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산단 폐수처리장, 문화공간으로 화려한 탈바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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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산단 폐수처리장, 문화공간으로 화려한 탈바꿈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2.05.28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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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건물·폐산업시설, 문화재생 가치를 담다 〈4〉
옛 수원산업단지 폐수처리장이었던 고색뉴지엄(New-Seum)

수원 고색동 옛 수원산업단지 폐수처리장 복합문화공간 변신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리모델링 ‘고색뉴지엄’ 문 열게 돼
고색뉴지엄, 건축면적 1810㎡, 지하 1·지상 3층 규모 전시실
지역주민·산단 종사자 소통공간, 젊은 예술인·작가에게 도움

 

옛 건물을 다시 활용하는 건축방식은 도시재생사업에서도 큰 효과로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은 낙후된 지역을 살리기 위한 대책으로, 오래된 건물을 허물고 밀어내는 재건축·재개발이 흔히 이뤄졌다. 하지만 사람이 더 이상 남아 있지 않은 지역에 높은 고층 빌딩을 짓는다고 해서 도시가 다시 살아난다는 보장이 없다. 게다가 재개발에 들어가는 예산도 만만치 않다. 이럴 때에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성공사례들이 있다. 프랑스 파리 같은 해외의 유명 도시들은 오래된 건물을 오히려 관광에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일이다.

우리에게 충남 공주시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주원도심의 빈집이나 오래된 건축물에 대한 재생이 성공한 사례다. 원도심공동화의 상징으로 꼽히는 오래되고 허름한 빈집을 1970년대 하숙집을 체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하숙마을을 만들어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아무도 찾지 않았던 주택에서 역사적 가치를 발견해 원형을 보존해낸 결과, 대낮에도 인적이 드물던 시가지의 중심에는 이제 국내외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한다. 

공주시의 사례는 애물단지 취급을 받던 빈집이나 폐건축물들을 활용해 예산을 절약했을뿐더러, 여기에 관광객들까지 찾아들게 만드는 일석이조의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이처럼 옛 건축물은 이제 도심의 흉물이 아니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명소로 만들 수 있다는 쇠퇴해가는 지방도시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가치의 산물이다.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황홀하고 가치 있는 공간이면서도, 젊은 창업자들에게는 적은 예산으로 성공을 꿈꿀수 있는 희망과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수원 권선구 고색동에 자리한 옛 수원산업단지 폐수처리장이라는 건축물에서도 볼 수 있다. 옛 수원산업단지 폐수처리장은 10여 년 동안 방치됐다가 지역의 젊은 문화예술인과 주민들이 즐길 수 있는 아름다운 복합문화공간으로 화려하게 탈바꿈했기 때문이다. 옛 수원산업단지는 지난 2004년 6월에 조성됐다. 2005년 12월에 폐수처리장이 준공됐지만 수원산업단지가 폐수 배출이 없는 전기·전자 등 첨단업종으로 재편되면서 폐수처리장은 한 번도 가동하지 못한 채 쓸모없이 방치됐다. 이렇게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폐수가 발생하지 않게 되면서 10여 년 가까이 사용하지 않는 유휴공간이 돼버렸다. 그렇게 세월이 흘러가는 동안 이 건물을 어떻게 되살려서 효율적으로 활용할지가 지역 주민들의 관심사로 떠올랐고, 수원시도 재활용을 고민하게 됐다. 
 

■ 새로운 형태의 박물관 고색뉴지엄(New -Seum)
이러한 고민의 과정에서 수원시가 지난 2015년 문화체육관광부의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공모’에 선정되면서 국·도비를 지원받아 395억 원을 들여 복합문화공간으로 리모델링을 할 수 있게 됐다. 2017년 2월 리모델링 공사에 착공해 같은 해 11월, ‘고색뉴지엄(New-Seum)’이 문을 열게 됐다. 과거와 현대를 이어가며 함께 미래를 바라보는 특색 있는 문화공간이 새롭게 탄생했다. 이름도 바로 새로운 형태의 박물관인 ‘뉴지엄(NEW×MUSEUM=NEWSEUM)’으로 정했다. 뉴지엄은 ‘뉴’(New, 새로운)와 ‘뮤지엄’(Museum, 박물관)을 합쳐 만든 이름이다.

