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가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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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가마을〉
  • 전만성 <미술작가>
  • 승인 2021.10.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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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해지는 그림그리기 〈29〉
염정숙(65)  〈초가마을〉 36×26㎝  수성싸인펜.

임문자 어르신이 스케치북을 두 권 가져오셨습니다. 한 권은 임문자 어르신 것이고 또 한 권은 염정숙 어르신 거라고 하십니다. ‘염정숙’이라는 이름이 반가웠습니다.

 지난봄에 그림방에 오셔서 그림을 그리다가 일이 바빠 못 나오시게 된 어르신입니다. 일을 맞춰 놓아 나올 수가 없으니 그동안 그린 스케치북을 임문자 어르신이 가져오신 것입니다. 남문동은 지금도 오늘은 이 집, 내일은 저 집, 돌아가며 서로 도와 일을 하는 품앗이 풍습이 있나 봅니다.    
염정숙 어르신은 풍경화를 즐겨 그리십니다. 다른 할머니들이 꽃을 그리실 때 나무 여러 그루를 그리기도 하고 기와집을 그리기도 하셨습니다. 여행의 기억을 그리기도 하고 인상적인 장면을 떠올려 그리기도 하셨습니다. 남산공원을 자녀들과 산책했던 추억을 그리기도 하고 길을 가다 보았던 잊지 못할 꽃을 그리기도 하셨습니다. 

이번에 보여주신 그림도 풍경화입니다. 반달같이 동그란 지붕이 이마를 맞대고 겹겹이 서 있습니다. 옛날의 남문동 모습 같습니다. 가을 추수를 끝내고 날이 추워지기 전에 앞 다퉈 지붕을 새로 하였었습니다. 노란 지붕들이 마을을 가득 채우면 보기만 해도 따듯하고 배가 부른 것 같았습니다. 눈이 와 쌓여도 추울 것 같지 않았습니다.  

그림 그리기 활동을 끝내고 집에 오려고 차에 오르는데 이송연 할머니가 총총히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몸이 아파 못 오신 할머니 댁에 스케치북을 가져다 드리러 가는 길이라고 하십니다. 이송연 할머니의 문안을 받는 할머니는 얼마나 마음이 뜨듯할까! 몸이 불편해 누워있을망정 힘이 날 것 같았습니다. 서로 돕고 사는 마을공동체의 회복이 「행복해지는 그림 그리기」 활동의 목표이기도 합니다.   

 

 

 

 전만성 <미술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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