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100년 역사 정미소·양조장에 문화예술을 입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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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의 100년 역사 정미소·양조장에 문화예술을 입히자
  • 취재·사진=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3.08.06 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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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정미소·양조장에 문화예술이 꽃피다 〈1〉
홍성읍 구룡정미소도 100년의 역사를 간직하고 있다.

지역의 폐건물이나 폐산업 시설 재활용하는 도시재생 정책 활발
100년의 역사 간직한 폐건물·폐산업시설 새로운 기능 도입 필요
오래된 정미소·양조장 대부분 지역·마을의 중심지 자리하고 있어
지역에서도 100년의 역사 자랑하는 정미소·양조장 변신에 주목돼

 

우리들의 삶에서 100년의 역사, 100년의 전통이란 한 세기를 이어 가며 일관되게 유지돼 온 가치를 말한다.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요즘 같은 세상에는 일정 수준의 가치를, 10년도 20년도 아닌 100년 동안 지켜가기란 쉽지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 생각해 보면,  우리 주변에도 100년 동안 변치 않은 가치가 그 얼마나 되는가. 100년 역사와 전통을 시작했던 세대는 그것을 이어 갈 후대에 목말라 있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과연 ‘짜증 나는 전통’ 따위에 어느 만큼의 가치를 두고 지켜줄 것인지 의문이다. 

100년 역사, 100년 전통을 이야기하다 보면 우리의 실생활과 정말로 밀접했고 필요했던 오래된 ‘정미소(방앗간)와 양조장(주조장)’ 등이 생활 주변에 필수적으로 있었다. 이런 의미에서 지역의 문화와 예술을 담을 수 있는 곳으로 10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정미소와 양조장’의 가치와 의미를 찾아 나서는 이유다.

최근 도시 비전과 목표에서 중요한 가치로 부상하고 있는 ‘문화예술’이라는 콘텐츠를 도입해 지역의 폐건물이나 폐산업 시설을 재활용하는 도시재생 정책이 세계적으로나 국내적으로도 활발하게 추진되고 있다. 

따라서 폐건물이나 폐산업시설을 문화공간으로 재활용해 지역문화와 경제 활성화, 도시 이미지를 제고하려는 움직임은 세계적 흐름이 됐으며, 이로 인한 산업유산의 가치는 문화예술 정책에 반영을 넘어 도시공간 계획에서 필수적으로 다뤄야 할 영역이 되고 있다.

이러한 도시의 문화적 재생에 대한 요구는 물리적 재개발의 부정적 결과에 대한 반성과 새로운 도시발전의 지향점으로 출현했다. 아울러 변화하는 도시의 비전과 목표에 맞추어 삶의 공간에 대한 문화·예술적인 접근과 함께 일상생활 속에서도 문화·예술적인 풍요를 느끼며 살아갈 수 있는 도시를 만들어가는 창의적 계획 개념이라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문화·예술적 재생이란 도시 재탄생 전략의 한 방법으로 문화예술과 관련한 요소들이 주민들의 삶의 중심이 돼 도시를 재생하고 활성화시키는, 도시의 활력화를 도모할 수 있는 일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삽교읍 이리정미소는 리모델링을 거쳐 카페로 변신했다.

■ 새로운 문화·예술적 활용방안 가치 모색
우리나라에서도 도심 쇠퇴와 인구 감소 문제의 해결 차원에서 오래된 정미소나 양조장 등 폐건물이나 폐산업시설 등을 활용해 문화예술과 접목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폐건물이나 폐산업시설은 도시 내 경제적 거점으로 각종 인프라의 완비, 도심 입지 등 도시의 문화재생 가능성이 높아 그 가치가 재평가되고 있다. 따라서 이를 활용해 새로운 기능을 부여한다면 도시재생을 위한 긍정적인 효과를 내는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한 폐건물이나 폐산업시설의 잠재된 가치를 보존하면서 문화·예술적 가치를 담아서 재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기능을 도입한다면 건축물 재생의 차원을 넘어서 도시의 문화재생을 이끌어 문화예술 등의 가치실현과 관련된 차별화된 자원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이나 마을마다 소중한 보물들이 있다. 널리 알려진 유물, 유적만이 아니다. 마을 사람들의 생활 터전으로 사용되고 공통의 기억이 서린 곳들 역시 소중히 간직하고 보전해야 하는 곳이다. 예를 들면 마을의 교회, 정미소, 양조장, 공동우물, 이발관, 공동창고 등이다. 어느 마을에나 있었고, 누구나 드나들었고, 그에 얽힌 기억들을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 곳들이다. 주변에서 사라져가는 것들 중에서 유난히 우리의 실생활과 근접했던 것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간직하며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정미소와 양조장 등에서 폐산업시설의 잠재된 가치를 모색해 새로운 문화·예술적 활용방안 등을 찾아보아야 하는 이유다.

