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트레일 홍천구간, 사람이 숨어 살기 좋은 숲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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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트레일 홍천구간, 사람이 숨어 살기 좋은 숲길
  • 취재=한기원·백벼리 기자
  • 승인 2022.09.25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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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숲길에서 내포문화숲길의 역사와 문화를 묻다 〈14〉
백두대간트레일② 강원 홍천구간
백두대간트레일 6구간 광원리길(홍천 제1구간).

백두대간트레일 홍천구간, 5개 구간으로 탐방객의 취향 따라 선택
산촌의 농로, 마을 길, 숲길을 걸으며 산과 계곡 느낄 수 있는 곳
한적한 마을 길 양옆 능선엔 자작나무·소나무가 빽빽하게 군락 이뤄
원당동(院堂洞)이란 이름은 조선시대 원(院)집이 있었다고 해서 유래

 

백두대간이 통과하는 행정구역은 6개 도, 12개 시, 20개 군이며, 총 면적은 약 2만 8000㎢로서 전체 국토면적의 27%를 초과한다. 이를 연결하는 도보여행길은 가히 한반도의 역사문화를 살펴볼 수 있는 대표적인 걷기 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백두대간트레일은 공간적 위치와 역사·문화적 위상을 고려, 전국을 걷기 길 네트워크로 연결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매우 큰 의미를 지닌다. 특히 한반도의 남북축인 백두대간과 동서축인 DMZ를 경유하는 남북과 동서 방향의 생태축인 트레일은 한반도의 자연생태계의 통로 역할뿐만 아니라 인문생태계의 통로 역할도 해낼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백두대간트레일 강원 홍천구간은 홍천군 내면 일대에 4구간으로 조성됐다. 특히 ‘정감록’에 나오는 ‘삼둔사가리’는 난리·질병·기근 삼재의 재앙이 들지 않는 좋은 땅이라는 의미로 사람이 숨어 살기 좋은 곳의 대표적인 명소로 꼽힌다. 삼둔사가리는 홍천군 내면의 살둔(생둔)·월둔·달둔과 인제군 기린면의 아침가리·연가리·적가리·명지가리를 말한다. 산림청은 이 중에서 아침가리 숲을 국유림 명품 숲으로 지정해서 관리한다. 

백두대간트레일 홍천구간은 산림유전자 보호구역이 있는 광원리길, 산새소리가 아름다운 새소리길, 고랭지 채소밭과 오래된 돌배나무가 있는 창촌리길, 채종포단지를 경유하는 자운리길, 태기왕의 전설이 깃든 불발령길 등 풍부한 역사와 문화의 이야기까지 경함할 수 있는 도보여행길이다. △제1구간(광원리길)은 월둔교~소한동 입구 5.32km(약 2시간 20분 소요), △제1-1구간(새소리길)은 원당초교 앞~소한동3교 6.3km(약 2시간 40분 소요), △제2구간(창촌리길)은 소한동 입구~논골 입구 15.53km(약 3시간 40분 소요), △제3구간(자운리길)은 논골 입구~수리재~원자분교(폐교) 앞 8.65km(약 3시간 소요), △제4구간(불발령길)은 원자분교(폐교)~불발령 입구 3.5km 또는 불발령 입구~불발령 정상 5km(약 2시간 50분 소요) 코스 등으로 구성됐다. 이번 백두대간트레일 홍천구간 도보여행길 취재는 홍천군 내면에 속하는 1-1구간인 원당초등학교~소한동3교 구간인 치유의 숲, 새소리길과 2구간인 창촌리길 구간에서 진행됐다.
 

■ 백두대간트레일 홍천구간 5개 구간으로 
백두대간트레일 홍천구간은 홍천군 내면 광원리 월둔교~내면 자운리 불발령 정상까지 44㎞를 5개 구간으로 구분, 탐방객이 취향에 따라 선택해 트레킹을 할 수 있도록 운영되고 있다. 홍천 1구간은 일명 광원리길이라 부른다. 광원리길은 월둔계곡을 지나 원당초교까지 이어지는 7.5㎞ 구간으로 숲길과 마을 길로 이뤄져 있다. 월둔계곡부터 구룡덕봉 삼거리를 지나 인제 6구간으로 이어지는 구간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지정·관리되고 있어, 산림생태계 보호를 위해 예약탐방제로 운영된다.

홍천 1-1구간은 산새소리가 아름다운 새소리길이라고 한다. 원당초교 앞에서 소한동 3교까지 6.3㎞로 약 2시간 40분 소요된다. 홍천 2구간은 고랭지 채소밭의 창촌리길이다. 고랭지 채소밭과 오래된 돌배나무가 매력적인 전형적인 산골마을길이다. 소한동 입구에서 소한동 3교~큰돌배나무쉼터를 거쳐 논골입구까지 15.5㎞로 연결된다. 홍천 3구간은 채종포 단지를 경유하는 자운리길이다. 채종포단지는 전국으로 공급되는 씨감자를 생산하는 곳이다. 씨감자는 병충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주로 고랭지에서 재배된다. 논골 입구에서 수래넘이재~원자분교 앞까지 8.7㎞구간이다. 홍천 마지막 구간인 4구간은 태기왕의 전설이 깃든 불발령길이다. 불발령은 진한의 마지막 왕인 태기왕이 신라의 박혁거세와의 삼랑진 전투에서 패한 후 후일을 도모하고자 횃불을 밝히고 고개를 넘었다 하여 명명됐다는 전설이 깃든 곳이다. 원자분교 앞에서 불발령 입구까지 8.5㎞ 구간이다.
 

