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주 ‘남도의병역사박물관’ “의병의 구국 충혼 기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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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남도의병역사박물관’ “의병의 구국 충혼 기린다”
  • 취재·사진=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3.08.31 0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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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의병기념관, 충남의 항일·의병정신 어떻게 담을까 〈5〉
드라마 ‘주몽’촬영 세트장이었던 나주시 공산면 신곡리 나주영상테마파크에 건립예정인 ‘나주의병역사박물관’.
드라마 ‘주몽’촬영 세트장이었던 나주시 공산면 신곡리 나주영상테마파크에 건립예정인 ‘나주의병역사박물관’.

 불의(不義)에 대한 저항 의(義)를 따르는 ‘순의정신’이며 ‘선비정신’
‘남도의병역사박물관’ 오는 2025년 6월 1일 의병의 날 개관 목표
 나주 영상테마파크 부지, 건립 대상지로 최종 확정되는 결실 맺어
 부지 36만3686㎡(11만평), 사업비 440억 원, 연면적 6884㎡ 규모

 

외세의 침입이 있을 때마다 분연히 일어서서 나라를 지킨 사람들은 다름 아닌 민초(民草)인 의병(義兵)들이었다. 의병은 나라가 위급한 지경에 처했을 때마다 조정의 공식적인 징발에 관계할 것 없이 자발적으로 일어난 민군(民軍) 내지는 자위군(自衛軍)을 말한다.

구한말에는 굴욕적인 한일협약으로 군대가 해산되고 해산된 군인들이 의병에 가담하면서 의병 활동은 더욱 가열차게 전개됐다. 전라도 지역의 호남 의병은 1907년 장성의 ‘호남창의회맹소’의 기삼연 의병부대는 숫자는 불과 500여 명이었는데, 이들의 봉기로 새로운 의병들이 들불이 번져가듯 여기저기에서 궐기하게 된다. 당황한 일본군은 의병의 토벌에 나섰고 광주를 중심에 둔 호남 의병들은 굴하지 않고 대항했으나 엄청난 인명피해를 입었다. 이들 중 일부는 만주와 연해주로 거점을 옮기지만 1909년경에는 삼남 지방, 특히 지리산과 전라도 해안지역의 의병이 전국의 의병 전선을 규모 면에서 압도한다. 박은식은 저서 ‘한국독립운동지혈사’에서 ‘전라도 지역에서 가장 활발했던 의병운동’을 기록하고 있다.

한국의 근·현대사에서 호남은 동학농민혁명, 광주학생의거, 3·15부정 선거규탄과 4·19혁명, 5·18 민주화운동 등 역사의 고비마다 구국을 향한 저항운동을 전개해 왔던 지역이다. 구한말에 호남의 의병 활동이 전국의 60% 정도였는데, 400년 전 임진왜란, 정유재란만 해도 호남 의병이 다른 지역보다 월등히 많았다. 그 연유는 선비와 의병이 궤를 같이하는데, 국책이었던 성리학에 근거하고 있다. 성리학은 의(義)를 제일로 중시했고, 불의(不義)에 대한 저항은 의(義)를 따라 죽는 ‘순의정신(殉義精神)’이며 ‘선비정신’의 발휘이기 때문이다.

전남 나주는 1592년 임진왜란 발발 이후 전국 최초 ‘근왕의병’을 일으켜 한양을 수복하고 호남을 지켜냈던 전라도 의병 정신의 산실로 꼽히는 곳이다. 특히 호남 최초의 의병장으로 이름을 날린 ‘건재(健齋) 김천일’을 시작으로, 구한말 호남 의병의 최초 창의지이자, 호남에서 가장 많은 의병과 서훈자를 배출한 명실공히 호남의 의향(義鄕)으로 자리매김해왔다. 또한 국난 때마다 발휘해왔던 충의와 구국정신은 일제 강점기에도 빛을 발했던 곳이다. 일제 강점기 3대 항일운동으로 꼽히는 ‘광주학생독립운동’의 진원지가 바로 나주다. 광주학생독립운동은 1929년 10월 30일 발생한 일명 ‘댕기머리 사건’으로 촉발됐다.

