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100년 세월의 색장정미소, 복합문화공간 재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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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100년 세월의 색장정미소, 복합문화공간 재탄생
  • 취재·사진=한관우·김경미 기자
  • 승인 2023.10.14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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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정미소·양조장에 문화예술이 꽃피다 〈4〉
100여년의 세월을 간직한 전주시 완산구의 색장정미소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인 ‘문화카페’로 변신했다(색장정미소 전경).

예술 작품을 보며 차 한 잔에 추억 한 모금 마실 수 있는 특별한 곳
옛 물건을 볼 수 있는 문화예술공간 문화카페와 작은 미술학교 변신
색장정미소, MZ세대에겐 꿈을, 386세대들에겐 추억과 향수를 팔아요
건축물대장 1945년 정미소 승인, 1920년부터 이미 정미소로 사용해

 

전주시 완산구 색장길 2-15에 위치한 100여 년의 세월을 품고 있는 ‘색장정미소’는 그 옛날에는 정미소로, 지금은 복합문화예술공간인 ‘문화카페’로 이용되고 있다.

전주천 주변의 고덕산자락에 자리한 마을, ‘빛이 길게 들어오는 길’이라는 뜻의 색장동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전해지는 마을에 자리하고 있다. 

정미소 건물은 복합문화공간인 ‘문화카페’로 운영하고 있으며, 안채는 ‘미술학교 애기똥풀’로 이용된다. 색장정미소에는 각종 고가구, 골동품, 민속품 등이 전시돼 있으며, 문화 관람료를 내면 차까지 마실 수 있는 문화공간이다. 추억이 듬뿍 담긴 골동품과 벽면 가득 채워진 예술 작품들을 보며 차 한 잔에 추억 한 모금까지 마실 수 있는 아주 특별한 곳이다. 1970~80년대 대중문화를 이끌었던 영화 포스터를 비롯해 카세트, 오디오, 비디오 카메라 그리고 어릴 적 한 번쯤은 가지고 놀았을 것 같은 장난감들, 게다가 용도를 알 수 없는 우리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사용했음직한 물건들로 가득찬 곳, 어쩌면 그곳에 들어선 순간 고물상에 들어갔거나 아니면 타임머신을 타고 어릴 적 동네 어디쯤으로 간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게 만든 곳이 ‘색장정미소 문화카페’다.

오래됐다고, 낡았다고 무조건 없애고 버릴 것이 아니라 색장정미소처럼 견뎌온 시간들을 귀하게 대접할 수 있는 곳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버릴 수 없는 곳이다. 세월의 시간을 품은 정미소가 이제는 사람들을 마음과 추억을 품어주고 있다.
 

한 켠에 각종 생활용품과 골동품들이 섞여 예스러움을 풍기고 있다.

■ 옛 추억을 나누는 생활 민속전시장
옛것이 자꾸 사라지는 요즘 미곡종합처리장이 그 역할을 대신하는 시대, 지금은 거의 사라져 쉽게 볼 없는 예전에 쌀을 도정 하던 정미소도 예외는 아니다. 쓸모없이 방치됐던 마을의 정미소가 사라져 가는 옛 물건을 볼 수 있는 전시장인 복합문화예술 공간인 ‘문화카페’와 ‘작은 미술학교’로 바뀌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곳이 있다. 전북 전주 인근에 자리한 ‘색장정미소’가 그곳이다.

‘색장정미소’를 알리는 안내 간판을 따라 들어가니 출입구 초입에는 예전의 우편함이 걸려 있어 방문객을 맞이한다. 정미소 마당에는 나무 탁자와 의자, 원형의 돌 탁자, 맷돌 등이 놓여 있고, 담에는 기왓장에 그린 그림들이 눈길을 사로 잡는다.

녹슨 빨간 함석지붕 위로 옥탑방같이 불쑥 솟아오른 정겨운 모습과 황토로 만든 벽에 나무판을 덧댄 외벽까지, 과거 이곳은 벼를 방아 찧어 쌀로 만들어주던 정미소였는데, 소리를 내며 끊임없이 돌아가던 발동기는 겹겹의 세월을 안고 집 밖의 수풀 속에 덮여 있다.