■ 고랭지채소밭 풍경을 볼 수 있는 구간
강원도 홍천군 내면 깊은 산속에서 시작된 내린천의 푸른 물줄기가 곳곳에 맑게 흐르고 산촌마을 농로, 마을 길, 숲길 등을 걸으면서 산과 계곡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달팽이처럼 느리게 숲을 걸으며 잠시라도 머물며 쉴 수 있는 길이다. 마을 길을 걷다 보면 오래된 돌배나무를 볼 수 있는 길로 돌배나무 그늘에서의 편안함을 느낄 수 있는 길도 있고, 국도와 마을 길, 숲길을 연계한 구간으로 고랭지채소밭 풍경을 볼 수 있는 구간이기도 하다. 

백두대간트레일 홍천구간의 창촌리길과 새소리길은 11km 구간으로 내면고원체육공원에서 출발해 원당초등학교에서 끝난다. 창촌리길은 대한동골을 지나는 마을 길이며, 새소리길은 느릅골을 통해 새터골로 넘어가는 계곡길이다. 길을 개척하는 도중에 새소리가 워낙 많이 들려 ‘새소리길’이라는 명칭이 붙었다고 한다. 두 개의 고개를 넘어야 하는 제법 빠듯하지만 푸근한 시골길과 고요한 숲길을 함께 즐길 수 있는 코스다. 내면고원체육공원정문에서 오른편으로 이어지는 차도를 따라 대한교와 이전교를 왼쪽에 두고 지나치면 갈림길 없는 대한동길이다. 길 왼쪽으로 맑은 개울이 흐르는데, 계방산에서 발원한 개울이며 내린천으로 유입된다는 설명이다. 길 양옆으로 펼쳐진 오이, 고추, 깨 등을 심은 밭에서 한가로이 김을 매는 마을 주민들이 보인다. 한적한 마을 길 양옆 능선에는 자작나무와 소나무가 빽빽하게 군락을 이루고 있다. 한가로운 산골의 마을 길을 걷다 보면 ‘큰돌배나무쉼터’가 나온다. 이 큰돌배나무는 수령이 약 250년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대한동 마을 사람들이 농사를 짓다가 이 나무 밑에서 예나 지금이나 땀을 식힌다고 한다.
 

이곳은 백두대간트레일 기점으로 여기서 오른쪽의 노량골 방면으로 향하면 자운리길 구간으로 이어지고, 소한동 방면으로 직진하면 새소리길로 이어지는 창촌리길이다. 여기서 더 가다 보면 큰 소나무를 기점으로 뒷골로 향하는 이정표가 나온다. 아스팔트로 이뤄진 임도 길이 가파른 오르막을 이룬다. 길 주변에는 산머루와 산딸기들이 주렁주렁 열려 있다. 임도가 끝나며 너덜길이 나오고, 골짜기 최상단에 위치한 마지막 밭 오른편으로 숲길이 이어진다. 숲길은 사람의 발길이 거의 미치지 않았던 듯 푹신한 흙길이다. 나무 계단을 밟아 오르면 호젓한 참나무를 양옆에 두고 벤치 두 개가 놓여 있는 잿골고개에 오를 수 있다. 이 고개를 통해 대한동 뒷골과 소한동 잿골이 연결된다고 한다. 고개에서 한 걸음 내려서면 너른 골짜기 가득 채워진 밭 너머로 소계방산에서 이어진 산 능선이 펼쳐진다. 

소한6교부터 단숨에 내려가면 소한3교에서 새소리길 기점이 나온다. 대한동의 계곡은 계방산에서, 소한동의 계곡은 소계방산에서 발원해 모두 내린천으로 흘러 들어간다는 설명이다. 골을 따라 지그재그로 난 숲길을 1시간 정도 오르다 보면 고개에 다다른다. 이 고개는 창촌리와 광원리의 지역경계를 이루는데, 광원리 쪽 방면은 과거 사금이 났다고 해서 이름이 유래된 쇠터울, 금기동(金基洞)이다. 계속해 아름드리 소나무들이 길가에 늘어서 있는 길을 걷다 보면 원당동(院堂洞)이다. 원당동이란 이름은 조선시대 원(院)집이 있었다고 해서 유래했다고 한다. 원집이란 고려와 조선시대 공무로 여행하는 벼슬아치들이나 일반인 여행자들을 위해 관아 근처나 역(驛), 역과 역 사이 등에 설치했던 숙박 시설을 말한다. 길 끝에 나타나는 원당초등학교가 트레킹 종점이다. 벌써 11km를 걸었다는 설명을 듣고 보니 어느덧 6시간이 훌쩍 흘렀다. 자연과 사람, 사람과 자연이 어우러질 수 있는 길을 걸었다는 안도감이 피로를 날린다.
 

백두대간트레일 홍천안내센터.
백두대간트레일6구간 광원리길 안내판.

<이 기사는 충청남도지역언론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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