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포문화숲길 800리, 백제 불교문화의 ‘숨겨진 속살’
상태바
내포문화숲길 800리, 백제 불교문화의 ‘숨겨진 속살’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2.05.22 08: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국가숲길에서 내포문화숲길의 역사와 문화를 묻다 〈1〉
①내포문화숲길 원효깨달음길
국보84호,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불상.

가야산, 백제시대부터 불교문화 꽃피웠던 내포의 중심
원효깨달음길, 현존 대표적 사찰과 옛 절터 연결 96㎞
원효대사 흔적 따라 자신의 성찰과 깨달음 구하는 숲길
내포문화숲길, 홍성·예산군, 서산·당진시 협력 조성·운영

 

내포문화숲길은 충남 내포문화권의 역사와 문화를 ‘원효깨달음의 길’ ‘백제부흥군길’ ‘내포천주교순례길’ ‘내포역사인물동학길’ 등 4개 테마, 26개 코스로 조성된 총연장 320km구간의 길이다. 내포문화숲길 4코스인 ‘원효깨달음의 길’은 서산시 운산면 용현계곡입구에서 시작되는데 ‘백제의 미소’로 잘 알려진 국보 제84호 서산용현리마애여래삼존상이 온화한 미소로 방문객들을 맞는다. 마애여래삼존상을 뒤로 하고 계곡을 따라 2km 정도 올라가면 아직 발굴 중에 있는 사적 제316호 보원사지를 볼 수 있으며, 용현자연휴양림 입구를 지나 본격적인 숲길과 마주하게 된다. 퉁퉁고개, 대문동쉼터를 지나면 흥선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의 묘를 만날 수 있고 마을로 내려오면 내포문화숲길 4코스 도착지인 내포문화숲길 예산센터에 다다르게 된다. 

충남 서산시와 예산군에 걸쳐 있는 가야산에는 신라시대 원효대사가 해골물을 마시고 깨달음을 얻었다는 전설이 서려 있다. 후세는 가야산의 원효봉 인근 어디쯤인가를 그 장소로 추정하고 있다. 가야산은 백제시대부터 불교문화를 꽃피웠던 충남 내포(內浦)의 중심지다. 선불교의 중심사찰인 수덕사를 비롯해 지금도 100여 개의 크고 작은 옛 절터가 가야산에 남아 있다. 이 산을 중심으로 예산의 수덕사, 서산의 개심사, 홍성의 용봉사, 당진의 영랑사 등 현존하는 대표적 사찰과 원효암터, 백암사지 등 옛 절터를 연결하는 둘레길로 이어져 있다. 

‘원효깨달음길’이라고 이름 붙여진 이 길의 전체 길이는 96㎞에 이르는 길이다. 이 길은 다시 홍성의 오서산과 예산의 봉수산 등을 연결한 ‘백제부흥군길’로 이어지고, ‘내포천주교순례길’과 ‘내포역사인물·동학길’로 이어지면서 장장 320㎞의 도보길로 연결 된다. 이렇듯 내포문화숲길은 가야산을 중심으로 서산·당진·홍성·예산 4개 시·군에 걸쳐 조성돼 있으며, 내포지역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유구한 역사·문화적 전통과 자연·생태적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체험문화 숲길이다.
 

내포문화숲길-원효깨달음의 길 안내판.

■ 참 나를 찾아가는 원효깨달음길
내포의 역사 중 가장 두드러진 것 중 하나가 바로 불교문화다. 백제시대에 중국과의 교역 중심지였던 내포에 배가 오가며 우리나라에 불교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서기 661년 의상과 함께 당나라 유학길에 올랐던 원효는 무덤 앞에서 잠이 들었고, 잠결에 목이 말라 물을 마셨다고 전한다. 다음날 깨어 보니 잠결에 마신 물이 해골에 괸 물이었음을 알고 ‘모든 것은 마음에 달려있음을 깨달았다(일체유심조)’는 일화가 오늘날에도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이러한 일화가 바탕이 된 곳이 바로 ‘원효암터’다. 때문에 가야산이 자리한 서산과 예산, 당진에는 원효깨달음길이 조성돼 있다. 원효대사가 머물렀던 당진의 안국사지, 영랑사 등에서 원효대사의 흔적을 따라 걸으며 자신을 성찰하고 깨달음을 구하는 숲길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이중환(李重煥; 1690~1756)은 저서 ‘택리지’에서 “충청도에서 내포(內浦)가 가장 좋은 곳”이라고 했다. 내포는 가야산(伽耶山·677.6m)이 품고 있는 열 고을을 이르는 말이다. 홍주, 덕산, 예산을 비롯해 서산, 해미, 당진, 면천, 태안, 신창 등이 그곳이다. 이중환은 “이곳(내포)의 땅은 기름지고 평평하면서 넓고, 소금과 물고기가 많아서 대를 이어 사는 사대부가 많다”고 기록했다. 그만큼 문물이 풍부하고 살기 좋은 곳이란 의미다.

