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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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오리〉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1.08.17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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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그림그리기 〈22〉

언젠가 이야기했지만 할머니들은 꽃을 즐겨 그리십니다. 왜 꽃을 즐겨 그리실까? 아마도 꽃 같았던 청춘의 시절, 속절없이 지나가버린 아름다웠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의 표현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김길자(83) 할머니도 꽃을 그리셨습니다. 그런데 보통 할머니들과 다른 꽃을 그리셨습니다. 색조가 다르고 표현이 다릅니다. 마치 부드럽고 가냘픈 꽃잎이 미세한 바람에 흔들리는 듯 섬세하게 그리셨습니다. 우아한 빛깔의 색실로 비단에 한 땀 한 땀 수를 놓은 것도 같습니다. 밝고 여린 분홍과 하늘색으로 가만가만 그리셨기 때문에 드는 느낌일 것입니다. 

할머니들마다 꽃을 그리시지만 모두 다르게 그리는 것은 좋아하는 색이 다르고 생각하는 것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즉 사람마다 다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결과가 다른 것입니다. 다르기 때문에 재미가 있고 가치가 있습니다. 

김길자 할머니는 처음에 그림방에 오셔서 그림을 그리지 않고 다른 할머니들이 그리는 것을 지켜보기만 하셨습니다. 그러다가 몇 회가 지난 뒤 그림을 여러 장 그려 오셨고 꽃을 그리셨지만 전혀 다른 꽃그림을 그려오셨습니다. 꽃으로 화면을 구성하는 방식과 색을 조합하는 방식이 아주 달랐던 것입니다. 여태까지 아무도 그리지 않은 맨드라미를 굳건하게 그리시고 맨드라미 주변에 잔 꽃잎이 흩날리는 모양으로도 그리셨는데 꽃 아래에서는 오리들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습니다. 오리들이 어찌나 편안하고 천진한지 웃음이 나왔습니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세상의 짐을 모두 내려놓고 편안해 지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아이와 같이 천진해지는 일인 것도 같습니다. 김길자 할머니의 그림을 보면 나이 먹는 일이 즐거운 것 같습니다. 다음엔 어떤 그림을 그리실까 기대하게 됩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어르신들의 이야기 그림」 활동은 홍성군도시재생지원센터의 도시재생주민참여사업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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