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공간 복합예술공간 변신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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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공간 복합예술공간 변신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2.09.25 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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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건물·폐산업시설, 문화재생 가치를 담다 〈11〉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전경.

생활쓰레기소각장, ‘폐산업단지 재생 사업’ 선정…복합문화예술공간 조성
버려지는 생활쓰레기로 만드는 예술…문화예술계에 신선한 ‘친환경 바람’ 
국내 최초 업사이클링 복합예술공간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탄생 화제
버려진 폐광산, 유명 관광지 ‘광명동굴’로 재탄생…관광객 발길 이어져

 

우리는 지금까지 ‘옛것과 헌 것, 허물어지는 것’은 가능하면 ‘부수고 새로 짓는’ 것이 오랫동안 익숙해진 우리 건축사를 상징하는 표현이었다. 낡고 버려진 건물이 있으면 깨끗이 밀어버린 후에 최신식의 건물을 새로 올리는 것이 당연시됐다. 그러나 이제는 우리네의 삶과 생각의 가치, 패러다임이 바뀌었다. 문화생활과 휴식, 친환경이라는 키워드가 주목을 받으면서 기능을 잃은 폐건물이나 폐산업시설 등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폐산업시설 재생사업’이 새로운 키워드와 이슈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경기도 광명시의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 주관으로 시행된 ‘2014년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중 ‘유일하게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곳이어서 주목을 끌고 있다. 지난 2015년 6월 개관한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는 그 독창성을 바탕으로 SNS등을 통해 인지도를 넓히는 데도 성공했으며, 지금은 국내 업사이클러들의 메카로도 통하고 있다. 업사이클아트센터는 플라스틱 제품 등을 활용한 전시회는 물론, 지역 주민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건축 체험 실습 교실 등을 운영하고 있으며, 전시실 한편에는 지역 활동가들이 만든 업사이클 상품을 판매하는 ‘업사이클 마켓’도 마련돼 있다.
 

내부 전시장 모습.
내부 전시장 모습.

■ 버려지는 물건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는다
폐자원을 활용해 창작, 교육, 전시 등을 할 수 있는 복합문화예술 공간인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가 광명시 광명동굴 앞 ‘광명시자원회수시설(생활쓰레기소각장)’에 지난 2015년 6월 문을 열면서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관심이 높아지면서 주목을 끌고 있는 곳이다.

버려졌던 폐광산이 유명 관광지인 ‘광명동굴’로 재탄생함으로써 시민들과 관광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것처럼 ‘버려지는 물건들에도 새로운 가치를 부여할 수는 없을까’ 하는 고민에서 국내 최초 업사이클링 복합예술공간인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가 탄생한 출발점이었다는 설명이다. 이곳에서는 버려진 소방호스가 패션 소품으로, 양파망과 포장지가 멋진 드레스로, 오랫동안 입은 헌 옷이 옷 주인의 세월을 고스란히 간직한 예술작품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한 ‘2014년 산업단지 및 폐산업시설 문화재생사업 공모’에 선정돼 시비 10억 원, 국·도비 13억 원을 지원받아 광명시자원회수시설(생활쓰레기소각장)의 홍보동을 리모델링하고 신축 과정을 거쳐 재탄생했다. 전국 유일의 업사이클 거점 공간인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는 폐자원을 예술과 디자인을 통해 또 다른 쓰임과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업사이클의 미학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공간이다.

업사이클아트센터 1층에는 작가와 시민들의 작품을 전시할 수 있는 전시장, 공간과 업사이클 제품을 판매하는 아트샵, 아트 콜라보레이션이나 워크숍 이벤트가 가능한 시청각실과 세미나실이 있다. 2층에는 입주 작가들이 작품을 창작하는 레지던시와 커뮤니티룸으로 구성돼 있다. 업사이클아트센터 옆에 들어선 에코에듀센터에는 작가와 시민들이 직접 공구를 활용, 작업할 수 있는 공동작업실과 소규모 그룹으로 직접 체험하고 배울 수 있는 교육공간 등이 조성됐다.

