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7년 전통의 ‘강경 황산옥’ 우어회·황복매운탕 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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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년 전통의 ‘강경 황산옥’ 우어회·황복매운탕 별미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2.05.21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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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다, 100년 가업을 잇는 사람들 〈3〉
107년동안 4대에 걸쳐 운영중인 충남 논산시 강경읍에 위치한 황산옥 전경.

역사문화도시, 강경발효젓갈·논산청정딸기 전국제일의 명성
1915년 한만례 씨, 강경 금강 황산나루터에 ‘황산옥’ 차려
매운탕 끓이기 시작, 나루터 오가는 길손들 허기 달랜 별미
107년째 4대 이으며 명성, 황복매운탕과 우어회로 유명해져

 

전국 곳곳마다 자랑거리가 없는 곳은 없겠지만 충남 논산의 강경만큼 다양한 역사문화유산과 ‘전통 맛’에 대한 자긍심을 갖는 곳도 드물 것이다. 강경은 넓은 황산 벌판 위에 평화로움을 간직한 역사문화의 도시로 아이러니하게도 일제강점기 호서지방에서 가장 번창한 도시였다.

금강이 흐르는 황산나루에 질 좋은 쌀을 일본으로 가져가기 위해 금강하구 군산에 미두회사(米斗會社)를 차리고 강경에는 쌀을 모으는 여러 시설을 만들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금강의 수량이 많았고 강심(江心)이 깊었을뿐더러 금강하구둑이 생기기 이전이라 배들이 자유롭게 금강으로 흘러들어 왔고, 바닷물 또한 육지 깊숙이까지 밀려 들어와 수산물의 생산이나 유통이 활발했다. 그런 연유로 강경은 육지의 나루이면서 바닷가 포구의 역할을 했던 곳이다. 이제 강경의 황산나루에는 강경에서 부여 세도까지 강을 건너는 황산대교가 놓였으니 배가 다닐 필요가 없고, 금강하굿둑이 막혔으니 바닷물과 더불어 배가 들어올 필요가 없으니, 이제 강경은 나루도 아니고 포구도 아닌 곳이 돼 버렸다.

하지만 예로부터 풍요로운 지역이다 보니 전통의 명맥을 잇는 맛집도 많고 축제도 많다. 200년 전통을 자랑하는 강경젓갈은 전국 제일의 명성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2004년부터 국가지정 문화관광축제로 지정돼 명성을 잇고 있다. 강경젓갈의 특징은 모든 재료를 원산지에서 직접 가져와 전통비법에 현대화된 시설로 정갈하게 제조해 옛 명성을 잇고 있다. 황석어젓 만들기 등 다양한 젓갈 체험을 비롯해 연산 오골게, 강경 황산리 영양불고기, 황산나루터의 황복매운탕과 우어회 등 먹거리가 풍부하다. 강경발효젓갈축제는 매년 10월 강경포구와 젓갈시장, 옥녀봉에서 개최되고 있다. 또 세계 최고의 딸기를 찾아 해마다 4월 열리는 논산딸기축제는 전국 최고의 논산청정딸기를 알리는 축제가 논산과 강경을 전국에 알리고 있다.
 

초창기 황산옥은 금강변에 위치했었으나, 강물이 점차 불어나 현재의 위치로 확장이전했다.
초창기 황산옥은 금강변에 위치했었으나, 강물이 점차 불어나 현재의 위치로 확장이전했다.

■ 최고의 백미 ‘황복’ 가을‘전어’ 봄 ‘웅어’
강경에 위치한 금강 황산나루터는 서해와 닿은 강 하구로, 민물고기와 바닷고기를 모두 잡을 수 있는 곳이다. 나루터는 황산대교가 건설되기 전까지 강경과 부여 세도를 잇는 가장 빠른 길이었다. 

이곳 황산나루터의 별미인 황복매운탕과 우어회는 지금부터 107년 전인 1915년부터 한만례 씨가 나루터 앞 일본식 가옥에서 아담한 식당 ‘황산옥’을 차리고 남편이 잡아 온 물고기를 손질해 매운탕을 끓이기 시작한 것이 시초로 나루터를 오가는 길손들의 허기를 달래줬던 별미다. 황산나루터에서는 4~5월이면 기수지역에서만 나오는 황복과 우어를 많이 잡을 수 있었다고 한다. 

황복은 바다에서 살다가 봄이 되면 알을 낳으러 강으로 올라온다. 맛이 좋아 민물에서 잡히는 물고기 중 가장 비싸게 팔리는 고급어종이다. 몸길이가 45㎝ 정도인 황복은 갈색인 등 쪽과 흰색인 배 쪽 사이인 옆구리에 노란색 줄이 뻗어있다. 황복은 바다에서 생활하다 산란기인 4월 말부터 6월 말 임진강과 금강 등으로 올라온다. 어미는 보통 자갈이 깔려  있는 여울에 알을 낳는데, 알에서 깨어난 치어는 바다로 내려가 다 자라면 연어처럼 자신의 고향에 와서 알을 낳는다. 황복은 임진강에서 많이 잡히는데, 산란기에 무분별하게 잡은 탓에 지금은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 환경부는 1996년 1월 특정 보호어종으로 지정, 허가 없이 채취·포획·가공·유통할 수 없다. 산란기에 두 달 정도만 맛볼 수 있던 ‘황복’을 지금은 사계절 내내 맛볼 수 있게 됐다. 중국에서 대량 양식에 성공하면서 국내로 수입되기 때문이다. 
 

황복.
황복.

