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보은지역 폐교, 캠핑장·예술창작촌 등으로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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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보은지역 폐교, 캠핑장·예술창작촌 등으로 변신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2.06.19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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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촌지역 폐교의 재발견, 문화예술이 꽃피다 〈5〉
옛 탄부초사직분교 폐교는 캠핑장·게스트하우스로 재탄생했다.

1982년 이후 충북지역 254개교, 제천 39개교, 보은 25개교 폐교
탄부초사직분교, 캠핑장·게스트하우스 ‘어라운드 빌리지’로 재탄생
동광초학림분교, 2003년 폐교·2005년 보은인라인롤러경기장 건립
관기초소여분교, 창작공간이자 미술관 ‘예술창작촌 공간이노’ 변신

 

지난 1982년 이후부터 현재까지 충북지역에서 폐교된 초·중·고등학교는 모두 254개교, 새로 문을 연 학교는 156개교인 것으로 집계됐다. 학생 수 감소 등으로 지난 40여 년 사이 모두 98곳의 학교가 문을 닫은 셈이다. 또 개교한 학교는 청주지역에 집중된 반면 폐교는 충북 전역에 골고루 분포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충청북도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40여 년 동안 가장 많은 폐교가 있었던 지역은 제천으로 총 39개교가 문을 닫았다. 다음은 영동지역으로 35개교, 괴산·증평지역과 충주는 각각 32개 학교가 문을 닫았다. 청주는 29개교, 보은은 25개교, 단양지역에서는 24개교가 폐교됐다. 옥천은 17개교, 진천은 11개교, 음성은 10개교다. 반면 지난 1980년 이후 새로 문을 연 학교는 156개교인 것으로 나타났다. 청주가 102개교(65%)로 가장 많았고, 충주 25개교, 제천 12개교, 진천과 음성이 각각 6개교, 단양은 2개교, 영동과 옥천, 괴산·증평은 각각 1개교씩이다. 결국 지난 40여 년 동안 충북지역 학교는 청주지역 집중화가 두드러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청주는 70개교가 늘어난 반면 충주와 제천을 제외한 대다수 지역은 1~6개교 학교만 새로 생겼다. 특히 보은지역은 40여 년 동안 단 하나의 학교도 생기지 않았다.

한편 충북교육청은 폐교 건물 상태와 보안실태, 안전관리 상태를 집중적으로 점검하고 있다고 밝혔다. 폐교실태 점검은 매년 상·하반기로 나누어 실시되고 있다. 충북도교육청에 따르면 폐교된 학교 254개교 중 매각된 곳은 124개교, 민간인 임대는 82개교, 충북도교육청 자체활용 학교는 24개교인 것으로 조사됐다. 나머지 미임대 24개교의 활용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미활용 폐교가 대부, 지역주민, 지차체등이 교육용시설, 사회복지시설, 문화시설, 공공체육시설, 지역주민의 소득증대시설 등의 건전한 용도로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옛 동광초학림분교 폐교는 롤러경기장으로 변신했다.

■ 캠핑장, 인라인롤러경기장 변신
충북도교육청이 지난 2019년 미활용 폐교 중 두 곳을 보은군에 매각했다. 매각한 폐교는 수정초등학교 삼가분교 폐교와 수정초등학교 북암분교 등 폐교 두 곳이다. 두 곳의 매각금액은 각각 11억 원과 12억 원 등 모두 24억 원 정도인 것으로 전해진다. 보은군에서는 두 곳을 농촌체험관 조성부지로 활용하기 위해 충북도교육청에 매각을 요청하면서 이뤄지게 됐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2000년 3월 1일 문을 닫은 수정초등학교 북암분교 폐교는 그동안 요가 수련원과 명상학교 등으로 임대해 활용했으나 계약이 중도 해지된 이후 마땅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했다. 지난 2019년 3월 1일 폐교한 수정초등학교 삼가분교 폐교도 뚜렷한 자체활용 계획을 세우지 못한 곳 중 하나다. 보은군에는 18개 폐교 중 13곳은 임대 중이고 1곳을 자체활용해 4곳이 미활용 폐교로 남아있다는 설명이다.

보은군 탄부면 사직1길 34에 있는 탄부초등학교 사직분교는 리모델링을 해서 캠핑장과 게스트하우스로 만든 ‘어라운드 빌리지’로 재탄생했다. 라이프스타일 매거진 ‘어라운드’의 이상과 꿈이 현실로 바뀌는 곳이다. ‘바쁜 일상에 지친 도시인들이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쉼과 평온을 깃들게 하겠다’는 생각을 한적한 시골마을에서 실천하고 있다.