가야산은 내포의 중심이자, 내포를 상징하는 산이다. 가야산은 신라가 삼국을 통일한 후 지내던 중사(中祀)의 대상 중 하나였다. 중사는 국토의 네 방위에 있던 명산에 지내던 제사인데, 서쪽 명산이 가야갑악(伽耶岬岳), 즉 가야산이다. ‘가야’라는 이름은 부처님이 깨달음을 성취한 부다가야(Buddhagaya) 인근 가야산에서 따왔다고 전해진다. ‘가야산’은 ‘상왕산(象王山)’으로도 불린다. 원래 가야산과 상왕산은 서로 맞닿은 다른 산이지만, 예로부터 두 산을 아울러 가야산이라고도 불렀다. ‘가야’라는 이름이 불교에서 유래했듯, ‘상왕’이라는 이름도 불교에서 기원했다. 

이러한 가야산을 중심으로 상왕산(307.2m), 일락산(日樂山516m), 석문봉(653m), 옥양봉(621.4m), 수정봉(453m) 등은 예산군 덕산면, 서산시 운산면과 해미면에 걸쳐 소재한 산이다. 상왕산, 일락산, 석문봉은 금북정맥에 속한 산이며 금북정맥은 석문봉에서 주봉인 가야산으로 가고 금북정맥 석문봉에서 가지 친 원점회귀 능선상에 옥양봉(621.4m)과 수정봉(453m)이 있다. 이들 산은 덕산도립공원에 속하며 648년(백제 의자왕 8년) 혜감대사가 창건한 고찰 개심사가 있고, 계곡에는 신라시대에 창건됐다는 일락사라는 비구니 사찰이 있다. 문화재로는 개심사대웅전(보물 143)을 비롯해 주변에 서산마애삼존불상, 보원사지, 보원사지 5층 석탑, 용봉산마애석불 등의 문화재가 분포돼 있다. 주봉인 가야봉(677.6m)을 중심으로 원효봉(677m), 옥양봉, 일락산, 수정봉, 상왕산 등의 봉우리가 연결되는, 다양하면서도 어렵지 않은 등산로가 개설돼 쉽게 산에 오를수 있다.

백제시대 마애석불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는 국보 제84호 서산마애삼존불상을 비롯한 보원사지, 개심사, 일락사 등이 가야산 자락의 품에 자리 잡고 있다. 또 국보 1점, 보물 6점, 기타문화재 4점 등을 비롯한 각종 문화재가 산재해 있어 내포문화권의 핵심지역이며, 그 자체가 거대한 문화재라 불려도 손색이 없기에 유서 깊은 문화유적과 오염되지 않은 자연경관을 만날 수 있다. 서산마애여래삼존불상을 뒤로 하고 계곡을 따라 2km 정도 올라가면 아직도 발굴 중인 사적 제316호 보원사지를 볼 수 있고, 용현자연휴양림 입구를 지나 본격적인 숲길과 마주하게 된다. 퉁퉁고개, 대문동쉼터를 지나면 흥선대원군의 아버지인 남연군의 묘를 만날 수 있고 마을로 내려오면 내포문화숲길 4코스 도착지인 내포문화숲길 예산센터에 다다르게 된다. 


■ 원효대사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길
산 이름에서도 짐작할 수 있듯 가야산 주변에는 상왕산, 원효봉, 보현동 등 불교와 관련 있는 지명이 여럿 남아있고, 가야사지, 보원사지, 원효암지, 백암사지, 개심사, 일락사,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불상, 예산 화전리 석조사면불상 등 여러 불교유적과 유물이 현존해 있다. 흔히 가야산을 ‘호서불교의 성지’라고 부르는 것도 ‘가야’나 ‘상왕’이라는 이름의 두 산과 그 품에 자리한 수많은 불교유적과 유물 때문일 것이다.

내포의 역사와 문화, 생태를 보고 느끼고 체험할 수 있는 내포문화숲길에서 ‘원효깨달음길’은 예산 덕산도립공원 주차장에서 예산 가야사지(伽耶寺址)와 서산 보원사지(普願寺址),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을 거쳐 서산 용현계곡 입구에 이르는 약 10km 거리의 숲길이다.
원효대사의 발자취를 따라 걷는 원효깨달음길의 대표적 문화유산은 홍성의 용봉사, 예산의 수덕사, 서산의 천장사, 일락사, 개심사, 보원사지, 서산마애삼존불상, 당진의 영탑사, 안국사지, 영랑사 등 현존하는 사찰과 원효암터, 백암사지 등 옛 절터를 연결하면서 이어지는 96km에 이르는 숲길이다. 가야산을 중심으로 홍성군과 예산군, 서산시, 당진시 등  4개의 지방자치단체와 중부지방산림청, 수덕사가 협력해 조성한 국가숲길이다. 

숲길 방문자센터는 내포문화숲길의 안전 관리와 종합 안내, 홍보 활동 등을 하는 지역거점센터로 당진시는 아미산, 예산군과 서산시는 가야산에 방문자센터를 두고 있다. 홍성군은 남산입구에 설치 운영하고 있다. 내포문화숲길이 지나는 마을들은 홍성만 해도 30여 마을이나 된다. 그중 숙박지나 음식, 쉼터 제공이 가능한 거점마을도 지자체별로 2~3군데씩 마련돼 있다. 이렇듯 내포문화숲길은 천혜의 자연 환경에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원을 넉넉하게 품고 있는 길로 주민들의 애환이 담긴 순례길의 성격을 담고 있는 옛길이며, 숲길이다. ‘내포문화숲길’은 지방자치단체가 조성·운영 중인 숲길로는 처음으로 ‘국가숲길’의 반열에 올랐다.

 

<이 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