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둘레길, 지리산 한 바퀴를 연결하는 300㎞ 도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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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 지리산 한 바퀴를 연결하는 300㎞ 도보길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2.07.22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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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숲길에서 내포문화숲길의 역사와 문화를 묻다 〈9〉
① 지리산둘레길 전북 남원 산내~경남 함양 마천
지리산둘레길 인월~금계 제3구간 남원 시작점.

지리산둘레길, 전북·전남·경남 5개 시·군 120개 마을을 잇는 300㎞
2008년 4월 첫 구간 개통, 지리산 둘레 한 바퀴 도는 걷기 여행길
전북 남원 산내 상황마을~경남 함양 마천 창원마을 잇는 옛 고갯길
경사진 비탈 따라 조성된 계단식 다랑이논의 진수 발견할 수 있어

 

“지난 2004년 생명평화탁발순례에서 지리산 길이 시작됐어. 지리산 댐 반대를 위해 모였던 사람들이 지리산 살리기 운동으로 전환한 결과가 지리산둘레길이야. 현대인이 성찰의 삶을 회복하려면 온몸을 써서 자연을 걸어야 하는데, 지리산에도 막상 사람이 걸을 길이 없는 거야. 1500리 탁발순례를 하는데 큰 트럭 쌩쌩 달리는 도로를 걸었어. 안 되겠다 싶어 지리산에 사람이 걷는 길을 만들자고 정부에 건의했지.” 도법 스님이 전하는 옛 일화다. 

도법 스님의 일화대로 탁발순례 3년 뒤인 2007년 지리산둘레길을 조성·관리하는 ㈔숲길이 꾸려졌고, 초대 이사장은 도법 스님이 맡았다. 2008년엔 전북 남원 산내면 해동마을에서 경남 함양 마천면 창원마을 구간 20㎞가 열리고, 2009년 전북 남원 주천면 외평마을에서 경남 산청 금서면 수철마을 구간 50㎞, 2011년 경남 산청 금서면 수철마을에서 경남 하동 악양면 대축마을, 전남 구례 산동면 밤재에서 구례 토지면 오미마을에 이르는 140km구간이 개통했고, 2012년 5월에 마침내 지리산 한 바퀴를 연결하는 24개 코스 300㎞에 이르는 국내 최초의 장거리 도보길인 지리산둘레길이 완성됐다. 

지리산둘레길은 지리산이 품고 있는 전북·전남·경남 3개도 구례군·남원시·하동군·산청군·함양군 5개 시·군, 120여 마을을 이어주는 길로 총 300㎞에 이른다. 이 사업은 산림청 녹색자금 100억 원을 지원받아 2011년까지 진행됐으며, 지난 2008년 4월 27일 첫 구간이 개통되면서 시작됐다. 

지리산 둘레 300㎞를 한 바퀴 도는 걷기 여행길이 사단법인 숲길(이사장 도법 스님)이 주도해 경남 함양군 마천면 옛 의탄분교 운동장에서 ‘지리산 길’ 시범 구간 개통식을 했다. 지리산 길은 지리산 외곽의 옛길·고갯길·숲길·강변길·논둑길·농로·마을길을 연결해 한 바퀴 돌 수 있도록 설계됐다. 숲과 고개를 넘어 마을을 만나고 논둑길을 걸을 수 있으며, 모든 코스에서 고도차가 최저 50m(구례군 토지면)에서 최고 1100m(하동군 악양면 형제봉)로 다양하다.

시범 구간은 전북 남원시 산내면 대정리 매동마을과 경남 함양군 휴천면 송전리 세동마을을 잇는 21㎞ 코스다. 전북 남원과 경남 함양을 잇는 옛 고갯길 ‘등구재’를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지리산 주능선을 조망하면서 넓게 펼쳐진 다랑이논과 11개의 산촌마을, 사찰을 지나 엄천강으로 이어지는 코스의 길이다. 마을과 다랑이논 사이를 걷는 ‘다랭이길’과 지리산 빨치산의 이야기가 전해지는 ‘산사람길’로 이름 붙였다. ‘다랭이길’은 전북 남원시 산내면 대정리 매동마을에서 경남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 금계마을까지 11㎞ 구간으로 지리산의 주능선을 볼 수 있는 코스다. 이 구간은 숲길 43.8%, 농로 20.8%, 마을길 19.9%, 임도 14%, 도로 1.4%로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지리산국립공원의 훼손을 막기 위해 국립공원 경계 외곽지역을 따라 산과 논이 만나는 지점을 중심으로 조성됐으며, 새로 길을 낸 곳은 없고 도로가 나면서 잊혀진 옛길을 찾아내 복원하기도 했다. 옛길은 숲길 회원들이 마을 노인들을 만나 고증과정을 거쳤고, 토지를 매입하지 않고 통과하는 곳의 사유지 소유자들을 설득해 길을 내고 이정표를 세운 것이 특징적이다.
 

지리산둘레길 남원인월센터.

■지리산둘레길의 첫 싹이 움튼 곳
전북 남원시 인월면 인월센터에서 출발해 경남 항양군 마천면 금계마을에 이르는 길은 성찰과 상생의 길, 생명과 평화를 꿈꾸는 길이라고 한다. 지리산둘레길의 첫 싹이 움튼 곳이기 때문이다. 전북 남원 산내면 상황마을과 경남 함양 마천면 창원마을을 잇는 옛 고갯길이 지리산둘레길 시범구간으로 열리면서 둘레길의 멋과 정취를 세상에 알리게 됐다. 이 구간은 지리산 북부지역의 산촌마을을 지나 엄천강으로 이어진다.

