5부를 연재하며 국내 월간지 사상 최장기 연재를 기록한다. 이 사이 1990년 ‘혼불’ 제1~2부(전4권)를 발간하고 1996년 200자 원고지 1만2000장 분량의 ‘혼불’ 제1~5부(전10권)을 도서출판 한길사에서 발간한다. 그리고 1997년 전북대학교에서 명예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1998년 ‘아름다운 세상, 잘 살고 간다’는 유언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1997년 단재상, 세종문화상, 전북애향대상을 수상했고, 1998년 여성동아대상과 호암상을 수상했으며, 2000년 옥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최명희는 왜 ‘혼불’을 쓰는가. ‘魂불’이라는 말은 국어사전에 없다. 그러나 실제로 혼불을 보았다는 사람은 많다. 그것은 우리 몸 안에 있는 불덩어리로서 모양은 둥글고 크기는 종발만 한데, 빛살 없는 푸른색이며, 사람이 제 수명을 다하고 죽을 때, 미리 그 몸에서 빠져나간다고 한다.(중략)이것이 미신이냐 실화냐 묻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어떤 사람의 몸에 ‘혼불’이 있으면 산 것이고, 없으면 죽은 것이다. 그러니까 ‘혼불’은 목숨의 불, 정신의 불, 삶의 불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것은 또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 힘의 불이기도 하다. 즉, 혼불은 존재의 핵이 되는 불꽃인 것이다.”


■ 최명희문학관, 전주의 대표 문화공간
이러한 ‘魂불’의 작가 최명희를 집중 조명한 최명희문학관(전주 완산구 최명희길 29)은 지난 2006년 4월 전주 한옥마을에 들어섰다. 개관 15년째를 맞은 지금, ‘도시형 문학관’으로 전국적으로 좋은 모델로 평가받고 있다. 최명희문학관은 관련 연구나 유물 확보, 혼불문학공원 관리 등에 있어 수탁기관인 혼불기념사업회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시설 중 하나다. 그러다 보니 수탁기관이 바뀔 경우 자칫 기증되거나 수집된 유물, 학문적 업적에 대한 승계나 인수·인계 과정에서 관련 내용들이 축적되지 못하고 단절되거나 사장될 우려가 있다. 때문에 지난 2009년 전주시 평가에서는 소유권에 대한 확실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를 받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최명희문학관은 지자체가 직영하거나 민간위탁으로 운영되는 다른 지역 문학관들에 비해 운영비가 낮은 편이라고 한다. 전주시 민간위탁시설 중에서는 가장 적은 인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효율을 내고 있는 시설이기도 하다는 것. 특히 문학관이 박물관 못지않은 학술적 기능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최명희의 알려지지 않은 작품을 발굴하고 다양한 연구와 유물 확보에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점에서 성과를 인정받고 있다. 최명희문학관은 그동안 지역작가들과의 연대나 외부 전문인력 활용 등을 통해 개인문학관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하고, 전주지역의 유일의 문학관으로 전주와 전북문학을 아우르는 역할을 해왔다는 평가다. 

가장 전주다운 곳 한옥마을(풍남동)에 자리한 최명희문학관은 전주의 대표 문화공간이다. 한국의 전통, 역사, 문화가 수백 여 채의 한옥과 함께 연계돼 있어 관광명소로도 손색이 없다. 이곳은 2000년 설립한 혼불기념사업회가 근간이 됐다. 기념사업회는 작가의 모교 전북대, 문인단체, 유족 등이 중심이 돼 꾸려졌다. 2006년 건립된 문학관은 지하 1층, 지상 1층으로 주전시관인 독락재(獨樂齋), 문학강연장, 수장고 등으로 구성돼 있다.

‘혼불’은 사람의 이야기다. 조선 말기에서 일제시대까지 몰락해가는 종가의 며느리 3대와 그를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최명희가 ‘순결한 모국어를 복원하고자 했다’고 말한 것처럼 전라도 방언이 중심이 된 순수한 우리말들을 마음껏 토해냈다. 혼불의 이야기는 1930년부터 1943년까지 이어진다. 이후 현대사를 이어가기 위해 작가는 ‘완간’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았다. ‘혼불’은 현대사를 앞두고 10권의 미완에 그친다. 그는 결혼도 하지 않았고, 다른 작품도 거의 쓰지 않았다. 최명희가 곧 ‘혼불’이 됐고, 그녀의 혼불은 너무나 일찍 빠져나갔다. 그렇지만 1998년, 쓸 것들을 적어놓은 소재록만 남긴 채 51세의 젊은 나이로 영면했다. 그가 쓰고자 했던 글감만 130여 가지, 이것을 빼곡히 적어 놓은 수첩도 이곳에 전시돼 있다.

