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대전혁신도시 지정 1년, ‘공공기관 이전’은 ‘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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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대전혁신도시 지정 1년, ‘공공기관 이전’은 ‘감감’?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1.10.3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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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도시, 현장에서 미래의 길을 묻다 〈14〉
충남혁신도시가 조성될 충남도청과 내포신도시 전경.

공공기관 유치 통한 지역 활성화 대전·충남의 새로운 성장 동력 작용할 전망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 답보상태 빠져, 대전·충남 이름만 혁신도시 전락 위기
충남, 우량 공공기관 이전 감당할 충분한 행정적·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어
내년 대통령·지방선거에 충청인들의 민심의 향배 벌써부터 관심 쏠리는 이유

 

대전시와 충남도가 혁신도시로 재탄생한다. 대전·충남은 지난해 오랜 염원이었던 ‘혁신도시지정’을 이뤄냈다.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는 지난해 10월 8일 본회의를 열고 ‘대전·충남 혁신도시 지정’ 안건을 원안 의결했다. 

국토교통부가 같은 달 대전·충남을 혁신도시로 지정하고 관보에 고시함으로써 혁신도시 지정 절차는 최종 마무리됐다. 이로써 대전시·충남도는 2005년 혁신도시 지정에서 제외된 이후 15년 넘게 염원했던 숙원사업이 해결됐다. 혁신도시는 국토균형발전, 자립형 지방화 등을 목표로 한다. ‘수도권 소재 공공기관 지방이전’은 이를 위한 촉매이자 핵심으로 여겨진다. 공공기관 유치를 통한 지역 활성화는 대전·충남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최대 과제로는 혁신도시 내실화가 꼽힌다. 알짜 공공기관 유치는 혁신도시의 내실화를 위한 선행조건이기 때문이다.
 

■ 혁신도시, 공공기관 이전 정부·정치권 향해 분통
문재인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이자 공약사업 중 하나인 ‘수도권 공공기관의 지역이전’이 답보 상태에 빠지면서 대전과 충남이 이름만 혁신도시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청와대, 정부는 지난 대선과 총선 등을 거치면서 수도권 공공기관의 2차 이전을 공언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출범 4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구체적인 로드맵이나 방향 제시도 하지 못한 채 내년 대선으로 공을 넘기는 형국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 국토교통부, 대전시, 충남도 등에 따르면 수도권 공공기관의 제2차 이전 계획을 위한 정부 내 논의는 현재 ‘멈춤’ 상태이다. 기획재정부나 국토교통부 등 정부 부처에서 이 사안에 대해 논의를 하거나 결정된 것은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대전의 경우 혁신도시 지정에 따른 공공기관 이전은커녕 기존에 있던 기관들이 타 지역으로 빠져나가는 등 역주행을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대전에 있던 중소벤처기업부와 산하 공공기관들의 세종시 이전은 일사천리로 진행됐지만 반대급부로 약속했던 기관들의 대전 이전은 지지부진하기 때문이다. 기상청과 한국기상산업기술원, 한국임업진흥원, 한국특허전략개발원 등 4개 기관의 대전행이 확정됐지만 내년 2월까지 이전을 완료할 예정인 기상청을 제외한 3개 기관의 이전은 답보상태라는 설명이다. 현 청사를 매각한 뒤 대전에 새로운 청사 건립 부지를 매입해야 하고, 건축까지는 수년 이상이 소요되는 등 기약 없는 희망고문만 계속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지난해 혁신도시로 추가 지정된 대전과 충남은 곤혹스러운 입장이다. 대전은 동구와 대덕구 등 원도심 활성화를 위한 기폭제로, 충남은 내포신도시의 완성을 위한 기반으로 혁신도시 지정을 추진해 왔다. 

충남도 관계자는 “지난해 혁신도시로 지정은 됐지만 어떤 공공기관이 어느 지역으로 이전할 것인지가 정해져야 하지만 아직까지도 정부 내에서 어떤 논의도 진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해당 부처에 문의를 해봐도 ‘청와대에서 별도의 지시가 없으면 더 이상 추진이 어렵다’는 답변만 들었다”며 답답함을 호소하는 실정이다. 

대전시 관계자도 “정부가 혁신도시 확정 고시를 계속 늦추면서 해당 지역에 대한 개발계획이 아직도 원점에서 맴돌고 있다”며 “현재 충청권 4개 시·도지사들이 나서서 공동으로 건의문을 채택하거나 단체장들이 개별적으로 청와대나 정부를 방문, 읍소하는 것 말고는 별다른 대책이 없다”는 분위기를 전했다. 