지리산둘레길 인월~금계구간은 전북 남원시 인월면 인월리와 경남 함양군 마천면 의탄리를 잇는 둘레길로, TV 프로그램 ‘1박 2일’에 소개되면서 유명세를 탄 곳으로 알려졌다.

옛 인월교에서 시작해 중군마을(2.1km)~수성대(2.9km)~배너미재(0.8km)~장항마을(1.1km)~서진암(2.5km)~상황마을(3.5km)~등구재(1km)~창원마을(3.1km)~금계마을(3.5km)까지 이어지는 총 20.5km구간으로 8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지리산 주능선과 다랑이논 위주로 탐방하고 싶다면 장항마을과 서진암 사이에 있는 인월 매동마을에서 시작해도 된다. 이 경우 4~5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논두렁, 밭두렁의 산골 마을 둘레길을 걷다 보면 아련한 기억 속 고향의 봄을 떠올릴 수 있으며, 지리산 주능선이 바라보이는 탁 트인 전망에 호연지기를 느끼고, 경사진 비탈을 따라 조성된 계단식 다랑이논의 진수를 발견할 수 있다. 

이 구간에는 모두 6개의 산촌마을을 지나는데, 옛 산촌의 모습은 많이 사라졌지만 산속으로 들어갈수록 도시의 때가 덜 묻는 산골 마을의 정취가 물씬 살아난다. 전통찻집과 옛 정취를 살린 주막 쉼터도 많이 생겼다. 수백 년 수령의 느티나무가 넉넉하게 가지를 펼치고 있는 마을 어귀 당산 터는 탐방객들의 쉼터다. 3구간의 하이라이트는 지리산 주능선의 전망과 다랑이논이다. 지리산 주능선은 인월 매동마을을 지나 잘 조림된 소나무숲 길을 오르면서부터 보이기 시작해 등구재를 넘어 창원마을로 내려갈 때까지 지리산 주능선의 전망을 즐기는 재미가 곳곳에 기다린다. 장쾌하게 펼쳐지는 능선을 바라보노라면 마치 고난의 순례자 길을 걷는 순례객인 양 엄숙함마저 밀려든다. 천왕봉이 조망되는 상황마을도 그렇듯 지리산 능선이 보이는 마을마다 전망 좋은 둘레길 주변에는 어김없이 주막이 자리 잡고 있다.
 

                                         지리산둘레길 지도.

■시집가는 새색시 가마 타고 넘던 오도재
옛날 창원마을 등 함양 사람들이 오도재를 넘어 남원 인월장으로 가기 위해 소 끌고 봇짐 지고 넘나들었고, 영호남으로 시집가던 새색시가 가마를 타고 지나던 고갯길이었다. 근대화의 흐름 속에 엄청강변을 따라 새길이 나면서 인적이 뜸했으나 지리산둘레길이 개통되면서 다시 마을과 마을을 잇는 소통의 길이 됐다. 등구재는 판소리 열두 마당 중 변강쇠타령의 변강쇠와 옹녀와도 연관 지을 수 있다. 변강쇠와 옹녀가 말년에 마천 등구마을에 정착하는데, 창원마을 건너편에 실제 등구마을이 있다. 인월장으로 가기 위해 이 고개를 넘나들었을 변강쇠와 옹녀를 떠올려 보는 것도 여행의 재미를 더해주는 기분 좋은 상상이다. 특히 변강쇠와 옹녀가 마천과 인월을 오갔기 때문에 인월 장항마을 인근에는 변강쇠, 옹녀와 관련한 남근 등 조각들이 세워져 있는 등 둘레길 3구간이 변강쇠와 옹녀와 관련된 장소임을 암시하고 있다.

뭐니뭐니 해도 3구간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다랑이논이다. 3구간은 지리산둘레길 개설 초기에 ‘다랭이길’로 불릴 정도로 다랑논이 많다. 산자락을 따라 좁고 길게 형성된 계단식 다랑논은 벼가 익는 가을과 모내기를 앞두고 물을 가득 담은 봄 풍광이 특히 아름답다고 한다. 모내기를 앞두고 물을 가득 담은 다랑논들이 제각각 푸른 하늘을 품고 차곡차곡 펼쳐진 풍경에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었네”라며 감탄하는 말이 절로 나오며, 가을철에는 노랗게 익어 가는 벼의 물결이 한 폭의 수채화처럼 다가와 풍요의 감탄사를 연발케 한다고 전한다.

다랑이논은 상황마을로 들어서면서 지리산 자락을 타고 내려오면서 풍요롭게 펼쳐진다. 다랑이논을 만들기 위해 돌을 쌓아 만든 축대는 마치 돌담처럼 정겹고 좁은 다랑이논 길을 줄지어 걸어가는 형형색색 도시인들의 모습마저 또 다른 자연이 된다고 말한다. 신록으로 뒤덮인 등구재를 넘어 창원마을에 들어서면 다랑이논과 지리산 능선이 어우러진 멋진 풍경이 반긴다. 내려가면서 바라보는 풍경이라 더욱 장관이다. 전망 좋은 당산나무 쉼터에서 잠시 숨을 돌리며 자연과 인문이 어우러진 멋진 산골풍경을 감상하는 것을 잊지 말자.
 

<이 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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