결과적으로 폐자원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고 있는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역시 기존의 건물을 업사이클한 결과로 탄생한 곳이다. 업사이클아트센터 뒤로 보이는 핑크색에 하얀 구름이 그려져 있는 굴뚝 건물은 쓰레기를 소각하는 ‘광명시자원회수시설’로 이 시설의 홍보를 위한 부속 건물이 문화체육관광부의 폐산업시설 재생사업 대상지로 선정되면서 업사이클아트센터로 단장해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업사이클아트센터는 버려지는 자원에 새 생명을 불어넣는 장소로 그 탄생의 비밀마저 잘 어울리는 공간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를 내려다보는 언덕에는 드라마에서 소개됐던 ‘광명동굴’이 있는데, 이 또한 폐광산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사례로 꼽히고 있다.

일제강점기에 수탈을 목적으로 시작된 광산이 폐광된 이후 새우젓 창고로 쓰이다가 2014년에 관광형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조성돼 많은 관람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광산의 터널을 업사이클해 새로운 문화관광상품으로 탈바꿈해 성공한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업사이클이란 업그레이드(Upgrade)와 리사이클(Recycle)의 합성어로 재활용(Re-cycle)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폐자원에 예술적 가치를 더해 새로운 작품이나 상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 버려진 고물에 예술적 숨결 불어넣어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는 재활용 예술에 대한 인식을 확대하고 업사이클링의 가치를 알리기 위한 기획·전시 활동은 물론 업사이클링 아트 작가들의 육성을 위한 레지던시 사업, 특화 체험프로그램 운영을 통한 디자인 교육, 업사이클링 관련 학술행사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를 방문하면 우선 기획전시관을 통해 디자이너들이 업사이클링을 활용해 만든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관에는 일회용 스틱형 커피 봉지로 만든 파우치를 비롯해 버려진 비닐 등 폐기물을 이용해 만든 옷 등 생활용품에서 조형물까지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돼 있다. 한마디로 버려진 고물에 예술적 숨결을 다시 불어넣는 폐자원의 환생 공장이다. 또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는 에코에듀센터를 통한 업사이클링 디자인 교육에도 앞장서고 있다.

버려지는 폐나무 등을 이용해 각종 소품이나 가구 등을 만드는 ‘나무로 업사이클 강좌’를 비롯해 버려진 자투리 가죽 등을 이용해 액세서리 등을 만드는 가죽 공예, 못 입는 청바지 등을 이용해 에코백과 클러치 등을 만드는 청바지 소품 과정은 지역 주민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또 자투리 나무를 이용한 ‘미니액자 만들기 프로그램’은 물론 버려지는 천과 빈 병을 이용해 조명등을 만드는 ‘병조명 만들기’ 등 어린이를 위한 프로그램도 운영되면서 아이들의 놀이 공간이자 교육공간으로도 각광을 받고 있다. 특히 단순한 전시와 체험교육 공간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함께 다양한 문화콘텐츠를 만들어나가는 데도 힘쓰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광명시가 함께 개최하는 광명업사이클예술축제는 지난 2018년 본격적인 개최와 함께 업사이클 예술을 주제로 전시와 공연, 워크숍, 예술시장, 재료 기부 캠페인 등이 총 망라된 국내 최초의 업사이클링 예술축제로 자리 잡았다고 전한다. 또 아이들이 버려진 폐자원을 이용해 직접 악기를 만들고 퍼포먼스를 기획하며, 공연까지 갖는 ‘리플레이메이커’ 프로그램은 지역사회에서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의 간판 프로그램으로 자리를 잡았다는 설명이다.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가 이처럼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발굴하고 운영하는 것은 시민들이 업사이클링 자체에 흥미를 갖도록 해 환경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고, 버려지는 폐자원을 새로 활용하는 방법을 적극적으로 실천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이 같은 노력은 문화행사에 참여하는 관람객 수가 해마다 증가하면서 서서히 빛을 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특히 업사이클과 문화의 만남으로 파생되는 다양한 문화콘텐츠는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가치를 명확하게 제시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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