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원도심 활성화, 쌍화차거리·주향(酒香)거리로 ‘거듭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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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읍 원도심 활성화, 쌍화차거리·주향(酒香)거리로 ‘거듭나다’
  • 취재·사진=한기원·김경미 기자
  • 승인 2023.08.0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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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 원도심 활성화, 특화거리에서 답을 찾다 〈5〉
정읍시 장명동 일원 정읍경찰서 앞길에 조성된 ‘쌍화차 특화거리’모습.

원도심의 활성화는 돈만 들여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골목 특성·지역자원 효과적으로 활용, 주민·상인 주도하는 방식
정읍시 쌍화차 특화 이유, 전국 ‘지황 생산량 70% 차지 주산지’
주향특화거리, 전통주 전국화 목표 관광명소·지역상권 회복전략

 

최근 원도심의 공동화 현상은 아주 자연스러운 모습이 됐다. 인구증가에 따른 도심 팽창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겪어야 하는 일이라는 분석이다. 

도심의 빈집, 빈 상가 등으로 대표되는 원도심 공동화 현상은 비단 한두 도시의 문제만은 아니다. 도시가 성장하면서 도심지역의 수요와 땅값 등이 증가하면서 주거용 토지는 상업용이나 업무용 토지보다 경쟁력이 낮아지고, 주거인구는 교외 지역으로 이동하게 됐다. 

상주인구가 급속히 감소하면서 원도심 지역은 재개발과 재건축 등을 통해 새로운 정주 환경을 창출하고 다양한 문화와 관광자원을 활용해 도심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는 것이 현재의 실정이다. 하지만 분명한 한계가 뒤따르게 마련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도심의 주거 기능을 강화하고, 도시기반 시설의 물리적 인프라를 확충하는 방법, 도시의 재건설을 위해 노력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요한 것은 도시의 중심부인 원도심을 살려야만 도시의 역사와 정체성을 지킬 수 있으며, 도시의 다양성과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결과적으로 원도심 활성화는 돈만 들여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사람이 모여서 살 수 있는 환경이 우선적으로 조성돼야 한다. 살기 좋은 주거단지가 마련돼야 사람이 모이기 때문이다.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을 개발할 수 있는 자금이 유입되기 위해선 다른 지역의 사례를 살펴보고 각종 제도를 먼저 완화하거나 보완할 필요가 있다. 시대와 현실에 맞는 주거정비 사업 등으로 쇠퇴한 원도심에 새 생명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홍성의 원도심 공동화 해소문제도 이런 시각으로의 접근이 절실한 상황이다.
 

■ 정읍 쌍화차 특화거리, 전국적인 명성
전북 정읍시는 지난 2017년부터 2020년까지 4개년 계획으로 총 64억 원을 들여 쇠퇴해진 원도심인 쌍화차거리와 새암길, 우암태평로 등에 대한 생활환경 개선과 함께 주민 역량 강화 사업을 추진했다. 지난 2021년 6월 정읍시는 원도심의 ‘정읍 쌍화차 거리’와 ‘정읍 주향(酒香) 거리’를 특화거리로 지정했다.

정읍시 장명동에 소재한 ‘쌍화차거리’는 정읍세무서 후문에서 정읍경찰서로 이어지는 중앙1길  400~500m에 이르는 길에 열대여섯 개의 쌍화찻집이 양옆으로 자리해 있다. 1980년대 한 전통찻집이 문을 연 뒤 하나둘씩 터를 잡기 시작했다고 한다. 

30년을 훌쩍 넘긴 쌍화탕 찻집을 비롯해 크고 작은 쌍화탕 찻집이 어울린 정경은 소박하고 편안해 보이기까지 한다. 이곳에서는 넉넉한 한약재에 밤과 대추, 은행, 견과류를 넣어 10시간 이상 푹 고아 쌍화차를 만든다고 설명한다. 

시간에 따라 불의 세기를 달리하는 등 지극한 정성을 들여 고아낸 쌍화탕은 맛과 향이 진해 웰빙차로 특히 인기가 높다고 한다. 곱돌로 만든 뚝배기에 담아내는 것도 이채로운데, 묵직한 돌덩이에 담긴 뜨끈한 쌍화탕을 마시고 나면 몸이 한결 따뜻하고 개운해진다는 것이 이곳을 찾는 손님들과 관광객들의 평이라고 전한다. 쌍화차거리는 행정안전부가 주관한 골목경제 활성화 공모사업에 선정돼 국비(특별교부세) 5억 원, 시비 5억 원, 자부담 1억 원을 더한 모두 11억 원을 들여 도심 속 명소로 재탄생시켰다는 설명이다. 
 

특히 도시 활력 증진사업과 연계해 경관과 업소 내부의 인테리어 개선을 비롯해 기능성 쌍화차 개발과 청년 창업몰, 프리마켓 운영 등의 사업 추진을 통해 골목 특성과 지역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 주민과 상인이 주도하는 지역공동체적 사업방식을 통해 지속 가능한 골목경제 활성화를 꾀했다는 설명이다.

쌍화차거리의 쌍화차는 묵직한 곱돌로 만든 찻잔에 담겨 나오는데, 마지막 남은 한 수저까지도 따뜻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주인장의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데, 숙지황과 당귀 등 20여 가지가 넘는 한약재를 옹기와 가마솥 등에 각자의 방법대로 달인 뒤 밤, 대추, 은행 등을 푸짐하게 얹어 내놓는 것이 특징적이다.