옛것이 자꾸 사라지는 요즘 쌀을 도정하고 곡물을 가공하는 시설을 갖춘 ‘정미소 또는 방앗간’이라고 불리며 웬만한 시골의 농촌 마을이면 한두 개씩은 있었다. 특히 벼를 수확해 쌀로 만들려면 정미소(방앗간 또는 도정공장)를 찾아야 했으며, 당시엔 정미소 사장이라면 ‘동네 최고 부자’라는 소리를 들었다. 

이러한 정미소의 전성기는 1970년 이전까지였다. 그 후 정부의 양곡수매량이 늘어남에 따라 동네 정미소는 점차 쇠퇴했고 최신시설을 갖춘 정부양곡 도정공장만 남게 됐다. 
 

■ 지역주민 위한 새로운 공간 재활용 ‘주목’
‘정미소 또는 방앗간’은 시골마을의 가장 큰 공장이자 가난한 시절 풍요의 상징이었다. 1980년대 초까지 2만 개가 넘던 정미소는 쌀값 폭락과 대형 자동화 미곡처리장에 밀려 점점 자취를 감추고 있다. 

‘탕탕탕’ 신명 나던 정미소 발동기 소리도 잊혀진지 오래인 지금, 아직도 시골 농로를 돌면 모퉁이쯤에 제자리를 지키며 우직하게 오랜 단골을 기다리는 나이가 100살이 넘은 정미소가 있다. 또 우리 주변에서 사라져가는 것들 중에서 유난히 우리의 실생활과 근접했던 곳이 ‘양조장 또는 주조장’이었다. 

오래된 주조장 또는 양조장은 대부분 지역이나 마을의 중심지에 자리 잡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이러한 연원은 일제강점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제는 1916년 주세령 시행규칙을 통해 ‘부·군·도청 소재의 부·면 또는 조선 총독이 지정한 시가지 이외의 장소에 주류 제조장을 설치하고자 하는 때에는 면허하지 않는다’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과거에 ‘양조장(주조장)’은 지역사회를 대표하는 공간 중 하나였다. 입지만 봐도 양조장이 지역사회 내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관계 속에서 형성된 역사적 산물임을 알 수 있다. 
근현대 술 문화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자료집에는 1934년부터 1995년까지 술은 양조장에서만 만들 수 있었기에 근현대 술 문화 중심에는 양조장이 있었다. 과거에 농촌에서는 정미소 업자와 양조업자는 대개 부자라고 했는데, 오늘날 양조장 운영자들도 지역사회 활동에 많이 참여한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전국의 주조장 또는 양조장은 1980년대 후반까지 읍면 단위로 번창하다가, 이후 점차 사양길로 접어들었다. 

이처럼 정미소나 양조장과 같은 폐건물이나 폐산업시설은 오랫동안 해당 지역 내에서 경제적 거점 역할을 했기 때문에 도로와 철도, 상하수도, 전기 등의 각종 인프라가 이미 완비돼 있다. 또한 입지면에서도 대체로 도시의 중심부나 주요 지점에 위치하고 있어서 적절하게 활용할 경우 지역의 문화예술 등 재생의 거점으로 활력소가 될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방치된 폐건물이나 폐산업시설을 재생하는 과정에서 부식된 기계설비나 오염된 폐수, 각종 폐기물 등이 정화되고, 폐건물이나 폐산업시설이 문화예술시설 등으로 재탄생될 경우 살아 있는 문화예술이나 환경교육 등 지역주민들을 위한 새로운 공간으로 재활용될 수도 있다.

최근 들어 폐건물이나 폐산업시설의 가치는 산업구조의 변화와 도시개발 정책 패러다임의 변화에 의해 재평가되고 있다. 과거 산업화시대에 중요 역할을 수행했던 폐건물이나 폐산업시설 중 기능 상실과 노후화된 산업시설은 도시의 흉물로 철거되는 것이 일반적이었으나 산업구조 변화는 오히려 새로운 기능 부여를 고민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에 주민들을 위한 문화예술 공간 등 새로운 가치를 담아 활용할 수 있는 소중한 지역의 자원이 되고 있다. 100년 역사의 정미소나 양조장 중에서 대표적인 사례 등을 취재, 잠재된 가치를 모색해 새로운 문화·경제적 활용방안 등을 제시하는 이유다. 

지역에서도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정미소나 양조장 등이 있다. 이미 문화예술 공간, 카페 등 주민들의 쉼터 공간 등으로 변신한 곳도 있고, 변신을 꾀하는 곳도 있다. 지금은 가동 중이나 가동을 멈추면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등의 고민도 앞으로의 과제다. 도시소멸과 원도심 공동화 등의 현실적 과제를 안고 있는 농촌 지역에서는 더욱 그렇다. 지역의 특색과 기존 공간의 의미를 잘 살릴 수 있는 문화공간 등으로 지역주민이 함께 동참할 수 있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당위성이 따른다. 충남도청 내포신도시 인근에도 정미소나 폐창고 등의 활용이 눈에 띄는 등 원도심과 주변 지역을 살릴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절실히 요구되는 대목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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