폐교를 재단장한 만큼 소박함과 정겨움은 그대로지만 건물과 그 주변은 예술적이고 모던하게 바꿔놓았다. 낡은 교실은 깔끔한 게스트하우스와 갤러리, 그리고 카페로 모습을 바꿔 여행객들의 포토존으로 인기가 높다고 한다. 캠핑을 즐기는 운동장은 나무로 둘러싸여 숲속 야영장의 느낌이 물씬 풍기고 모래놀이터와 수영장 등 아이들을 위한 놀이 시설도 갖추고 있다. 캠핑은 물론 가볍게 와서 글램핑과 피크닉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보은의 동광초등학교 학림분교장은 지난 2003년 3월 폐교가 되면서 2005년 3월 보은인라인 롤러경기장이 건립됐다. 2008년 11월에는 공인 롤러경기장의 국제규격이 변경됨에 따라 각종 대회유치가 어려워 국제규격으로 개축해 1종 경기장으로 승인을 받아 현재는 각종 국제대회도 유치하고 있다고 한다.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던 폐교가 ‘국제공인롤러경장’으로 변신을 한 이곳에는 지난 2010년 4월 경기장 내의 보일러실에서 전기에 감전돼 순직한 고(故) 최영미(당시 38세) 코치를 추모하기 위한 추모비가 세워져 눈길을 끈다. ‘자신은 이름 없는 롤러의 별처럼 살다가 이름 있는 롤러의 큰 별을 수없이 만들어 낸 진정한 롤러의 별, 이곳에 잠들다. 당신의 롤러에 대한 열정과 희생은 이 세상 그 무엇보다도 크고 아름다웠다. 아침 이슬처럼 짧은 삶을 살다 갔지만 우리들의 가슴속에 영원히 지지 않는 별로 떠오르리라. 찬란한 빛으로 영원히 타오르리라’ 동광초등학교 학림분교장의 잔디밭 롤러경기장 옆에 자그마하게 제자들을 감싸고 외로이 서 있는 고 최영미 코치의 추모비 내용이다. 

최영미 코치는 청주 내덕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롤러를 시작해 일신여중·고에서 선수 생활을 하며 소년체전과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휩쓸어 오는 등 충북의 인라인롤러 발전에 큰 공헌을 해왔다고 한다. 대전엑스포 실업팀에서 선수 생활을 하다가 팀이 해체된 이후 지난 2005년 3월 보은교육청 공무원으로 채용돼 이곳에서 경기장을 관리하며 보은지역 인라인롤러 선수들의 코치 생활을 해오다 지난 2010년 4월 보일러실에서 전기에 감전돼 숨진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이곳 롤러경기장은 선수들의 숙소와 경기기록실, 운영실, 본부석 등과 200m 뱅크트랙을 갖추고 있어 보은지역만이 아니라 충북도내 또는 전국의 인라인 롤러 선수들이 찾아와 숙박을 하며 훈련에 열중할 수 있는 곳이라고 전한다. 지난해까지 이곳을 다녀간 인라인롤러 선수는 모두 4만여 명에 이를 정도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이곳 경기장에서 치러진 대회로 전국대회 규모만 12회에 이르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수정초법주분교는 속리산둘레길 상판안내소로 활용되고 있다.

■ 미술관 등 문화예술창작공간 탈바꿈
지난 1995년에 폐교된 보은군 마로면 소여1리 470-1에 위치한 옛 관기초등학교 소여분교는 10여 년 동안 버려졌던 폐교였다. 이러한 산골학교인 폐교를 변신시킨 주인공은 이곳으로 귀농한 동화작가인 노정옥(54)작가와 부인인 서양화가 원덕식(51)화가 부부다. 이들 부부는 폐교를 임차해 창작공간이자 미술관인 ‘예술창작촌 공간 이노’로 변신시켰다. 2011년도부터 소여분교에 둥지를 튼 이들 부부에 의해 50가구 70여 명이 사는 작은 시골 마을 소여리는 예술과 문화가 녹아 있는 배움의 장으로 변화했다. 노정옥·원덕식 작가 부부는 지난 2009년 소여리로 귀촌하며 이곳에 둥지를 틀었고, 칙칙하고 낡은 교실 8칸과 황량한 운동장이 멋진 잔디와 깨끗한 옷으로 갈아입고 다시 태어나면서 새로운 문화예술공간으로 탄생했다.

보은군 속리산면 상판리의 수정초등학교 법주분교는 지난 1990년 속리산면 사내리의 수정초등학교의 법주분교로 개교해 2007년 폐교됐다. 이 학교 앞으로 흐르는 달천은 ‘고향의 강’으로 선정돼 생태문화공간으로 조성되기도 했다. 2층 건물로 아담하게 지어진 법주분교는 소나무 조경이 아름다운데 폐교 아후 ‘속리산둘레길 상판안내소’로 활용되고 있다. 본래 법주분교는 본교로 하고 있는 수정초등학교보다 역사가 깊다. 1937년 6월 25일 개교해 본교로 유지돼 49회까지 1868명의 졸업생을 배출했으나 재학생 수 감소로 지난 1990년 수정초등학교 법주분교로 격하됐으며, 폐교된 이후 현재에 이르고 있다는 설명이다. 또 2011년 폐교된 속리산 기슭에 자리했던 보은 속리중은 보은군에 매각돼 군립박물관, 미술관, 무형문화재 전승체험관 등 복합문화시설을 지을 계획이었으나 현재는 활용 계획을 바꾼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현재 철거가 진행 중이다. 한편 용산면 부상초등학교는 미술관으로, 상촌면 상촌초 물한분교는 야영장으로, 장안면의 속리초 장재분교는 퇴비공장으로 활용되고 있다.

충북에서도 보은지역은 산골마을이 많고 인구 감소가 심해서인지 유난히 폐교가 많다. 하지만 이제 산골지역의 폐교는 더 이상 애물단지가 아니다. 한때 청소년들의 우범지대로 전락했던 폐교가 최근 공기가 맑고 자연이 아름다운 시골(산골)의 가치가 부각되면서 야영장, 문화예술공간 등으로 탈바꿈하면서 보물단지로 거듭나고 있다.


<이 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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