전라도의 의향(義鄕) 정신은 결국 전라도의 중심지였던 나주의 선비정신과 경제적 기반 위에서 태동했고, 임진왜란부터 해방까지 나주는 역사의 주인으로 활약했음을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남도의병박물관 조감도.
남도의병박물관 조감도.

■ ‘남도의병역사박물관’ 건립 속도 낸다
나주시가 전라남도에서 추진하는 남도의병역사박물관 건립 부지확보를 위한 나주영상테마파크 부분 철거와 관련된 지역사회 여론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올 하반기 착공을 목표로 사업 첫 단추인 부지확보를 위해 이르면 내달부터 테마파크 시설물 부분 철거가 이뤄질 계획이다.

나주시에 따르면 시민의 간절한 염원을 통해 지난 2020년 7월 전라남도 공모사업에 최종 선정된 ‘남도의병역사박물관’ 건립사업이 오는 2025년 6월 1일 의병의 날 개관을 목표로 본격 추진된다. ‘남도의병역사박물관’은 남도 의병의 구국 충혼을 기리고 의병 정신을 계승하기 위한 전라남도의 역점사업이다. 공모를 통해 선정된 영산강이 인접한 나주시 공산면 신곡리 일원 부지 36만3686㎡(11만평)에 사업비 440억 원을 들여 연면적 6884㎡ 규모로 건립된다. 

시설물 철거와 관련된 지역사회 찬반 여론이 있지만 나주시는 공모사업 선정에 따른 ‘남도의병역사박물관’의 원활한 건립 추진을 위해 테마파크 시설물 부분 철거는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나주시는 지난 2007년 준공된 이후 16년이 경과한 테마파크 건축물 노후화에 따른 지속적인 유지보수 비용 발생, 관광객 감소로 인한 만성 적자 운영 등의 문제점을 부분 철거와 박물관 건립을 통해 해소하고 새로운 관광 활성화 거점으로 탈바꿈시킨다는 계획이다. 특히 남도의병역사박물관 건립부지 이외의 고구려궁은 존치하고 박물관과 연계한 관광자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나주시는 시민 공론화 과정과 관련해 2019년 7월 남도의병역사박물관 유치추진위원회 결의대회를 시작으로 박물관 유치를 위해 시민의 역량을 결집해왔다고 설명했다. 같은 해 8월 유치기원 학술 포럼, 시민 서명운동에 이어 9월 의병문중, 시의회, 시민사회단체, 언론인 등 시민 913명이 참여하는 유치위원회가 구성됐다. 

유치위원회를 중심으로 전방위적인 유치 활동에 나선 결과 2020년 7월 나주시가 현 영상테마파크 부지를 ‘남도의병역사박물관’ 건립 대상지로 최종 확정되는 결실을 맺었다.

나주시는 “한때는 대표 관광명소였지만 오랜 침체기가 지속됐던 영상테마파크가 ‘남도의병역사박물관’과 조화를 이뤄 새로운 관광명소로 도약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히고 “역사의 숲, 다야뜰 수변공원 조성 등 나주시 사업을 남도의병역사박물관 건립과 연계해 체류형 관광의 성지로 조성해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도모해가겠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나주시민회관에서 열린 '남도의병역사박물관 건립사업 설명 및 소통간담회'.
지난 14일 나주시민회관에서 열린 '남도의병역사박물관 건립사업 설명 및 소통간담회'.

■ 의병들 정신·영혼, 미래세대 기억에 중점
나주시(시장 윤병태)는 지난 14일 나주시민회관에서 전라남도와 함께 시민 1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남도의병역사박물관 건립사업 설명 및 소통 간담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남도의병역사박물관 건립사업과 관련, 부지인 나주영상테마파크 철거와 관련된 시민사회의 다양한 궁금증을 해소했다.