아무리 음식이 맛있어도 목숨을 걸면서까지 먹을 리는 없겠지만, 중국 송나라의 최고 문장가인 소동파(蘇東坡)가 ‘죽음과도 바꿀 맛’이라고 극찬한 물고기가 바로 ‘황복(黃鰒)’이다. 소동파는 육질이 쫄깃쫄깃해 복요리 가운데 최고의 백미로 꼽히는 참복(황복)을 ‘강에 사는 돼지’를 뜻하는 ‘하돈(河豚)’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황복이 강에서 잡히기는 하지만, 민물고기가 아니라 복어목 참복과에 속하는 바닷물고기다. 복어는 저칼로리에 타우린이 풍부한 고단백질이다. 

봄철에만 먹을 수 있는 요리 중에서 절대 빠지지 않은 것이 ‘웅어회’다. 웅어는 이른 봄부터 한여름까지 산란을 위해 금강으로 왔다가 잡히는 청어목 멸치과에 속하는 물고기다. 생김새가 머리부터 몸통까지는 멸치와 밴댕이, 전어와 비슷하지만, 꼬리 부분은 갈치처럼 생겼다. 산란을 위해 몸을 살찌워 강으로 거슬러 올라오는데, 내장을 걷어내고 뼈째 썰어 회로 먹으면 기름기가 많아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우어를 잡을 수 있는 기간은 황복보다 길지만 보리 이삭이 패기 전에 먹어야 제맛이다. 5월을 넘기면 뼈가 굵어져 뻣뻣해지니 봄철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임금님께 웅어를 잡아 진상하는 일을 맡아봤을 정도이며, 고종 황제의 수라상에 올랐던 귀한 생선이라고 전해진다.

우어의 본래 이름은 웅어지만 부르는 이름도 지역마다 차이가 있다. 충청도 지방에서는 ‘우어 또는 위어나 우여’라 부르고, 전라도 지역에서는 ‘웅어’라고 한다. 표준으로 불리는 이름은 ‘위어(葦魚)’다. 바다에서 살다가 인근의 큰 강을 거슬러 올라와 갈대밭에 산란하기 때문에 그 이름을 갈대 위(葦) 자를 써서 위어라 부른다. 아직까지 웅어는 양식이 전혀 되지 않고 있는 100% 자연산 바닷물고기다. 웅어는 수질 2~3급에 살며 멸치과에 속한다. 주로 전라도 목포 쪽에서 금강 물줄기를 따라 전라도 익산과 충청도 강경, 부여까지 올라온다. 

웅어회는 해마다 보리가 팰 무렵(3~5월)에만 맛볼 수 있다. 예전에는 흔한 물고기였지만 지금은 수로가 원활하지 않아 희귀 어종이 되어 음식을 맛볼 수 있는 식당도 많지 않다. 현재 금강 줄기의 옛 나루터에 몇 집이 남아 명맥을 이어가고 있을 뿐이다. 대표적인 지역이 전북 익산시 곰개나루터와 충남 강경의 황산나루터 황산옥의 ‘웅어회’가 괜찮다는 평이다. 곰개포구와 성당포구, 강경 황산나루에 가면 맛볼 수 있다. 

웅어.
웅어.

■ 1915년 개업 ‘황산옥’ 107년째 4대를 잇다
강경 황산나루터의 ‘황산옥’은 1915년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107년째 4대를 이으며 명성을 잇고 있다. 창업주인 한만례 1대 주인의 비법은 며느리 한상례(86)씨에게 이어졌다. 1955년 시집와 시어머니에게서 육수의 비법을 물려받고 2대 주인으로 나선 며느리 한 씨는 45년간 주방을 지키며 황산옥을 전국의 최고 맛집으로 만들고 알리는 데 초석을 다졌다.

황산옥은 황복매운탕과 우어회로 유명한 식당이다. 특히 황복매운탕이 맛있다는 입소문을 타면서 명소로 자리 잡았다. 창업주 한만례 할머니가 황산나루터 근처에 처음으로 문을 연 이후로, 집안 대대로 가업을 승계하며 4대째 대를 잇고 있다. 1대부터 손님상에 올리던 밑반찬과 양념장 레시피를 지켜오며, 107년의 세월 동안 한결같은 맛을 선사하고 있다. 

금강에서 잡은 재첩으로 육수를 내고, 민물고기의 감칠맛을 제대로 살린 조리법을 완성한 ‘황산옥’은 밀복, 까치복, 참복, 활복 등 계절마다 가장 맛이 좋은 복어를 이용해 요리한다. 직접 담근 고추장에 양파, 과일, 생강 등을 넣어 일주일 동안 숙성시킨 양념장으로 복어를 버무린 후, 주문 즉시 콩나물, 미나리와 볶아 내는 ‘생복찜’과 ‘황복매운탕’이 대표 메뉴다. 아삭아삭한 콩나물과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는 복어살이 씹는 맛을 더한다. 복어살에 콩나물과 미나리를 감싸 겨자장에 찍어 먹으면 알싸한 맛과 함께 감칠맛이 한층 살아난다. 또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역에 사는 봄철 별미인 웅어를 매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려 먹는 ‘우어회(웅어회)’도 인기다. 황산옥은 3~6월에 웅어를 미리 잡아 급랭시켜 1년 내내 웅어 요리를 맛볼 수 있도록 한다.

현재 ‘황산옥’은 한상례 씨의 맏며느리인 모숙자(65) 씨가 3대 주인으로 가업을 잇고 있다. 스물여섯에 결혼하면서부터 일을 거들면서 가업을 잇게 됐다고 한다. 가업이 자신에게서 끊길까 걱정했던 모 씨는 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내려온 아들(신영수·38)이 4대째 가업을 잇겠다고 나서면서 마음이 든든해졌다고 전한다.

왼쪽부터 3대 모숙자 대표와 4대 신영수 대표.
2대 한상례 대표와 3대 모숙자 대표.
황산옥의 대표메뉴인 활복탕.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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