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포문화숲길, 백제부흥군 최후의 항쟁 숨결이 가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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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포문화숲길, 백제부흥군 최후의 항쟁 숨결이 가득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2.06.2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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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숲길에서 내포문화숲길의 역사와 문화를 묻다 〈5〉
③내포문화숲길 백제부흥군길 1
백제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내포문화숲길의 백제부흥군길 봉수산 임존성.

백제부흥운동, 임존성·장곡산성 거점 3년여 기간 동안 전개
660년 백제 수도 사비성 나당연합군에 함락되고 나서 시작
백제부흥군길, 31개 코스 백제 지키려는 민초들 이야기 담아
백제부흥군길 면천읍성, 1438년 왜구 침입 대비한 평지읍성

 

내포문화숲길을 걸으면 묻혀있던 백제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역사문화를 되새겨 볼 수 있다. 가야산을 중심으로 충남서북부지역 4개 시·군(당진시, 서산시, 홍성군, 예산군)은 내포의 역사와 문화를 공유하고 있는 지역이다. 이 지역의 역사문화유적과 생태자원, 자연경관 등을 4개의 테마가 있는 길로 조성한 ‘내포문화숲길’에서 내포지역이 지닌 역사·문화적 전통과 자연·생태적 가치를 느낄 수 있다. 충남도는 ‘내포문화숲길’ 가운데 홍성∼예산∼당진을 잇는 80㎞ 구간을 ‘백제부흥군길’로 조성했다. 

내포(內浦)는 바다나 호수가 뭍으로 파고든 지형으로 조선 초기 이후 충남의 서북부 지역을 뜻한다. 조선 시대 지리서인 이중환의 ‘택리지’에는 “충청도에서는 내포가 가장 좋다. 공주에서 서북쪽으로 200리쯤에 가야산이 있다. 가야산의 앞뒤에 있는 10개 고을을 함께 내포라 한다. 지세가 한 모퉁이에 멀리 떨어져 있고 또 큰 길목이 아니므로 임진(壬辰)과 병자(丙子)의 두 차례 난리도 여기에는 미치지 않았다. 땅이 기름지고 평평한 것이 특징적이다. 또 생선과 소금이 매우 흔하므로 부자가 많고 여러 대를 이어 사는 사대부 집이 많다”고 기록돼 있다. 이번에는 내포문화숲길에서 백제부흥군의 최후의 항쟁 숨결이 가득한 흔적을 찾을 수 있는 홍성 오서산~복신굴~장곡산성~학성산성~예산 봉수산 임존성~대흥슬로시티~무한산성~당진의 아미산~대덕산으로 이어지는 ‘백제부흥군길’을 걸어봤다. ‘백제부흥군길’은 백제 패망 이후 나당연합군과 치열한 전투를 치른 백제부흥운동의 역사적 의미가 있는 지점을 연결했다. 충남도청을 비롯한 충남의 행정기관 등이 80년 만에 대전에서 홍성·예산의 ‘충남도청내포신도시’로 이전한 상황에서 ‘백제의 얼’이 서린 내포문화숲길이 조성된 충남서북부지역의 역사문화유적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백제부흥전쟁은 660년 7월에 백제의 수도 사비성이 나당연합군에게 함락되고 나서 시작됐다. 당나라 고종은 13만 대군을 백제에 보내, 신라군 5만 명과 함께 백제를 정벌했다. 연합군은 사비성을 함락한 이후 의자왕을 비롯한 백제인 1만3000명을 포로로 잡아갔다. 당시 백제의 패망을 인정하지 않고 백제부흥전쟁을 치열하게 전개한 세력들을 ‘백제부흥군’이라고 불렀다. 이러한 백제부흥군의 활약은 백제 전역에서 볼 수 있지만 특히 예산과 홍성의 임존성과 장곡산성(주류성)을 거점으로 한 백제부흥운동은 무려 3년이 넘는 기간 동안 끊임없이 전개됐다. 따라서 ‘백제부흥군길’은 내포지역을 중심으로 전개됐던 백제부흥 전쟁에서 가장 잘 나타나고 있는데, 홍성 오서산의 복신굴, 장곡산성(주류성)과 예산의 봉수산 임존성, 무한산성을 거쳐 당진의 아미산과 몽산성 터까지 백제부흥군의 흔적을 따라 그들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는 내포문화숲길이 이어진다. 
 

내포문화숲길의 백제부흥군길 봉수산자연휴양림과 예당저수지.

■ 백제부흥운동, 의병 운동의 뿌리 돼
예당저수지를 끼고 있는 예산 대흥면 상중리의 봉수산 정상부에 축조된 백제부흥운동의 거점지인 ‘임존성(사적 제90호)’은 둘레가 2426m에 이르며 높이는 2.5m에 달한다. ‘백제부흥운동’은 백제가 패망한 660년부터 663년까지 임존성과 주류성을 근거지로 백제 왕족 복신과 승려 도침, 흑치상지 장군 등이 벌인 재건 운동이다. 신라와 당나라의 나당연합군에게 나라를 잃은 ‘민초’들이 나라를 지키는 의로운 일에 뛰어든 ‘의병 운동’의 뿌리가 되는 곳이다. 흑치상지 장군이 지휘한 백제부흥군은 임존성에서 나당연합군과 붙어 승리했다. 백제부흥운동 기간 왕성(王城)인 주류성이 함락된 뒤에도 끝까지 버텨내던 임존성이 무너지면서 3년여에 걸친 항쟁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다. 임존성이 있는 봉수산성에 오르면 무한천을 비롯한 예산의 곳곳이 한눈에 들어온다. 임존성의 우물터에서는 ‘대흥 임존성 백제부흥군 위령제’를 열어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이들의 넋을 위로하고 있다.

