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포문화숲길, 한국의 산티아고·천주교성지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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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문화숲길, 한국의 산티아고·천주교성지순례길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2.06.04 0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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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숲길에서 내포문화숲길의 역사와 문화를 묻다 〈2〉
②내포문화숲길 내포천주교순례길 1
내포문화숲길 홍주천주교성지순례길 진영장의 동헌(홍주성 조양문 뒤 KT건물).

홍주천주교성지, 증거터·순교터·매장터가 함께 있는 성지
홍주성지, 6곳의 성지가 직선거리 1.2㎞정도, 1시간 남짓
여사울성지, 내포의 사도 이존창(루도비코)의 생가터 성지
배나드리성지, 인언민(印彦敏) 마르티노 순교자 기념 성지

 

내포문화숲길에서 천주교순례길은 홍주천주교순교성지를 비롯해 예산의 여사울·배나드리성지, 당진의 솔뫼·신리성지, 서산의 해미성지 등으로 구분할 수 있으며, 천주교 박해의 상징으로 남아있는 곳이다. 내포의 사도라 불리는 이존창(루도비코)의 생가터인 여사울 성지는 조선 후기 천주교 역사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홍주천주교성지는 증거터, 순교터, 매장터 등 3곳이 함께 있는 성지다. 이곳을 연결하는 천주교순례길 구간 7.7㎞(내포문화숲길)가 잘 조성돼 있다. 홍주천주교성지는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은 순교자가 탄생한 곳이다. 1792년 신해박해 때 원시장(베드로;1732~1793)이 충청지역 최초의 순교자로 기록된 이래 방 프란치스코, 박취득 라우렌시오, 황일광 시몬 등 기록상 212여 명이 순교, 우리나라에서 두 번째로 순교자가 많은 곳이다. 특히 1792년 겨울 원시장 베드로가 동사(凍死)한 충청도의 첫 순교터인 홍주감옥을 포함해 천주교 신자들이 고문과 박해로 가장 많은 피를 흘린 홍주진영터와 참수터, 신앙 증거터(목사의 동헌), 저잣거리, 생매장터 등 홍주성 일원에 6곳의 순교터가 있어 역사문화 자원으로의 가치와 순교사적 의미가 크다.

해미천주교성지가 있는 서산시 해미면은 내포의 여러 고을 가운데 유일하게 진영이 있던 군사요충지다. 해미 진영장은 내포 일원의 해안 수비를 명분 삼아 독자적인 처형 권한을 갖고 있었다. 이곳에서는 서해안 일대에서 붙잡힌 천주교 신자를 처형했다. 사대부들은 충청감사가 있는 공주나 홍주 진영으로 이송됐고, 이곳에서 죽어간 이들은 이름 없는 서민들이었다. 해미에서는 1790년대부터 100년 동안 천주교 신자 3000여 명이 국사범으로 몰려 처형됐다. 해미성지는 지난 2021년 3월 교황청으로부터 국제성지로 지정됐다. 

서산시는 해미면 대곡리 한티고개∼해미순교성지 구간(11.3㎞)에 천주교 순례길을 조성했다. 천주교 순례길은 병인박해 등 1800년대 당시 내포지역 수많은 순교자가 해미읍성과 해미국제성지(여숫골)로 압송됐던 경로다. 당시 순교한 신자 2000여 명 중 132명은 이름이나 세례명이 기록으로 남아있으나 나머지는 이름조차 남기지 못한 채 죽음을 맞았다.

당진시도 천주교 유적지와 순례길을 하나로 잇는 버그내 순례길을 명소로 만들기 위해 천주교순례길을 조성했다. 버그내 순례길 곳곳에 3m 높이의 황금 회화나무 200그루를 식재했으며, 2021년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 기념의 의미도 있다. 회화나무는 조선 시대 천주교 박해 때 신자들을 매달아 처형했던 나무로, 순교의 의미를 지닌다. 당진시는 2028년까지 30억 원을 들여 버그내 순례길 주변을 정비하고 인프라를 구축하는 사업도 추진한다. 버그내 순례길은 우리나라 첫 천주교 사제인 김대건 신부 탄생지인 솔뫼성지를 출발해 천주교 박해기 신자들 만남의 공간이었던 버그내 시장과 합덕성당, 조선 시대 3대 방죽 중 하나인 합덕제를 지나 무명순교자 묘역을 거쳐 신리성지까지 13.3㎞ 구간의 내포문화숲길로 조성됐다.
 

내포천주교복음첫터 여사울성지(내포의 사도 순교자 이존창 생가지, 예산 신암면 신종1리).

■ 홍주천주교순교성지순례길
홍주는 충청도 최초 순교자의 치명 터이자, 병인박해 때까지 순교자 212명이 신앙을 증거하다 목숨을 잃은 곳이다. 복자 반열에 오른 원시장(베드로, 1732~1793)·방 프란치스코(?~1799)·박취득(라우렌시오 1769~1799·)황일광(시몬, 1757~1802)이 바로 이곳에서 거룩한 피를 흘리고 하느님 품에 안겼던 것이다.