정읍은 세종실록지리지와 신동국여지승람 등 옛 문헌에 정읍의 토산품으로 차가 기록돼 전해져 올 정도로 차 문화가 오래된 고장이다. 정읍시가 쌍화차를 특화한 이유도 정읍시 옹동면이 쌍화차 원액의 원료인 지황의 대표 주산지로 한때 전국 지황 생산량의 70%를 차지하며, 품질도 조선 시대 궁중에 진상될 만큼 최고로 꼽힌다고 한다. 

옹동면 일대에서 생산되는 지황은 기후와 토질 때문에 조직이 단단하고 저장력과 약의 성분이 우수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지황의 생육 적정 온도는 16∼30도로, 지황 생육 기간인 5∼8월의 정읍지역 기온이 17.8∼25.9도와 매우 비슷하다. 정읍이 지황 생산의 최적지가 된 이유다. 생지황을 아홉 번 쪄서 아홉 번 말린 ‘숙지황’이 쌍화차의 주재료다. 숙지황은 지황을 찌고 말리기를 아홉 번 반복한다는 ‘구증구포’ 제법으로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도 기록됐다. 

좋은 재료에 맛까지 뛰어나다 보니 쌍화차 거리는 입소문을 타면서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현재 쌍화차 거리를 비롯해 정읍지역에는 40여 개의 전통찻집이 성업 중이라고 한다.


■ 주향(酒香)거리·패션거리, 원도심 활성화
또 ‘주향(酒香)거리’는 정읍세무서에서 새암로까지 200여m 길이의 정읍 원도심 대표 상권이다. 

주향거리는 지난 2021년 5월 행안부 골목상권 회복 지원 공모사업에서 선정돼 특별교부세 4억 원을 포함해 총 8억 원의 사업비를 확보해 조성됐다. 새로운 먹거리 제공을 위해 지역의 양조장 3개소가 막걸리를 비롯한 다양한 요리를 개발해 창업을 했다. 안전함과 신선함을 기본으로 전통적인 느낌에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해 지역 막걸리의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민선 7기 전북 정읍시의 주요 정책인 ‘정향누리’의 오향(五香) 중 주향(酒香)과 관련된 사업이다. ‘주향(酒香) 거리’ 조성사업의 ‘주향(酒香)’은 정읍시의 ‘정향누리’ 오향 중 화향(花香), 성향(聲香), 주향(酒香), 미향(味香), 인향(人香) 등에서 지역의 역사·문화를 통해 이어져 내려오는 전통주를 포괄하는 단어라고 설명한다. 

지역 농산물 소비를 확대하고 침체된 지역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어 쇠퇴한 원도심 기능을 살리자는 취지에서 ‘주향(酒香) 특화 거리’ 조성사업을 중장기 계획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공모사업 선정으로 정읍의 막걸리를 비롯한 전통주의 전국화 목표를 달성해 관광명소 육성과 지역 상권 회복을 꾀한다는 전략이 한결 수월해졌다고 분석한다.

쌀을 활용한 막걸리와 전통주를 개발해 유통업과 주점 등의 창업을 유도하고 먼저 ‘쌍화차 거리’와 연계해 지역경제를 활성화할 방침이라고 전한다. 정읍지역 8곳에서 생산되는 다양한 막걸리와 죽력고 등의 전통주를 소재로 한 주향거리 지정은 쌍화차 거리와 연계를 통한 음식 특화 거리를 구축하고, 야간경관조명 설치와 오픈스페이스 구성 등 디자인 거리를 구축하며, 관광객 유치를 위한 이벤트, 골목환경 개선, 영업주 대상 골목상권 컨설팅 등이 사업에 포함됐다. 주향거리 조성으로 지역 전통주를 널리 알리는 것은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와 더불어 침체한 원도심에도 활력이 생겨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편 새암로의 연지아트홀에서 옛 제일은행까지 650m 구간이 도심 속 걷기 좋은 길로 거듭났다. ‘패션의 거리 새암길’은 아름다운 음악의 선율이 흐르는 거리로 조성됐다. 정읍시는 특화거리 조성이 마무리되면서 원도심 상권의 활성화의 초석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4050 청춘 활력소 설치, 여성 친화와 생활 인프라 개선, 마을공동체 자립을 위한 마을 가꾸기 사업 등이 주목된다.

홍성군은 지난 2021년 5월 ‘홍성군 도심상권 활성화 특화거리 지정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고 특화거리 조성을 원하는 지역 상인들을 지원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공성이 강화되는 전략적이고 집중적이며, 계획적인 원도심의 경쟁력 있는 재창조를 위한 개선 방안이 요구되고 있다. 결과적으로 원도심의 부활을 겨냥한 사회·문화적 콘텐츠나 미래 비전에 대한 전략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홍성의 경우 홍주성 복원과 홍성군청 일원을 비롯해 지역의 산재한 문화유산 등을 활용해 새로운 관광 콘텐츠를 개발하고 스토리가 있는 특화 골목길 조성 등으로 주민들의 자긍심을 높이고 마을공동체를 실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의 원도심 활성화 방안이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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