이날 간담회에서 사업 실시설계 용역을 담당하는 독일 주현제 바운쿤스트 컨소시엄 건축학동 박노욱 대표는 마스터플랜에 따른 박물관 콘셉트, 건축 계획 등을 발표했다. 박 대표는 박물관 콘셉트에 대해 “나라가 위기에 처했을 때 목숨을 아끼지 않았던 의병들의 정신과 영혼을 미래세대가 기억하는데 중점을 뒀다”며 “의병도 나와 크게 다르지 않은 평범한 사람이었다는 동질감을 심어주는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의병의 영혼은 전시실에 국한하지 않고 바람, 하늘, 나무, 들, 물과 같은 자연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러한 자연적 요소를 박물관 곳곳에 배치해 의병 영혼을 느낄 수 있도록 계획했다”고 설명했다.

나주시는 이날 영상테마파크는 전통 목조 건축물과 상이한 드라마 촬영 세트장으로 구조변경 등이 어려워 박물관의 특수성과 목적, 조화를 이루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또한 고구려궁 철거에 대해선 “전라남도의 2단계 사업 추진 계획에 따라 1단계인 남도의병역사박물관 건립 이후 들어설 추모공원, 전망대 등 2차 사업 추진과 전남도와의 업무협약 이행 등을 고려해 전체 철거가 타당하다”며 철거 입장을 공식화했다. 또 남도의병역사박물관 착공 이후에는 고구려궁 진입로 확보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공사 현장, 시설물 노후에 따른 관람객의 안전사고 위험이 크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달 초 제6호 태풍 ‘카눈’ 북상에 따른 소관 부서 현장 점검 결과 영상테마파크의 2성문 중간성 옆 성루누각(도자기 공방 윗편) 붕괴를 확인했다. 지난 7일 문화재보수·한옥건축전문가와의 현장 점검 결과 전문가들은 장마철 집중호우로 기와 이탈 부분에 빗물이 장기간 유입되면서 누각을 지탱하고 있던 기둥이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자연적으로 붕괴된 것으로 분석했다.

나주시 영상테마파크는 2000년대 초 사극 드라마 흥행 속 드라마 주몽 촬영 세트장으로 2007년 12월 준공됐다. 건립 이후 2년간 1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방문할 정도로 호황을 누렸지만 드라마 종영과 사극 드라마 침체기에 접어든 2008년부터 연인원 관광객이 8만 6000명으로 급감했고 최근 3년간 연 1~3만 명 수준으로 집계됐다. 수입은 급감하는 반면에 일상경비·인건비·시설비 등 고정 지출 비용은 그대로인 만성 적자 구조가 지속되면서 5년간 누적 적자 금액만 23억 원에 달하는 등 애물단지에 처한 실정이다. 

특히 ‘시설물의 안전 및 유지관리에 관한 특별법(시특법)’에 따른 정밀안전점검 결과 제2종 시설물인 고구려궁은 2018년 하반기 D등급을 받았다. 이후 긴급보수·보강공사를 거쳐 2019년 상반기 B등급으로 상향됐으나 2022년 상반기 검사 결과 C등급으로 떨어졌다.
 

남도의병역사박물관 신축으로 인해 운영을 잠정 중단한 나주영상테마파크.
남도의병역사박물관 신축으로 인해 운영을 잠정 중단한 나주영상테마파크.
남도의병 역사 숲 기본계획안.
남도의병 역사 숲 기본계획안.
남도의병역사공원 조감도, 영산강 뷰가 내려다보이는 박물관 후면.
남도의병역사공원 조감도, 영산강 뷰가 내려다보이는 박물관 후면.
남도의병역사박물관 내부, 외부 전경.
남도의병역사박물관 내부, 외부 조감도.
남도의병역사박물관조성사업후보지 나주시 공산면 영상테마파크,영산강일원.
남도의병역사박물관조성사업후보지 나주시 공산면 영상테마파크,영산강일원.


<이 기사는 충청남도 지역미디어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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