홍주순교성지의 특징이라면 첫째 전국에서 두 번째로 순교자가 많이 탄생한 성지라는 점과 둘째 충청도의 첫 순교 터(원시장 베드로)라는 점이다. 셋째 다양한 순교 터(증거 터, 순교 터, 생매장 터가 한곳에 모두 있는 곳)가 공존하고 있다는 점이다. 순교자들이 신앙을 증거한 장소 세 곳으로는 첫째, 순교자들이 문초와 형벌을 당하던 홍주 진영의 동헌(옛 경사당, 지금의 Kt건물) 둘째, 홍주 목사의 동헌(옛 근민당, 지금의 홍성군청 뒤뜰) 셋째, 홍주성내의 저잣거리(지금의 홍성군예비군중대 터)는 순교자들이 조리돌림을 당하던 장소다. 

또한 순교자들이 목숨을 바친 순교 터 세 곳으로는 첫째, 홍주 옥터로 113명(교수형 100명, 옥사 13명)이 순교한 최대의 순교 터이다. 둘째, 홍주성 밖 월계천과 홍성천이 만나는 합수머리 근처의 생매장터이다. 셋째, 홍주성 북문 밖 월계천과 소향천이 만나는 북문교 아래 100여m 지점에 있는 참수 터이다. 이 6곳의 성지는 직선거리로 1.2㎞정도이며, 걸어서 모든 곳을 돌아본다 해도 1시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이처럼 홍주성지는 한 곳에 순교 터와 증거 터, 매장 터까지 있는 특색 있는 성지다.
 

배나드리성지 (내포문화숲길 내포천주교순례길 2코스).

■ 여사울성지·배나드리성지길
충남 예산군 신암면 신종1리는 60여 가구 100여 명이 옹기종기 모여 살고 있는 이 마을 주민들 60% 이상은 천주교 신자로 구성돼 있다. 이곳에 자리하고 있는 여사울 성지는 지난 2014년 프란치스코 교황(Pope Francis) 해미성지 방문을 앞두고 내포지역 천주교 순례지에 대한 신도들의 관심이 높아진 곳 중 한 곳이다. 내포천주교순례길 15에 위치한 여사울 성지(충청남도문화재 178호)는 내포지역에 처음으로 천주교 복음을 전한 초기 순교자 이존창(루도비코, 1752~1801)의 생가가 있는 성지로 내포 천주교회의 심장이자 신앙의 고향으로 일컬어지는 곳이다. 여사울이라는 이름은 ‘서울과 같은 곳’으로 ‘여슬(물이 빨리 흐르는 개울)’ 또는 ‘여수골(예수 고을)’ 등에서 유래했다고 전해진다. 

성지의 넓은 뜰에는 ‘내포천주교 복음 첫터’라는 커다란 표지석이 세워져 있으며 맞은 편에 고딕풍의 아담한 기념 성당이 있으며 성당 앞에는 순례객을 위한 야외제대 3곳이 마련돼 있다. 제대(祭臺) 위로 십자가에 매달린 예수상이 있고 오른쪽으로 성모상이 있으며, 예수님이 십자가를 메고 골고다 언덕으로 올라가 십자가에 못 박히는 순간까지 14단계로 나눠 보여주고 있는 십자가의 길 14처(處, Via Sacra, 거룩한 길)가 있다. 이존창은 1791년 신해박해 때 모진 고문과 매질에 배교했으나 이를 뉘우치고 전교에 힘쓰다 1795년 다시 체포돼 옥살이 하던 중 1801년 공주 황새바위에서 참수형으로 순교했다. 여사울 성지는 한국 천주교회 역사 안에서 천주교 신앙의 못자리로 평가받는 한국 천주교의 요람으로 신유(1801년)·기해(1839년)·병오(1846년)·병인(1866년)박해 등 100여 년에 걸친 4대 박해를 거치면서도 이 지역 신자들은 전국에 흩어져 복음을 전파한 것으로 유명하다.

배나드리는 예산군 삽교읍 북쪽 용동 3리 삽교천 가에 섬처럼 생긴 마을로 도리(島里)라고도 부르는 곳이다. 홍수가 나면 사면이 물바다가 되어 배를 타고 건너 다녔으므로 ‘배나드리’라 했다고 한다. 이곳은 삽교에서 아주 가까운 곳(1.3km)이지만 삽교천으로 인해 물이 불어나면 배를 타고서야 드나들 수 있는 곳이었으므로 비밀리 신앙을 지키기에 적당한 마을이었으리라 추정할 수 있다.

삽교 충의대교 진입 직전에 고덕, 면천방향619번 도로를 약 4km가면 용동2리 버스정류장 앞에 용동성결교회 푯말이 보인다. 그곳에 ‘순교자 인언민 마르티노 사적지 300m’ 안내표지석 우측 교회 방향으로 들어서면 교회 바로 지나서 순교자 인언민과 무명 순교자 기념비가 나온다. 이곳은 용동리 2구 중용마을(예산군 삽교읍 용동5길 23-1, 용동리 산 10-12)이다. 이곳 배나드리성지는 인언민 순교자기념비(삽교읍 용동리 중용)를 제외하고 특별히 조성된 것이 없으나 용동성결교회와 붙어 있다. 공주에서 체포되어 해미에서 순교한 인언민(印彦敏, 1737~1800) 마르티노 순교자를 기념하는 배나드리성지로 조성했다. 인언민 마르티노는 2014년 8월 16일 광화문 광장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 의해 복자품에 올랐다.

<‘②내포문화숲길 내포천주교순례길 2’가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짐>​​​​​​​

<이 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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