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도 ‘염치’도 없이 또 ‘표’만 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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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심’도 ‘염치’도 없이 또 ‘표’만 달라고?
  • 한관우 발행인
  • 승인 2012.10.04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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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한국의 정치와 정치인의 자화상은 어떤 모습일까

올해는 또 한 번의 국가적 운명을 좌우할 대선이 치러지는 해이다. 국가와 민족의 운명을 바꾸느냐, 못 바꾸느냐의 갈림길에 서있다. 오는 12월 19일 치러지는 제18대 대통령선거가 7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지난 8월 20일 새누리당의 대선후보로 박근혜 후보가 확정됐다. 이어 9월에는 민주통합당의 대선후보로 문재인 후보가 확정됐고, 무소속 안철수 후보도 대선출마를 선언하면서 대권구도가 ‘빅3’구도로 짜여졌다. 올 대선의 판세는 현재의 입장에서 본다면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3각 구도다. 물론 변화는 충분히 예측되고 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지금의 구도가 끝까지 갈 것으로 보지 않는 견해가 많다. 후보단일화, 5060세대 유권자의 증가 등 향후 대선판세를 뒤흔들 중대한 변수들이 줄줄이 예고돼 있다. 그런 점에서 지금의 여론조사 결과는 큰 의미가 없다. 대선판세를 좌우할 변수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예고된 변수들을 후보들이 헤쳐 나가는 과정에서 어느 후보에게 유리하게, 또는 불리하게 작용할지에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결국 이러한 정국의 흐름변화에 의한 정치혁신을 바라는 민심의 향방이 2012년 대선의 관전 포인트라고 할 수 있겠다. 순진한 국민들은 정치개혁을 내세우며 표를 달라는 정치인들과 또 한 번의 진실게임을 해야 할 판이다. 과연 우리에게 정치인과 정치는 누구이며, 무엇인가.

사람에게는 살아가면서 관심이 있는 일도 있고 없는 일도 있다. 바야흐로 지금은 지식문화의 시대이다. 지식사회가 진전되면서 사람들은 관심이 많아지고 한편 똑똑해 지고 있다. 그래서 소비자를 상대로 하는 기업이나 농산물수입에 맞서 과학영농법을 개발하는 농어민들이나 한결 같이 생존을 향한 실천적 성찰과 혁신을 통해 저마다 삶의 묘안을 짜내는 등 지능수준을 높이고 있다. 그런데 유독 ‘염치’가 없는 비아냥거림과 조롱이 난무하는 곳이 있다. 정치판이다. 그래서인지 대선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것이 곳곳에서 느껴지고 있다. 국민의 관심이 벌써 대선 쪽으로 쏠리는 이유는 지난 4년 동안 나라 돌아가는 모습이 기대보다는 실망감으로 휩싸여 국민의 심신이 피곤하고 지친 탓이다.

오늘의 희망을 접고 내일이라는 기대 속에서 희망의 단서를 찾아보겠다는 단순한 소망이 관심으로 변화하는 게 오늘의 상황이다. 그러나 이러한 현상들은 우리나라 국민들의 묘한 민족성에서도 기인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이상하리만큼 망각과 잊음의 국민성이 표출되는 민족성을 갖고 있다. 지식문화의 원인과 결과를 곰곰이 살펴볼 분명한 이유가 있는 대목이다. 우리의 민족성이 온화하고 인정이 많다고는 하지만 정작 예리하고 날카로운 판단과 결정의 시기에서는 정으로 얽혀 판단이 바뀐다는 심리적 통계가 말해주듯 잊음과 망각, 미워도 다시 한 번의 정적인 문화가 깊다는 것이다. 사흘이면 잊기 시작해 세달 열흘이면 다 잊어버리며, 삼년 세월이 흐르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아주 잊어버리는 묘한 현상이 영락없이 나타난다.

이런 얘기를 하는 것은 대선분위기에 휩싸이는 정치판과 정치인들의 묘한 행태를 살펴보면서 양심도 없고 염치도 없으며, 심지어는 비겁하기까지 한 그들이 언제나 궁색하고 궁지에 몰리거나 정작 국민들이 필요할 때마다 ‘국민을 존경하고 사랑한다’거나 ‘국민의 뜻에 따라서’라며 언제나 ‘국가’나 ‘국민’을 볼모로 하는 심리를 공유하고 싶은 일단에서다.

■ 정치인에게 사랑하는 국민은 없다
정치인에게 올인은 없다. 좋은 것이 좋다는 것이 정치인의 심리다. 그래서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고 강조하고 신중한 척 하면서도 대부분을 얼렁뚱땅 타협한다. 어떤 문제나 사안에 대해 심각하게 싸우고도 금방 웃으며 화기애애하게 이야기 한다. 정치인에게는 평소에 입버릇처럼 존경하고 사랑하는 국민도 없고 더욱 스트레스도 쇼크 받는 일도 없다. 정치인은 거짓말을 밥 먹듯 한다. 밥 먹듯 하는 거짓말이라서 양심의 가책은 전혀 없다. 그래서 정치인들에게는 밤새 쓴 연애편지는 다음날 찢어 버린다는 논리가 성립되는 진리다. 국가의 정책이나 제도를 비롯해 국민들에게 절실한 사안도 자신들의 이익과 당의 지시에 따라 합의라는 이름으로 언제나 야합한다. 그래서 정치인은 누구나 동료다. 여당도, 야당도 없다. 명패를 던지고 울면서 멱살잡이를 하고서도 국회 본청 계단을 내려오면서는 웃음이 가득하다. 그런 쇼는 국민을 속이기 위한 언론용일 뿐이다. 용기 있는 결단, 대의라 하지만 야합이 미화될 뿐이다.

