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랭이논이 마을을 사방으로 둘러싼 경주 학동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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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랭이논이 마을을 사방으로 둘러싼 경주 학동마을
  • 취재=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2.10.09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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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경관 농업유산, 다랑이논을 보존하자 〈9〉
경북 경주시 내남면 비지리 학동마을과 단석산 자락에 펼쳐진 다랑이논.

씨 뿌리기에서 수확까지 전통 농기구·사람 힘으로 진행하는 곳
빼곡한 다랭이논의 아름다운 모습 관광자원으로도 손색이 없어
다랑이논, 농부들 땀과 수고로움 고스란히 전해져 내려오는 곳
사람이 중심에 있고 다랑이논이 마을 경계선을 표시하는 느낌

 

산골짜기의 비탈진 곳 등에 층층이 조성돼 있는 계단식의 좁고 긴 논배미를 우리는 ‘다랑이논’이라 부르고 있다. 지역에 따라서는 ‘다랭이논’ 또는 ‘달뱅이논’이라든지 ‘다랑논’이나 ‘다락논’ 등의 사투리로 불리기도 한다. 아무튼 이러한 다랑이논은 경사진 산비탈을 개간해 층층이 만든 계단식 논을 지칭하고 있다. ‘다락논’은 북한 말이라고 하니 ‘다랑이논’이 맞는 표현이다.

이렇게 사전적 의미로 다양한 명칭으로 불리지만, 여전히 이해가 잘 되지 않는 점이 있다. 논이라면 평야에 드넓게 펼쳐져야 할 텐데, 어째서 저렇게 작은 면적으로 만들어야 하는 걸까.  사전적 의미가 아닌, 진정한 의미에서의 다랑이논을 이해하려면 밭을 만들기도 어려운 곳에 논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다. 어떻게든 논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조상의 결의가 땅덩어리에 층층이 쌓아 올린 계단형태의 손바닥만한 논에서 결실을 보게 한 원동력이 되지 않았을까. 

다랑이논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같은 모습을 이어오고 있어, 조상들의 농경문화를 짐작할 수 있게 한다. 특히 다랭이논의 좁은 길에는 기계가 들어가기 어려워, 아직도 씨 뿌리기에서부터 수확까지의 전 과정을 전통 농기구와 사람의 힘으로 진행하는 곳이 많다. 그래서 식량 생산 이외에도 최근에는 문화 체험의 장소로도 이용되는 좋은 사례로 꼽힌다. 산을 계단처럼 내려오며 빼곡하게 들어찬 다랭이논의 아름다운 모습은 관광자원으로도 손색이 없기 때문이다. 

중국이나 일본 등은 일찍부터 다랑이논의 가치를 깨닫고 이를 관광자원으로 개발, 관광객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나라도 2000년대 초반 무렵부터 농촌 관광사업을 진행하기 시작하면서 현재 그 결실을 거두는 곳이 바로 다랑이논이 보존돼 있는 마을이라고 한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늘 한결같은 다랑이논을 경작하는 곳들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 단석산 자락을 타고 내려오면서 펼쳐져
평지가 부족한 산자락에서 좁고 길게 형성된 계단식논을 ‘다랑논’ 또는 ‘다랭이논’이나 ‘다랑이논’이라고 부른다. 경주시 내남면 비지리 학동마을은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한가운데 펼쳐진 ‘다랑이논’이 농부들의 땀과 수고로움이 고스란히 전해져 내려오고 있는 마을이다. 다랑이논이 절묘하게 자리하고 있는데, 이러한 다랑이논이 마을 전체를 둘러싸고 있는 학동마을은 가을철에는 마치 황금 조각보를 펼쳐 놓은 듯 아름답지만 봄철에도 모내기를 하기 전에는 물만 채워놓은 다랑이논에 아침 해가 비칠 때면 조각조각 난 물에 햇살이 비치며 반짝이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고 소문이 나면서 전국의 사진작가와 사진 동호인들이 모여드는 마을이다. 산맥을 넘어온 바람도 잠시 머무는 곳, 낮에는 햇살이 눈부시고 저녁에는 노을이 아름다우며, 밤에는 무수한 별들이 쏟아지는 곳, 그리고 이 모든 것이 공존하는 마을, 바로 경주 내남면 비지리 학동마을의 다랑이논 풍경을 일컫는 말이다.

경주 비지리마을은 ‘학동’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마을이다. 비지리 학동마을의 다랑이논은 경주의 대표적인 명산인 단석산(斷石山) 자락을 타고 내려오면서 펼쳐져 있다. 경주 국립공원의 외곳에 있는 단석산(斷石山. 827m)은 경북 경주시 건천읍 산89 일원에 펼쳐져 있는 산으로 경주에서 40리 정도 떨어진 건천읍에서 산내면으로 가는 왼편에 우뚝 솟아있는 산으로, 경주 부근에서 가장 높은 산이라고 한다. 이 산은 삼국통일 이전에는 경주 남산, 금오산, 토함산, 소금강산과 함께 신라인들이 신성시한 오악 중에서도 중악(中岳)이라 했으니, 나라의 영산으로 모셔왔던 산이라고 한다.

단석산에는 곳곳에 많은 진달래군락이 있지만 643봉으로 직행하는 남쪽의 등산로를 따라 소나무 숲을 지나가면 키 높이를 훨씬 넘는 대단한 규모의 진달래군락이 펼쳐지는 곳이라고 한다. 단석산 정상은 억새밭으로 둘러싸여 있으며 중앙이 절반으로 갈라진 원형의 단석이 놓여 있는 산이다. 

