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 근대문화유산, 무조건 철거보다 활용 가치 찾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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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근대문화유산, 무조건 철거보다 활용 가치 찾아야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2.04.10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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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원도심 근대문화유산, 어떻게 보존·관리할까 〈1〉
일제시대에 지어진 홍주성내 홍성군예비군지역대 맞은편 2층 홍성적산가옥.

지역의 도시 정체성·관광 경쟁력 높일 자원으로의 가치 새롭게 조명해야
홍주성 복원사업, 마구잡이식 철거·건축물 보존대책도 매우 시급한 실정
근대건축물 활용, 문화시설주민복합공간 등 이용·활성화 방안 모색 돼야
공주·강경, 서천 판교·장항 근대건축물 활용 관광자원 활성화 역량 집중

 

역사문화적 가치가 도시의 경쟁력과 정체성을 가늠하는 시대다. 따라서 도시의 근대역사문화유산의 보전은 갈수록 중시되고 있다. 특히 도시를 조성하는 건축물은 형태나 기능보다도 지역에 어떤 가치를 두고 있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역사문화유산의 가치와 의미를 재정립하는 일은 국내적으로나 세계적으로도 도시정책의 중요 과제로 대두되고 있다. 특히 지역의 관광 경쟁력을 높일 자원으로써의 의미와 가치를 새롭게 조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이를 토대로 스토리텔링화 등 다양한 지역문화 콘텐츠로 개발해 나가야 함은 물론이다. 

우리는 현대 사회의 빠른 변화과정 속에서 과거의 것은 오래되고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역사문화자원들을 무시한 채 방치하고 훼손시키고 있는 상황이 현실의 문제다. 홍성지역의 경우도 대부분의 근대건축물은 도심에 위치하면서 경제성, 지역성의 문제로 철거의 위협을 받아오고 있다. 근대건축물의 가치에 대한 인식 부족 등으로 근대건축물들이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이 현실적으로 시급한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일부 지역에서는 근대건축물들이 재생돼 문화공간 등으로 잘 활용되고 있는 사례를 볼 수 있다. 홍성지역에 분포한 근대건축물 중에도 문화재로 등록돼 있는 경우도 있고, 원형이 잘 보존돼 있는 건축물도 있다. 2000년대 이후에는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 등에 힘입어 근현대의 건축물들이 문화예술공간 등으로 활용되고 있는 사례를 볼 수 있다. 이들이 문화재로써 지녀야 할 보존 기준을 준수하면서 문화예술공간 등으로 재생돼 보존되고 있는 사례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 근대건축물, 역사문화의 상징적 명소 되도록
근현대사의 표상이나 다름없는 건축물이 멸실되는 것은 정말로 안타까운 일이다. 이제부터라도 구체적인 보존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까닭이기도 하다. 천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는 홍주(홍성)도 일제 강점기부터 1980년대 산업화 시기까지 원도심을 중심으로 한 건축물들의 보전은 비교적 잘 유지돼 왔지만 도심의 발전과 개발에 따라 현재는 거의 파괴되다시피 했다. 남은 건축물들에 대한 보존대책도 매우 시급한 실정이다. 특히 홍주성 복원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에서 성내에 위치한 건물들에 대해 마구잡이식 철거가 진행되는 상황은 매우 우려스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는 지적이다. 어떤 방식으로 보전·관리할 것인지에 대한 방안부터 세워야 하는 이유다. 

도시 건축물의 개념은 삶의 터전이자 역사문화의 바탕이며, 살아 있는 역사로 생명체나 다름없다. 더 나아가 살아 숨 쉬는 역사교육의 장, 문화예술의 공간으로도 널리 활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가치를 새롭게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에 설득력이 실리는 대목이다. 이를 시작으로 역사문화의 경쟁력이 지역발전이나 지역의 정체성을 이끄는 시대적 흐름을 역사문화·관광 사업에 더욱 반영해야 함은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 홍성군의 문화행정의 지속성과 전문성 등이 더욱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으며, 근대건축물이 가지는 장소성, 역사성, 문화적 가치를 유지하는 근대건축물이 역사문화의 상징적 명소가 되도록 건축적 예술성은 보존되도록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홍성군은 홍주성을 중심으로 홍주성 복원사업과 도시재생사업을 추진하는 가운데 홍성·광천읍 등에 남아 있는 근대건축물을 활용, 문화시설이나 주민복합공간 등으로 이용하는 활성화 방안도 모색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충남도의 통계에 따르면 홍성군은 도내 다른 지역에 비해 일정한 수준의 근현대 건축물의 숫자가 지극히 적은 근현대건축물의 불모지로 평가받고 있다. 당초부터 근대건축물이 없는 지역은 아니었으나 도시개발 과정에서 대부분 파괴돼 현재는 특색 있는 근현대건축물이 전무하다시피하다는 것이 현실이라는 게 지역 향토문화계의 분석이다. 실제로 홍주성 복원사업의 일환으로 홍주성 내 홍성법원·검찰청, 홍성세무서, 홍성문화원 등의 근대건축물이 일제히 철거됐다.