누군가의 일터였던 공간이 쓰임을 다하고 난 뒤, 시민들의 박물관으로 변화하게 된 일 또한 최근 새롭게 생겨난 문화가 아닐까? 그 모든 과정에 대한 스토리가 14.6 Zone에 담겨 있다고 한다. 폐수처리 존치시설 전시실인 ‘14.6 zone’을 주민들의 눈으로 생생하게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수원고색뉴지엄’은 수원산업단지 폐수처리장이 새로운 개념의 박물관으로 화려하게 탈바꿈한 공간이 됐다. 본래 이곳은 수원산업단지에서 발생하는 폐수의 이물질을 걸러내는 작업을 담당하도록 환경보존법에 의거해 설치됐지만 2000년대 이후 전자, 전기, 지식산업 관련 산업체가 많아지면서 더 이상 폐수가 발생하지 않게 되자, 예산 54억 원을 투입해 하루에 폐수 1380톤을 처리할 수 있도록 신축한 건물은 무용지물이 됐고 이 건물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 지를 고심하게 됐던 것이다.

수원시는 유휴공간 문화재생 사업 리모델링 공사에 착공해 지난 2017년 11월, 고색뉴지엄의 문을 열게 됐다. 고색뉴지엄은 1층과 2층, 지하 1층으로 수원시 지원사업과 델타플렉스지원팀이 운영하고 있다. 1층 열린 공간에는 수원의 역사에 대한 연혁을 차례대로 볼 수 있다. 1796년 수원화성이 축성됐을 때부터 2016년 수원산업3단지가 조성됐을 때까지의 기록을 글과 사진으로 담아 놓았다. △수원의 산업 △수원의 농업 △수원의 상업 △관광업과 기타산업 △제조업의 발달과 변화에 대한 설명이다. 산업과 관광이 서로 균형을 맞춰 경기 남부의 중심도시로 성장하는 과정, 제조업 산업 기반이 도시 발전에 큰 영향을 주게 된 역사 등을 보여 주며 박물관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고색뉴지엄 입구.

■ 묘한 매력을 주는 차별화된 전시장 호평
고색뉴지엄은 건축총면적은 1810㎡로, 지하 1층·지상 3층 규모이며, 전시실과 아카이브, 독서공간, 어린이집, 작품보관소 등을 갖추고 있다. 시비 25억 7300만원, 국비 12억 5100만원, 도비 1억 2600만 원 등 사업비 총 39억 5000만원을 들여 지난 2017년 11월 완공했다. 지하에는 전시실, 아카이브(정보 창고), 독서 공간, 창의적 체험 공간이 있으며, 1층에는 안내소와 어린이집이 들어서고, 2층은 교육공간으로 활용하고, 3층은 작품보관소로 구성됐다.

이곳은 산업단지 종사자의 휴식공간, 산업과 예술을 융합한 창조교육공간, 지역 주민과 산업단지 종사자 간 소통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 가운데 전시공간으로 활용되는 지하 1층은 독특한 매력을 풍긴다. 1층에서 계단을 걸어 내려가자마자 원통형의 거대한 약품 탱크 2개가 관람객을 맞는다. 이 탱크 사이에는 폐수정화시설이 있는 곳으로 향하는 통로가 있는데, 통로 옆 벽면에는 배관과 배수펌프를 그대로 남겼다. 통로 끝에 도착하면 고색뉴지엄의 주 전시공간을 만나 볼 수 있다. 전시공간은 427㎡ 면적으로 시야에 막힘없이 개방감 있는 일반 전시장과 달리 건물을 지탱하는 거대한 기둥들이 세워져 있어 과연 이곳이 전시와 공연을 할 수 있는 곳인지 의심이 들기도 하는 곳이다. 하지만 전시공간을 찾지 못하는 젊은 예술인들에게는 자신의 작품을 대중에게 선보일 수 있는 오아시스 같은 곳이다.

개관 이후 지난해 말까지 150회가 넘는 전시·공연·교육 행사가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또 학생작가 발굴전을 비롯해 지역의 신예작가 전시회가 무료로 열려 전시에 목마른 젊은 예술인에게도 도움을 주고 있다는 설명을 덧붙였다. 미술작품 전시뿐만 아니라 시민들을 대상으로 찾아가는 문화공연, 소규모 국악공연, 미니 오케스트라의 연주, 미디어파사드 공연 등 다양한 예술 활동이 펼쳐지고 있다. 2020년과 2021년은 코로나19로 인해 대면과 비대면 전시를 병행했는데도 지난 4년간 월평균 2.5회의 전시·교육 행사가 열렸고, 누적 이용자는 4089명으로 집계됐다는 설명이다.

고색뉴지엄을 이용한 작가들은 “흰 벽면에 화려한 조명이 있는 일반 전시장보다 콘크리트 벽면이 묘한 매력을 주는 차별화된 전시장”이라고 호평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고색뉴지엄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독특한 공간이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전시 문의와 촬영요청 등이 잇따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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