임존성과 이웃한 홍성 장곡면 산성리에는 백제부흥운동 기간 왕성(王城)인 주류성으로 추정되는 ‘장곡산성’이 있다. 1998년 7월 충남도문화재자료 제360호로 지정된 장곡산성은 돌로 쌓은 석축산성으로 둘레가 1352m에 이른다. 예산 봉수산의 임존성과는 12.6㎞ 떨어져 있어 지리적 위치로 볼 때 백제 부흥군의 근거지였던 주류성으로 추정되고 있다. 물론 주류성의 정확한 위치와 관련해서는 이곳을 비롯해 충남 서천의 건지산성(乾芝山城), 충남 청양의 정산(定山), 전북 부안의 우금산성 등 여러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대동여지도를 제작한 김정호는 ‘홍주는 본래 백제의 주류성이다’라고 밝히고 있어 ‘장곡산성’이 주류성임을 입증하기 위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홍성군은 해마다 10월이면 장곡산성에서 백제부흥운동을 재조명하고 의병들의 뜻을 기리기 위한 위령제를 지내고 있다.
 

■ 몽산성, 백제부흥 전쟁의 전략적 요충지
내포문화숲길은 서산시·당진시·홍성군·예산군의 자연경관과 생태자원, 역사·문화 유적을 잇는 320㎞ 구간으로, 충남에서 가장 길게 조성된 도보 숲길이다. 이 길은 ‘원효깨달음길’과 ‘백제부흥군길’, ‘내포천주교순례길’과 ‘내포역사인물길’, ‘내포동학길’ 등 5개의 테마, 31개 코스 320㎞ 구간에 조성된 숲길이다.

‘백제부흥군길’에 속하는 8코스는 당진 대덕산 입구에서 아미산과 몽산을 거쳐 면천읍성에 이르는 12.5㎞ 구간으로 5시간 정도 소요된다. 홍성 오서산과 장곡산성(주류성), 예산의 봉수산 임존성을 거쳐 당진의 아미산까지 이어지는 ‘백제부흥군길’은 총 10개 코스로, 백제를 지키려는 민초들의 숱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당진읍 채운리에 위치한 대덕산 입구를 들머리로 삼아 시작되는 백제부흥군길’의 이정표를 따라 좁다란 산길을 오르면 소나무 한 그루가 시원하게 뻗어 있다. ‘도리봉 소나무’로 불리는 이 소나무는 가마솥 뚜껑의 손잡이 모양을 하고 있는데, 지난 2016년에 당진시의 아름다운 나무로 지정됐다. 조선 인조 때 청주한씨 문정공파 19대손 백영공이 죽동2리(옛 엄치리)에 입향해 청주한씨 집성촌을 이뤘다. 입향조(백영공)가 이 산에 묻힌 이후 후손들이 “사람이 태어난 근본을 알고 조상을 잘 섬기며 그리는 마음을 지니는 효성과 결초보은의 예를 다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이 사람의 도리다”는 것을 늘 잊지 말고 일깨우는 뜻으로 ‘도리봉(道理峰)’으로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당진의 최고봉인 아미산(峨嵋山·349m)은 멀리서 보면 ‘미인의 눈썹같이 아름답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처럼 산세가 험하지 않고 곱다. 정상인 3봉과 2봉의 갈림길에서 누각 ‘아미정’이 세워져 있는 3봉보다는 오히려 소나무가 으뜸인 제2봉을 밟노라면 이해인 수녀의 ‘사랑은 나무와 같다’를 비롯해 허영자의 ‘긴 봄날’ 등 유명 시인들의 시(詩) 간판을 따라 숲길을 걸어가면 몽산(夢山·225m)과 면천읍성으로 이어진다.

백제부흥 전쟁의 전략적 요충지이기도 했던 몽산성을 뒤로하고 면천읍성으로 향하면 성의 방어·감시·통신·지휘 등을 위해 구릉부에 설치한 제4망루의 추정지를 시작으로 제3, 제2, 제1 망루 추정지가 이어진다. 망루 추정지마다 보이는 풍경과 운치가 색다르다. 8개의 망루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몽산에서 하산, 옛 면천관아의 문루인 ‘풍락루(豊樂樓)’와 고려 개국공신이자 면천복씨 시조인 복지겸의 딸이 심었다는 은행나무(천연기념물 제551호)를 지나면 종착점인 면천읍성이 발길을 멈추게 한다. 면천읍성은 1438년 왜구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쌓은 평지 읍성으로 성벽은 자연석을 잘 다듬어 쌓았는데 외부는 석축이고, 내부는 돌을 채운 후 흙으로 덮은 성이다. 성벽의 둘레는 1336m인데, 성을 쌓을 당시 치성과 옹성의 길이를 합한 전체 길이는 1564m로 추정되고 있다.

내포문화숲길의 백제부흥군길을 걸으면 자연스레 백제의 역사문화를 짚어 보는 기회가 될 것이며, 백제부흥운동의 가치와 의미를 깨닫게 될 것이다.

<‘③내포문화숲길 백제부흥군길 2’가 다음 호에 계속 이어짐>

백제 역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살아있는 내포문화숲길의 백제부흥군길 봉수산 임존성.
백제부흥군길 3코스 대련사에 세워진 이정표.
백제부흥군길에 세워진 이정표.
임존성 백제 복국운동 기념비.

​​​​​​​<이 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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