삼국통일의 공신인 김유신(金庾信)은 595년(진평왕 17년) 충북 진천에서 만노군(萬弩郡)의 태수이던 서현(敍玄)장군의 첫째 아들로 태어났다. 김수로왕의 13대손인 김유신은 15세에 화랑이 되어 17세에 고구려, 백제의 잦은 침략에 삼국통일의 큰 뜻을 품고 서라벌 서쪽 산에 있는 석굴에 들어가 목욕재계하고 천지신명에게 고구려, 백제, 말갈을 물리칠 힘을 달라고 기도하자, 4일 만에 한 노인이 나타나 김유신의 인내와 정성을 가상히 여겨 비법이 담긴 책과 신검(神劍)을 줬다고 삼국사지와 동국여지승람, 동경잡기 등은 소개하고 있다. 김유신은 이 신검으로 고구려, 백제와 싸울 때마다 승리를 거뒀다고 전하며, 당시의 화랑들이 수도하던 산에서 김유신은 이 칼로 무술연마를 하면서 바위들을 베었다고 해, 이름이 단석산(斷石山)이 됐다고 전해진다.

경주시 건천읍 단석산 중턱에 이르면 거대한 암벽이 ‘ㄷ자’ 모양으로 높이 솟아 하나의 석실(石室)을 이루는 신선사마애불상군을 볼 수 있다. 여기에 인공적으로 지붕을 덮어서 석굴 법당을 만들었을 것으로 생각되는데, 바위 면에는 10구의 불상과 보살상이 새겨져 있어 장관을 이룬다. 동북쪽의 독립된 바위 면에는 도드라지게 새긴 높이 8.2m의 여래입상 1구가 서 있다. 둥근 얼굴에 미소가 가득하며, 머리 위로 2단으로 된 상투 모양의 머리 묶음이 작게 솟아있다. 양어깨를 감싸고 있는 옷에는 U자형 주름이 선명하고, 트인 가슴 사이로는 띠매듭이 보인다. 오른손은 어깨높이로 들어 손바닥을 보이고 왼손은 내려 손끝이 아래로 향해 손바닥이 보이게 하고 있다. 동쪽 면에는 높이 6m의 보살상이 새겨져 있는데, 상반신에는 옷을 걸치지 않았으며, 왼손은 들어서 가슴에 대고 오른손은 몸 앞에서 보병(寶甁)을 쥐고 있다. 마멸이 심해서 분명하지는 않지만 남쪽 면에도 광배(光背)가 없는 보살상 1구를 새겨서 앞의 두 불상과 함께 삼존상을 이루고 있다. 이 보살상의 동쪽 면에는 400여 자의 글이 새겨져 있는데, ‘신선사(神仙寺)에 미륵석상 1구와 삼장보살 2구를 조각하였다’라는 내용이다.
 

경북 경주시 내남면 비지리 학동마을과 단석산 자락에 펼쳐진 다랑이논.

■ 마을 주변 다랑이논이 감싸고 있는 형국
경주 내남면 비지리 학동마을은 예로부터 학이 많이 산다고 해 ‘학동’이라 이름 붙여진 마을이라고 한다. 

학동마을은 특이하게도 다랑이논이 마을을 한 바퀴 빙 둘러싸고 있다. 게다가 그런 다랑이논은 다시 산속에 폭 빠져 있는 듯 묻혀있다. 지형 자체가 산에 둘러싸인 분지와 비슷하다 보니, 사람이 중심에 있고 다랑이논이 마을의 경계선을 그어 산과 마을의 경계를 표시하는 느낌이다. 이곳의 전경을 제대로 보기 위해서는 경주 신내면 내일리에 있는 ‘OK 그린청소년수련원’을 찾아가야 한다. 그곳으로 가려면 경부고속도로를 타고 24번 국도를 이용해 석남사 쪽으로 향하다 삼거리에서 921번 지방도로를 타고 경주 쪽으로 25km 정도 진행한다. 그러다 산내 소태다리를 건너 오른쪽 길의 자연의원을 지난 후 3km 정도 다시 진행하면 그린청소년수련원이 나온다. 김유신 장군과 신라 화랑이 이곳에서 수련했다고 전해지고 있으며, 12만 평의 잔디 초원과 숲, 생태 해설 프로그램, 골프체험 학습장, 전국 최대의 서바이벌장 등을 갖추고 있어 이름이 꽤 많이 알려진 곳이다.

학동마을은 절묘하게 산자락이 흘러내리는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으며, 마을 주변을 다랑이논이 감싸고 있는 형국이다. 비교적 평탄한 지대에 넓게 다랑이논이 펼쳐진 마을이라서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는 게 훨씬 잘 보이기 때문에, 바로 그 포인트인 그린청소년수련장은 사진 동호인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장소라고 전한다. 하지만 학동마을은 테마 관광이 활성화된 곳이 아니어서 관광객을 위한 프로그램이 따로 마련돼 있지 않다. 물론 그만큼 순수한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겠지만 말이다. 

옛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는 다랑이논을 아름답게 찍는 방법의 하나는 ‘모내기를 하기 전 물만 채워놓은 다랑이논에 아침 해가 비칠 때를 찍는 것’이라고 전문가는 조언하는데, ‘조각조각 난 물에 햇살이 비치면서 아름답게 반짝이는데, 특히 이곳은 다랑이논이 넓게 펼쳐져 있어서 다른 곳보다 훨씬 아름다운 다랑이논의 풍경을 담을 수 있는 곳이라고 전한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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