국토부의 한 관계자는 “전국 각 지자체나 공공기관, 중앙부처 내 의견과 입장이 각각 달라 현재 합의와 조율을 위한 협의가 진행 중”이라며 “지난해 혁신도시로 추가 지정된 대전과 충남의 경우 해당 지자체가 전체 규모나 개발방향 등 밑그림을 갖고 와야 어느 정도 협의를 통해 결정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해명하는 형국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 인사들은 “내년에 대선과 지방선거가 연이어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지역에서 선호하는 공공기관의 입지가 미리 정해지면 선거에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이 문제는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가 끝난 뒤에야 어느 정도 정리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여·야 대선 후보들과 정당들은 내년 3월과 6월로 예정된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를 앞두고, 2차 공공기관 이전인 ‘혁신도시 시즌2’를 활발하게 언급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대해 대전시민들과 충남도민들은 “지난 대선과 지선, 총선에서 민주당에 압도적인 지지를 보낸 것은 여러 요인들이 있겠지만 수도권 공공기관 이전과 같은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남다른 기대감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전제한 뒤 “시장과 도지사, 국회의원과 같은 인사들이 정작 이런 이슈에 대해 청와대나 소속 정당에 한마디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 참으로 어처구니없다”며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 충남·대전 지역민 보듬는 결정 조속히 나와야
정부의 지지부진한 2차 공공기관 이전 결정과 관련, 대선을 앞두고 자치단체 간 과열 유치 경쟁과 해당 기관 노조의 반발 등이 악재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위원장은 최근 “지난해 청와대에 2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에 대해 보고했다”며 “정무적 판단으로 추진이 미뤄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히기도 했다. 유치 경쟁 과열 등 선거에 미칠 영향을 고민하는 분위기가 읽히는 대목이다.

김부겸 국무총리는 국회 대정부질문 답변을 통해 “공공기관 2차 이전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의지와 방향을 조만간 밝힐 것”이라며 “공공기관 이전으로 국가균형발전을 위한 획기적인 전환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2차 공공기관 이전 로드맵이 공개될 것으로 예상됐던 청와대에서 시·도지사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릴 예정이던 ‘중앙·지방협력회의’도 취소되는 등 상황은 만만찮게 돌아가고 있다. 국회 답변 이후 김 총리도 공공기관 2차 이전과 관련해서는 지금까지 묵묵부답이다.

정부의 2단계 공공기관 이전은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내년 3월 대선을 감안하면 문재인 정부가 실제 일할 수 있는 기간은 사실상 4~5개월에 불과하다. 공공기관 이전은 다음 정부에 떠넘기지 않고 현 정부에서 매듭짓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여론에도 대선을 앞두고 발표 시점을 저울질하는 등 ‘정무적 판단’을 할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지적하는 까닭이다. 뒤늦게 혁신도시로 지정됐으나 1년이 다 되도록 가시적인 효과가 없어 허탈해 하는 대전·충남 지역주민들을 보듬는 결정이 조속히 나왔으면 하는 기대를 거는 이유다.

충남내포혁신도시가 무늬만 혁신도시란 오명을 벗기 위해서는 정치권의 대승적 움직임이 필요해 보인다. 충남은 우량 공공기관 이전을 감당할 수 있는 충분한 행정적·지리적 여건을 갖추고 있다. 홍성에서 서울까지 40분에 주파가 가능한 서해선 KTX 직결이 국토교통부 제4차 국가철도망 구축 계획안에 반영됐다. 충남도는 이런 장점을 활용해 여러 공공기관 이전을 물색 중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충남도는 최대 20개 공공기관을 유치할 계획이라고 밝히고 있다.
 
충남내포혁신도시는 한국환경산업기술원 등 환경·에너지 기관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 연구개발 기관, 대한체육회와 같은 문화체육기관 등 20여 개 공공기관 유치를 목표로 하고 있다. 충남내포혁신도시 지정 1년, 알맹이 없이 제자리걸음인 상황에서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정부의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의지가 의심받고 있는 형국이다. 내년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에서 충청인들의 민심의 향배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때까지도 정부의 ‘공공기관 이전’에 대한 향방은 과연 ‘감감무소식’일까? 내포신도시를 ‘자연과 문화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도시’로 만들겠다는 충남내포혁신도시 완성을 위한 마스터플랜의 첫 단추는 과연 언제쯤 제대로 낄 수 있을까에 충남도민들은 주목하고 있다.

 

<이 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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