홍성읍소재지에 존재했던 일제시대 은행건물 등을 비롯한 대다수의 근대건축물이 개발논리 속에 철거된 지 오래다. 특히 영화 ‘모래시계’ 촬영지로 알려졌던 구 홍성경찰서 건물의 경우 내부 구조가 독특하고 고풍적인 외관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으나 홍주성 복원사업 일환으로 철거되면서 군민들의 아쉬움을 남기기도 했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에 신축한 홍성읍사무소와 홍성군보건소 부지에 있던 홍성엽연초생산조합창고(구 KT&G)나 만해 한용운 선사의 아들 한보국의 집도 철거되면서 홍성지역 근대건축물에 대한 보존·정비를 통해 문화시설 등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으나 행정에서는 관심 밖의 일이 되고 있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 홍성의 근대문화유산, 체계적 보존·관리 시급
홍성군민들의 근대 생활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독특한 근대건축물의 경우 무조건적인 철거보다는 이를 문화시설 등으로 활용해 가치를 재탄생시켜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현재 홍성지역에는 홍성읍과 광천읍을 중심으로 주택이나 건물, 창고 등 일제시대에 지어진 건물이나 적산가옥들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 대표적인 곳으로는 홍주성내 홍성군예비군지역대 맞은편 2층 가옥 등을 비롯해 광천읍 광천역 앞 농협창고, 광천읍 네거리 인근 2층 가옥, 홍성전통시장 철물점 거리 등이 홍성지역의 손꼽히던 근대건축물들이다.

현재 홍성읍과 광천읍을 중심으로 홍성지역에 남아 있는 근대건축물들의 보전·관리는 근대산업유산, 역사문화자원 등의 명소화를 통한 지역 정체성 회복이 절실히 필요한 실정이다. 그동안 근대문화유산은 국가에서만 ‘등록문화재’로 등록할 수 있었지만 ‘문화재보호법’이 개정되면서 지방자치단체도 등록문화재 지정을 할 수 있다. ‘충청남도 문화재보호 조례 일부 개정 조례안’도 통과됐다. 지역의 고유한 특색을 품은 홍성지역의 근대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관리할 필요성과 방안 등이 절실히 요구되고 있는 시점이다.

1945년 해방 이후 일본인들이 물러가며 남겨둔 건물을 뜻하는 ‘적산(敵産)가옥’이 최근 들어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낡은 적산가옥이 전시장으로 활용되는가 하면, 게스트하우스와 카페로 개조돼 새 생명을 얻기도 한다. 젊은 사람들이 하나 둘 떠나 생기를 잃어가던 도시는 적산가옥을 활용한 문화의 숨결을 받아 재생의 희망으로 꿈틀거리기도 한다. 적이 남긴 가옥으로 아픈 근대사를 간직하고 있지만, 개발과 보존 두 갈래 운명에 놓여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적(敵)이 남기고 간 건물이라고 해서 이런 건물을 일컬어 ‘적산가옥’이라 부른다.

충남 공주와 강경, 서천 판교와 장항을 비롯해 전북 군산의 경우 근대건축물을 활용한 관광자원 활성화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일명 ‘근대문화거리’로 불리며 근대역사박물관과 호남관세박물관(1908년), 근대건축관(1923년), 신흥동 일본식가옥 등을 포함해 원도심 활성화의 일환으로 조성, 최적화된 관광자원으로 평가받는 사례에 주목할 일이다.

문화재청은 1876년 개항 이후 건립되고 50년 이상 지난 근현대의 것을 등록문화재로 지정·관리하고 있다. 하지만 문화재적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거나 개인이 소유한 건물은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도시가 커지면서 대단위 아파트 단지 건립 등으로 그나마 남아 있던 건물도 빠른 속도로 사라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적산가옥의 보존 작업이 활발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최근 들어 아픈 역사의 흔적도 보존해서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쪽에 무게가 실리고는 있지만 일제의 잔재이자 부끄러운 역사는 없애버리는 게 차라리 낫지 않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특히 실제 거주하는 주민들은 낡은 건물의 불편함을 호소하며 재개발을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특히 적산가옥의 역사적 가치를 살리면서 보존과 개발 사이의 갈등을 해소할 현실성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우리가 근현대건축물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는 까닭은 어쩌면 간단하다. 아무리 일제시대에 건축이 이뤄졌다고 해도, 역사성과 장소성을 기억해내기 위함이다. 도시의 근현대건축물은 삶의 터전이자 문화의 바탕이며, 살아 있는 역사로 생명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겐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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