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양 위해 쌓은 돌탑… 모두에게 좋은 의미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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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양 위해 쌓은 돌탑… 모두에게 좋은 의미되길”
  • 윤신영 기자
  • 승인 2021.11.06 08: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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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탑 쌓는 사나이 복성규 씨
지난 1일 이응노의집에서 만난 복성규 씨는 선한 웃음을 가졌다. 

이름과 상관없이 각자 소중한 의미로 기억됐으면
무겁게는 80㎏ 암석, 7년간 지게로 날라 쌓은 탑
마음 수양으로 진행하는 행위… 종교적 고행 같아

 

광천 오서산 자락에 자리한 정암사에서 1600계단을 올라 정상에 닿으면 커다란 돌탑 2개가 나타난다. 그 중 먼저 완성된 돌탑은 높이 5m, 직경 2.5m가량이고, 다른 하나는 이제 막 짓기 시작했다. 

이 돌탑들을 쌓고 있는 복성규(59) 씨는 지난달 24일 이중 한 돌탑의 완성을 기념하고자 지인들과 함께 떡과 막걸리, 과일 등을 나누며 조촐한 기념식을 가졌다. 이날 우연히 오서산을 찾은 등산객들도 복 씨 일행들과 함께 기쁨을 나누기도 했다. 산꼭대기까지 큰 돌을 옮겨 탑을 쌓은 복 씨의 사연을 들어보기 위해 지난 1일 이응노의집 잔디밭에서 그를 만나 이야기를 들었다.

“‘평화통일기원탑’이요? 아유, 아는 어르신이 거창한 이름을 지어주시긴 했는데 좋은 이름이긴 하지만 꼭 이름이 중요한 것은 아니에요. 탑은 제가 쌓았지만 완성된 순간 이젠 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보시는 분들이 중요한 것이죠. 이 탑이 어떤 분들에게 의미를 가진다면 그 분들에게 각자 중요한 의미로서의 탑이 되면 되지요.”

완성된 평화통일기원탑의 모습.

복 씨는 탑이 완성되기까지 지인들과 탑의 이름에 대해 고민하던 중 탑 공사를 오래 봐왔던 한 어르신이 거창한 이름을 지어줬다는 사연을 소개하며, “통일이 되면 예부터 험지와 유배지로 유명해 들어가면 나오기 힘들다는 북한의 삼수갑산을 가보고 싶다”고 통일 이후의 희망을 슬쩍 말하기도 했다.

사실 복 씨의 탑 쌓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백월산에 이번 탑보다 작은 규모의 ‘정심’이라는 첫 돌탑을 쌓은 적이 있고, 지금 오서산 정상에 짓기 시작한 돌탑까지 치면 벌써 세 번째다. 탑을 쌓는 방법도 일반인들은 엄두가 나지 않을 방법으로 진행한다. 탑을 쌓기 위해 따로 만든 특수한 지게에 큰 돌들을 직접 지고 정상까지 올라가 그 돌로 돌탑을 쌓는 것이다.

“아랫 부분에 들어가는 큰 돌의 경우 많게는 70~80㎏ 가량은 나갈 겁니다. 무게는 작은 돌도 40㎏ 이상은 나갔던 것 같아요. 정암사 뒤편에서 돌을 구해 탑 쌓는 곳까지 지게를 지고 올라가는데, 많이 걸리는 경우엔 5일 정도 걸렸어요. 할 수 있는 만큼 지고 올라가서 그곳에 돌과 지게를 놓고 내려왔다 다음엔 그 곳에서부터 지게를 지고 올라가는 것이죠.”

복 씨는 이러한 과정을 7년 가까이 꾸준하게 해왔다. 초반에는 일주일에 서너 번을 오서산에 가기도 하고 낮에 시간을 내기 어려우면 밤에 가서 돌을 날랐다. 오랜 기간 탑을 쌓다보니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기도 하고 탑 건축 진행 정도를 확인하기위해 오서산에 오시는 사람도 생겼다.

돌탑에 쓰인 돌과 지게 모습.

복 씨의 열정과는 별개로 돌을 나르는 일은 너무 힘들어서 그날 일을 마친 후엔 한숨 자고 내려가야 할 만큼 고된 일이었고 그 다음날은 앓기도 했다. 이러한 일련의 탑 건축 과정을 들으니 마치 옛 스님의 고행을 듣는 것만 같았다.

“사람의 일이 잘 안 될 수도 있잖아요. 탑을 쌓으며 제 마음을 다스리고 수양하는 법을 배웠죠. 어제까지 오서산의 돌탑을 위해 646짐을 지고 올라갔는데 그런 고행을 하니 독기나 나쁜 기운이 사그라들었습니다. 그래서인지 낯도 바뀌고 인상도 바뀌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복 씨의 말처럼 그의 인상은 웃을 때 너무도 선했다. 이제 그는 평화통일기원탑 옆에 새로운 탑을 쌓고 있는데 이 탑은 이전 탑보다 작은 규모로 만들어질 예정이다. 그는 평화통일기원탑을 쌓을 때 고생했던 경험과 노하우, 이전보다 작은 규모로 전보다 훨씬 짧은 기간인 2~3년여의 완공기간을 예상하고 있다.

별생각 없이 혼자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인데 일이 너무 거창해져 쑥스럽다는 복성규 씨. 그는 스스로에게는 마음 수양을, 모든 이들에게는 좋은 의미가 전달되기를 바라며 탑들을 쌓고 있다. 그의 피땀으로 만들어진 탑들이 홍성에 좋은 기운으로 남아 앞으로도 오서산 등에 오르는 많은 이들의 기원이 기분 좋게 이뤄지길 바라본다.

돌탑을 쌓기 시작한 단계의 모습.
탑 쌓는 복 씨의 모습.
복 씨는 눈이 오는날에도 돌탑을 쌓는 일을 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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