정치인은 스킨십에 처세의 달인이다. 남편이 보는 앞에서도 다른 부인의 손을 덥석 잡고, 그것도 모자라 몇 번씩 껴안기도 하고, 어깨도 두드린다. 처음 보는 사람에게도 ‘아이고 오랜만입니다’라며 부둥켜안고 껴안는 건 마찬가지다. 인간의 순수로 보기보다는 ‘표’로 보이고 또 그렇게 보이기 때문이다. 또한 정치인은 배신에 익숙해져 있다. 인간미란 없다. 그래서 배신을 당해도 전혀 충격을 받지 않는다. 본인이 상대방을 배신한다는 자체를 전혀 실감하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사이에 배신을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충격은 그만두고 배신을 하는지도 모르고 즐겁게 세월이 흘러간다. 그리고 다시 선택을 받을 시기가 오면 기막힌 술법이 작동한다.

정치인의 운명은 타인에 의해 결정된다. 타인의 선택을 받는 게 아니라 타인의 선택을 만들어 내는 기막힌 ‘용인술’이 그들에게는 있다. 국민과 유권자를 기막히게 속이고 현혹하는 마술과도 같은 ‘비법’이 있다. 걸려들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결국엔 걸려들고 마는 참으로 묘하고 이상한 ‘흡인법’이다. 그래서인지 정치인은 욕을 많이 먹는다. 유권자는 정치인을 욕하면서도 고유의 권한인 ‘한 표’를 욕하기 좋은 만만한 정치인에게 준다. 그래서 장수하게 만든다. 그래서 그런지 실제로 정치인은 장수하며 오래 사는 사람이 많다. 앞의 얘기들이 정치인 모두가 그렇다기보다는 대부분의 정치인이 국민들에게는 그렇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반듯한 정치인도 사실 많이 있지만 본질을 실천하다보니 다만 세상에 소문이 자자하지 못한 탓이다. 그래서 정말로 국가와 민족을 생각하고 걱정하는 많은 사람들은 ‘대한민국 국회에 정말로 반듯한 국회의원 열 명만 있어도 나라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는 장탄식은 최소한 우리 정치사의 과거와 오늘이기 때문이 아닐까.

■ 추석 지나면서 요동치는 대선 판세
추석 연휴가 지나면서 대선 판세가 그야말로 요동치고 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대세론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세 후보 간에 사활을 건 지지율 경쟁이 불붙고 있다. 대세론을 구가하는듯하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지지율이 하향세를 그리는 반면,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지지율은 상승세가 가파르다. 지금으로서는 누구도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운 살얼음판이다. 세 명이 거의 대등한 관계에서 박빙 싸움을 벌이는 구도로 바뀌는 분위기다. 그만큼 추석연휴가 지나면서 전체 판세에서 갖는 의미와 중요성이 크다는 반증이다. 앞으로 유권자들의 표심을 누가 더 강하게 휘어잡느냐에 따라 판세의 우열구도가 갈릴 전망이다. 핵심 키워드는 결국 유권자의 절반에 달하는 수도권의 공략이다. 2000만 명이 넘는 유권자가 몰려 있는 까닭이다. 수도권 표심을 잡지 못하면 대권 티켓을 잡기 어렵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수도권은 바람의 진원지이며, 그때그때 정국의 풍향을 많이 타는 곳이기 때문이다.

다음으로는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의 전통적 텃밭인 TK와 PK, 호남, 그리고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충청이다. 역대 대선에서 균형추 역할을 해오며, 캐스팅보트 역할을 했던 충청권에서 3자대결 구도를 보면 아직까지는 박근혜 후보의 압도적 우위구도다. 이 지역은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도보다 박근혜 후보의 개인 지지도가 훨씬 높게 나타나고 있다. 다만 이 지역에서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30%나 되는 지지율을 올리고 있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양자대결 구도를 보면 박근혜 후보와 문재인 후보, 안철수 후보 간의 지지율 격차가 5% 포인트 이내로 들어와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는 지역주의 구도가 약화되는 원인으로 분석되는 요인이며, 특히 정권교체를 희망하고 열망한다는 증거다.

추석 연휴가 지나고 본격적인 대선레이스가 시작되면서 지역의 바닥민심은 지금 빠르게 소용돌이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젊은 층의 표심을 잡아라’고 외치는가 하면, ‘노인표의 이탈을 막아라’는 등 부동의 젊은 층을 끌어들이고, 고정표라고 생각하는 노령 층의 이탈을 막는데 집중하는 모양새다. 여기에 투표 참여율이 높은 4050세대, 5060세대를 꼭 잡아야한다면서 2030세대를 공략하는 전략을 동시에 펴고 있다. 이는 삶의 변화를 갈망하는 욕구가 반영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들에게 희망과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면 불만이 생길 수밖에 없고, 표심은 떠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세 후보 누구도 끝까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 바로 오늘의 현실이다. 지금, 한번쯤은 지난 2002년의 대선판세를 곱씹어 봐야할 대목이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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