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여서 따뜻한 순철이네 여섯 식구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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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여서 따뜻한 순철이네 여섯 식구 이야기
  • 황희재 기자
  • 승인 2021.12.25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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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신도시 박순철 씨네
왼쪽부터 큰 아들 박대인, 박순철, 어머니 장재풍, 아내 박 메이린, 막내 딸 박윤지.

내포신도시에 사는 박순철 씨(56)는 일출과 함께 출근하는 홍성읍행정복지센터 소속 미화원이다. 순철은 1966년 결성면의 가난한 농가에서 7남매 중 막내아들로 태어났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형과 누나들은 생계를 위해 외지로 뿔뿔이 흩어졌고, 아버지는 군복무를 마칠 무렵 뇌경색 투병을 시작했다. 그리고 오랜 투병 끝에 지난 2005년 세상을 떠났다.

부모님을 봉양하며 고군분투하던 순철은 2001년 아내인 박 메이린 씨(47)를 만나게 된다. 필리핀에서 온 메이린과 영어가 서툴렀던 순철은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언어의 장벽도 첫눈에 반한 둘의 사랑을 막지 못했다. 

부부는 홍북읍의 조그만 아파트에 보금자리를 마련하고 1남 2녀를 낳았다. 순철이네 가족은 주말마다 홀로 지내는 어머니 댁에 방문해 문안인사를 드렸고 어머니 장재풍 여사(99)는 주말만 기다리며 시간을 보냈다. 

어려움 속에서도 가정을 꾸린 아들을 바라보며 행복한 노년을 보내던 장 여사는 10여 년 전 치매판정을 받는다. 치매는 서서히 진행됐다. 증상이 악화되자 집 밖을 나서면 길을 해매기 일쑤였다. 어느 날 길에서 넘어진 장 여사는 결국 관절 장애까지 생겨 보행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순철과 메이린은 그런 어머니를 모시기로 마음을 모았다. 17평짜리 조그만 아파트에서 어머니까지 여섯 식구가 지내기엔 불편함이 많아 3년 전 내포신도시의 아파트로 온 가족이 대이동을 했다.

“총각 때 밤마다 천장을 바라보면서 내가 결혼을 할 수 있을까, 가정을 꾸리고 행복한 나날을 보낼 수 있을까 긴 생각에 잠기곤 했어요. 그런데 어느덧 시간이 흘러 가족과 함께 저녁을 보내고, 온 집안을 밝혀주는 아이들의 환한 웃음을 보며 행복한 날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순철은 아내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말이 통하지 않던 그 시절이 가끔 그리울 때도 있어요. 우리 부부는 마음으로 대화를 나누며 사랑을 키웠습니다.” 메이린은 한국생활에 적응하기위해 매일 한국어를 공부했다고 한다. “많은 분들이 제가 한국어를 배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셨어요. 한국과 홍성에는 우리 남편처럼 따뜻한 마음을 가진 분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메이린의 꿈은 한국에서 받은 사랑을 다시 여러 사람들과 나누는 것이다. “사람들의 사랑과 관심이 없었더라면 한국생활에 적응하지 못했을 거예요. 저도 앞으로 열심히 살아서 남들을 돕고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습니다.” 

부부가 모두 일을 하고 있어 어머니의 식사를 챙기기 어려운 여건이지만 순철은 이른 새벽 출근했다가도 아침이면 잠시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의 상태를 확인 한다. 점심시간에도 집에 들러 어머니의 식사를 차린다. 어머니가 식사를 마치면 일터로 돌아간다. 일을 하면서도 어머니를 틈틈이 보살필 수 있었던 것은 이희만 홍성읍장의 배려 덕분이다. “이희만 읍장님의 배려 덕분에 일을 하면서도 어머니도 잘 모시고 있고, 좋은 여건에서 일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읍장님께 늘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동안 어려운 일들이 많았지만, 순철이네 가족은 슬기롭게 역경을 극복했다. 함께여서 가능했고, 효심과 사랑이 이룩한 위대한 성취였다. 

현재 큰 아들 박대인 씨(20)는 베이커리 카페에 근무하며 군 입대를 기다리고 있다. 큰 딸 박윤정 양(19)은 대학 입학을 앞두고 있으며, 막내딸 박윤지 양(14)은 중학교에 재학 중이다. 

순철의 꿈은 모두 현실이 됐다. “많은 어려움 속에서 자랐지만 지금은 넓은 집에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고 있어요. 꿈같은 일이죠. 더 바랄 것도 없지만 소원을 말하자면 앞으로 아들과 딸들이 잘 됐으면 좋겠고, 무엇보다 모두 건강하길 소망합니다. 건강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가족, 건강하자!” 

순철은 오늘도 모두가 잠든 이른 새벽, 연두색 조끼를 걸치고 집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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