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둘레길, 전북·전남·경남 5개 시·군 120개 마을 도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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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둘레길, 전북·전남·경남 5개 시·군 120개 마을 도보길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2.07.30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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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숲길에서 내포문화숲길의 역사와 문화를 묻다 〈10〉
②전남 구례 산동면사무소~난동~방광~오미마을 운조루 구간
지리산둘레길 전남 구례 화엄사.

지리산둘레길, 걷는 길이 아닌 지리산 자락 마을과 마을 이은 길
2004년 45일 지리산 둘레를 걸어서 돈 생명평화탁발순례가 발단
지리산둘레길, 애초부터 관광객을 우선 고려대상으로 삼지 않았다
지리산 둘러싼 옛길·고갯길·숲길·강변길·논둑길·농로길·마을길 연결

 

지리산둘레길은 지리산을 걷는 길이 아니라 지리산 자락의 마을과 마을을 이은 길이다. 지리산둘레길은 민간운동 차원에서 시작해 민관 협력사업으로 진화했다. 지리산 자락의 네 남자, 실상사의 도법·수경 스님, 박남준·이원규 시인이 2004년 45일 동안 지리산 둘레를 걸어서 한 바퀴 돈 생명평화탁발순례가 발단이 됐다. 당시 정부가 이들이 걸었던 길을 토대로 지리산 옛길을 복원하는데 예산을 지원했고, 지리산을 끼고 있는 3개도 5개 시·군(전북 남원시, 경남 함양군·산청군·하동군, 전남 구례군)이 트레일 조성과 관리에 참여했다. 민·관이 함께 일군 지리산둘레길은 지금은 민간단체 ㈔숲길이 지리산둘레길 운영을 담당하고 있다.

반면에 제주올레는 처음부터 끝까지 민간의 힘으로 일군 트레일이다. ㈔제주올레 서명숙 이사장이 스페인의 ‘산티아고 가는 길’을 걷고서 고향 제주도로 돌아가 낸 트레일이 제주올레다. 제주올레는 중앙정부는 물론이고 자치단체 예산이 고정적으로 배치되지 않는다. 이따금 ㈔제주올레가 주최하는 행사에 후원자격으로 결합하는 정도라고 한다.

지리산둘레길은 솔직히 제주올레보다 불편하다고 하는데, 길 이름부터 헷갈리기 때문이다. 지리산둘레길은 제주올레처럼 코스 앞에 숫자를 붙이지 않는다. 바로 이 불평과 불만에 지리산둘레길의 특징이 있다고 말하는 이유다. 지리산둘레길은 지리산 기슭에 들어선 마을을 잇는 길이다. 그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보니, 마을과 마을을 연결하는 길을 잇다 보니 길 이름에 마을 이름이 들어갔고, 마을 주민들이 실제로 걷는 길을 찾다 보니 포장도로가 많은 이유다. 지리산둘레길은 모두 120여 마을을 지난다고 밝히고 있다. 제주올레도 제주 사람이 걷던 옛길을 이었지만, 길이 통과하는 마을 개수를 일일이 세지는 않는다. 여기에 가장 큰 차이가 있다고 한다. 

지리산둘레길은 애초부터 관광객을 우선 고려대상으로 삼지 않았다고 설명한다. 지리산에 들려면 이 정도 수고는 감내해야 한다는, 순례를 나서는 탁발승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헤아려야 한다는 생각이 지리산둘레길에는 깔려 있다는 설명이다. 지리산둘레길보다 제주올레를 걷는 사람이 훨씬 많지만, 열혈 매니어는 지리산둘레길이 제주올레에 못지않은 까닭이다. 지리산둘레길에 들어서려면, 마음부터 고쳐먹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지리산둘레길 전남 구례 산동~방광~오미마을 구간 시작점인 산동면사무소.