한편 소설 ‘혼불’의 실제 배경지인 전북 남원시 사매면 서도리 노봉마을에서는 소설 속 풍경과 주인공들의 감정까지 고스란히 간직해 놓은 ‘혼불문학관’을 만나볼 수 있다. 노봉마을에는 소설 속 상영 최씨 종가집과 평민층이 살았다는 여러 채의 집, 그리고 하층민(백정, 무당)의 울분이 묻어있는 거멍굴이 아직도 무산(무속인이 사는 산)에 실존해 소설 속 현장감을 더해 주고 있다. 또한 최명희의 방을 그대로 재연한 집필실엔 책상과 책장, 쇼파가 전부다. 실제 작가는 글을 쓸 때 정신이 흐트러질까봐 이렇게 집필실이 단출했다고 전한다.

한편 최명희의 모교인 국립 전북대학교(총장 김동원)신문방송사와 혼불기념사업회·최명희문학관(관장 최기우)이 공동으로 주관하는 총 상금 800만 원 규모의 ‘최명희 청년소설 문학상’을 오는 8월 중 접수받는다.
 

■ 전라북도문학관, 도지사 공관 리모델링
전라북도문학관은 지난 2012년 전주시 덕진구에 개관했다. 전북문학이라는 범주 아래, 지역 문인들의 염원을 담아낸 문학관을 건립해 운영해온다. 이곳은 원래 도지사 공관이었다고 한다. 이후 전북외국인학교로 사용을 하다가 2012년부터 문학관으로 개조해 운영해오고 있다. 

“전시관은 대통령 지방 순회 시 영빈관으로 활용되어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 그리고 미국 팝 가수 마이클잭슨이 방문한 바 있다. 문학관에는 대통령 경호를 위해 설치된 방탄유리 및 경호 시설 등이 보존되어 있으며 은목서, 마로니에, 계수나무 등 희귀 수종이 관내 정원에 식재되어 있다”고 문학관 안내문에 적고 있다. 

1970~80년대 분위기가 배어나오는 건물의 내력이다. 현재 문학관은 전북문인협회가 전북도로부터 수탁을 해 운영하고 있다. 당초 문학관은 2010년 전북도의회 문학관 설치 및 운영조례 제정을 계기로 구체화됐다. 도지사 공관이었던 이곳을 리모델링해 문학공간으로 조성한 것이다. 문학관 상설 전시공간은 고전문학의 향기, 일제 암흑기의 숨결, 새천년의 해오름 등 크게 세 분야로 이뤄져 있다. 고전문학의 향기는 전북 문학의 원형인 고전문학과 관련한 공간이다. ‘일제 암흑기의 숨결’ 전시실에는 가람 이병기, 채만식, 김해강, 신석정, 김환태, 박동화, 서정주, 박항식 등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이후 문학활동을 했던 문인들을 소개하고 있다.

‘새천년의 해오름’ 공간에는 해방이후부터 현대에 이르는 조병희, 박병순, 이병훈, 이철균, 진을주, 이정환, 권일송, 신석상, 오찬식, 이광웅, 박정만, 최명희 등 풍성한 전북문학의 면면을 볼 수 있다.

전라북도문학관에는 작고문인들의 작품을 소개하는 3개의 전시실과 자료실 외에 50여 평의 강당과 회의실, 문학동아리방과 다목적실, 넓은 마당에서는 작품전시회뿐만 아니라 야외공연도 가능한 무대가 있다. 시대의 흐름을 감지한 전라북도문학관의 새로운 변화의 시동이다.

지난 2월 1일에 부임한 전북문인협회 역사 59년 만에 첫 여성회장이 된 김영 관장(63)은 ‘문인에게 희망을 도민에게 감동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문인들에게는 ‘문학관에서 문학 찾기’를, 도민들에게는 ‘수다 떨기 좋은 문학관’을 만들어 “연중 내내 재밌고 유익하고 감동적인 프로그램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21세기를 문화의 시대라고 한다. 문화가 개인의 삶은 물론 지역 경쟁력의 원천이 되는 시대다. 자치단체들은 지역 고유의 문화콘텐츠 발굴과 상품화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고, 문화와 예술 진흥에도 많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그중 문학관은 지역문학의 거점이자 산실이다. 문학관은 한 지역의 문화적 전통과 흐름을 보여주는 각종 자료를 발굴·수집·전시하고, 문학제와 시낭송회 등을 통해 지역주민들이 문학실천을 나누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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