■ 나눔과 베품, 배려의 상징 ‘운조루’
지리산둘레길 구례 구간에서 구례군 산동면사무소에서 난동마을을 거쳐 방광마을에 이르는 13㎞ 구간과 구례군 광의면 방광마을에서 토지면 오미마을을 잇는 12.3㎞ 구간이 있으며, 난동마을에서 지리산둘레길 구례센터를 거쳐 토지면 오미마을을 잇는 18.9㎞ 구간이 별도의 코스로 구성돼 있다. 이번 취재는 전북 남원에서 전남 구례로 이어지는 코스인 전남 구례 산동~난동~방광~오미마을 코스에서 이뤄졌다. 구례 구간은 지난 2012년 5월 지리산둘레길이 완전 개통할 때 일제히 조성됐다고 한다. 이런 연유로 역사가 가장 짧은 구간이어서, 가장 덜 알려진 구간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지리산둘레길은 전북 남원을 거쳐 전남 구례, 경남 하동·산청·함양을 잇는  지리산 일대를 돌며 산과 들 그리고 마을의 풍경을 통해 농촌 지역의 인심과 다양한 전통문화를 보고 체험할 수 있다. 특히 지리산 전남 구례 구간은 전북 남원 주천센터에서 전남 구례 산동 밤재를 거쳐 산수유마을인 계척을 지나 탑동마을, 광의면 난동마을으로 이어진다. 난동마을에서는 ‘운조루(雲鳥樓)’를 목적지로 두 갈래로 나뉜다. 한 갈래는 구례 난동~방광~황전~토지면 오미마을 운조류까지 이어지며, 이 길에서는 천년고찰 천은사, 화엄사, 매천 황현 사당, 우리밀재배단지, 조선 중기 대표적인 양반가옥인 운조루 등을 만날 수 있다. 다른 길은 구례 난동을 출발해 구만마을~연파리~구례읍~용두마을~오미리 운조루까지 이어지는데, 이곳에서는 동편제 전수관, 구례 오이 등 친환경 재배단지, 섬진강 등을 볼 수 있다. 이 두 갈래 코스의 특징은 지리산 남쪽 기슭의 삶을 들여다보는 코스로 안성맞춤이기 때문이다. 지리산 남쪽 자락에 걸터앉아 섬진강을 내려보는 볕 바른 일곱 개의 농촌 마을을 돌아볼 수 있는 구간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구례 토지면 오미마을에 있는 고택 운조루(雲鳥樓)는 남한 3대 길지(吉地)로 알려진 명당이라고 한다. 노고단의 옥녀가 형제봉에서 놀다가 금반지를 떨어뜨린 곳에 들어섰다는 99칸 고택이다(지금은 70여 칸만 남았다). ‘一’자형 하인들의 방(행랑채), ‘T’자형 사랑채, ‘ㄷ’자형 안채가 있다. 대문 안의 행랑채가 서로 연이어져 있고 안채의 뒷면에는 사당이 자리하고 있다. 운조루는 조선 영조 52년(1776), 삼수부사(낙안군수)를 지낸 류이주가 세운 고택으로, 현재 국가중요민속문화재(8호)로 지정돼 있다. 운조루에는 명물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바로 뒤주다. 뒤주 아래에 가로 5㎝ 세로 10㎝ 크기의 구멍이 있는데, 구멍 마개에 ‘타인능해(他人能解)’라고 쓰여 있다. 누구나 구멍을 열고 쌀을 가져갈 수 있다는 뜻이다. 쌀 두 가마니 반이 들어가는 이 뒤주는 주민들을 위해 늘 열려 있었다고 한다. 나눔과 베품, 배려의 상징이다. 우리 근현대사에서 지리산 남쪽 마을은 유난히 곡절이 많았는데, 동학농민운동과 한국전쟁 등을 겪으며 숱한 마을이 풍비박산났지만, 누구도 운조루는 해코지하지 않았다고 전해지고 있다.

운조루(雲鳥樓)와 함께 ‘금환락지(金環落地)’에 지어진 집 한 채가 더 있다. 택호(宅號·집 이름)가 ‘곡전재(穀田齋)’인 이 집은 운조루와 마찬가지로 성주 이씨 후손이 살고 있다. 1929년에 지어진 곡전재는 1940년 성주 이씨 20대손인 이교신이 인수한 조선 후기 정통 목조 건축양식으로 문간채, 사랑채, 안채가 모두 ‘一’자형이며 높이 2.5m에 달하는 호박돌 담장이 인상적이다. 이 담장은 금가락지 형태로 둥글게 지어졌다. 또 담장이 높은 것은 금환락지의 집터 기운이 바깥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게 한 의도를 엿볼 수 있다.
 

지리산둘레길 전남 구례 산동에서 방광 구간 둘레길.

■ 지리산둘레길, 걷기 좋은 명품거리 유명세
지리산둘레길은 방광마을, 수한마을, 당촌마을, 황전마을의 반달가슴곰 종복원기술원과 지리산국립공원 탐방사무소, 상사마을, 하사마을, 오미마을로 이어진다. 

반달가슴곰 종복원기술원과 지리산국립공원 탐방사무소 앞길은 신라 경덕왕 때 세운 화엄사 입구이기도 하다. 화엄사는 둘레길이 지나지는 않지만 국보와 보물 등 중요 문화재가 있어 역사적·학술적 가치가 큰 대가람이다. 신라 진흥왕 5년(544)에 연기조사가 창건했으며, 절 이름은 화엄경의 두 글자를 따서 붙였다고 한다. 선덕여왕 12년(643)에 자장에 의해 증축됐고, 헌강왕 1년(875)에 도선이 다시 중축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조선 선조 34년(1606)에 벽암선사가 7년 동안 다시 지었다. 유물로는 국보 67호인 각황전을 비롯해 각황전 앞 석등(국보 12호), 4사자 3층석탑(국보 35호) 등 국보 3점과 보물 299호인 대웅전, 동5층석탑(보물 132호), 서5층석탑(보물 133호), 원통존 앞 4사자석탑(보물 300호)이 있다. 천연기념물 38호인 올벗나무가 특히 유명하다.
 

지리산둘레길 전남 구례에 있는 사찰 천은사.

지리산둘레길 구례 구간은 산동 밤재~토지 오미마을까지 51.3km를 조성해 걷기 좋은 명품거리로 이미 유명세는 전국적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산동면 소재지 원촌에서 4㎞ 거리의 수락촌 절벽에 수락폭포가 있다. 높이 15m의 폭포로 여름철이면 많은 사람들이 낙수를 맞으며 더위를 식혀가는 곳으로 유명하다. 특히 산동~방광 구간은 지리산국립공원을 이웃하며 걷는 임도와 마을을 잇는 옛길로 돼 있다. 이와 함께 중국의 춘추전국시대 진시황제의 명을 받은 서불이 불로장생약을 찾았다는 지초봉 옆의 구리재에 올라서면 구례 분지의 넓은 풍광이 눈에 가득 들어온다. 지초봉 일대는 구례 수목원, 생태숲이 조성돼 둘레길 숲속에서 나오는 청정한 공기와 녹색 우거진 아름다운 자연환경, 각종 풀벌레 소리와 새소리, 계곡에서 흐르는 물소리 등 태고의 신비와 자연의 조화를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지리산은 계곡이 아름답고 수려해 여름에도 휴양지로 많이 찾는 곳으로 구례읍에서 화엄사, 노고단, 반야봉을 거쳐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지리산 종주 등반의 시발점과 종점으로도 잘 알려진 곳으로 지리산을 둘러싸고 있는 옛길, 고갯길, 숲길, 강변길, 논둑길, 농로길, 마을길 등을 연결하고 있다. 지리산둘레길은 구례군의 지리산과 섬진강을 관망하는 아름다운 거리로 걷기에 좋은 명소로 평일에도 트레킹족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이 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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