안으로 들어서자 100년이 넘은 정미소의 옛 흔적이 그대로 보인다. 벼를 찧기 위해 기계를 돌리던 피댓줄이 바퀴와 바퀴 사이에 길게 늘어져 있고, 겨를 벗겨내 쌀로 만들어주고 그 대가로 현물을 받았다는 빛바랜 도정 요율표도 정겹다. 

옛 추억을 나누는 생활 민속전시장이자 차도 마시며, 그림 등을 감상할 수 있는 문화공간인 카페가 오히려 예스러워 이곳에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는 이유를 알 수 있겠다. 실내 한 켠의 공간에는 오래된 진공관 라디오가 놓여 있고, 축음기도 있다. 쌍화차를 마시며 지금도 소리가 잘 들리는 축음기 음악도 감상할 수 있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사용했다는 나무 아이스박스에서 그 당시 삶을 느낄 수도 있다. 구한말 미국의 선교사가 가져왔다는 목재로 만든 특이한 피아노가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안방을 차지했던 고가구를 비롯해 다양한 민속품은 우리 옛 선조들이 살았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라디오와 축음기, 피아노, 카메라, 사진기를 비롯해 전화기, 선풍기, 타자기, 시계, 징, 북, 장구, 꽹과리, 밥통, 다리미, 바구니, 바가지, 주걱, 호롱불, 등잔, 화로, 책걸상, 주판, 엿장수 가위에 난로와 도시락, 트렘펫 등 각종 악기와 그림, 각종 생활용품 등 사라져가는 옛 물건을 모아 정겨운 이야기를 담아낸 이곳 추억의 장소, 선인들의 얼을 이어가는 색다른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되는 곳이다.

지난 1950~60년대를 거쳐 1970~80년대까지 어렵게 살았던 우리의 생활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는 흑백사진을 비롯해 수많은 생활용품에 눈길이 끌리는 것은 다만 그리움에서일까.
 

옛 물건의 정겨움이 느껴지는 카페 내부 전경.

■ 정미소를 그대로 보존, 문화카페로 개조
전주 한옥마을에서 남원가는 방향으로 5분여를 가면 길가에 낡은 ‘색장정미소’ 건물이 눈에 들어온다. 겉으로 보기에는 100년은 되어 보일 만큼 오래돼 보이는 녹슨 빨간 함석지붕 건물이다. 붉은색의 함석지붕으로 싸여 있는 색장정미소는 밖에서 보기와는 판이하게 다른 모습으로 손님들이 아주 편안하고, 여유 있게 커피 한잔을 즐길 수 있는 안식을 주는 문화공간이다.

곳곳에 걸린 그림과 골동품들은 앞서 입구의 간판이 말해 주듯이 골동품 전시장인듯 싶으나 오랜 세월 사람의 손길로 길들여진 물건들이라서 그런지 낯설지 않고 어제 본 듯 반갑고 신기할 뿐이다. 탈곡을 시켰던 풀무의 높이대로 만들어진 2층~3층은 마치 물레방아 간에서 사랑을 나눴던 기억처럼 구석구석 은밀하게 모여 앉아 1970~80년대의 영화 포스터를 뒤적이다 보면 ‘아~! 옛날이여!’라는 소리가 절로 나올 법도 하다.

이곳 색장정미소는 이의만 사장이 그림을 그리는 아내의 작업실 용도로 매입을 했으나, 100년이 넘은 정미소를 그대로 보존하기 위해서 문화카페로 개조, 자신의 취미를 살려 MZ세대에겐 꿈을, 소위 386세대들에겐 추억과 향수를 팔고 있다는 설명이다. 대신 아내의 작업실은 정미소 옆 작은 주택을 구입, 현재 ‘미술학교 애기똥풀’을 마련해 줬다고 자랑한다.

오래된 정미소의 사진을 꺼내 보인 건축물대장에는 1945년 3월 29일 정미소 사용승인이 난 것으로 돼 있지만, 동네 어르신들의 기억으로는 1920년도부터 이미 정미소로 사용되고 있었다고 하니 과히 100년을 족히 넘겼을 것 같은 정미소로 우리나라 건축사에도 이름을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정미소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갤러리에 흑백사진을 전시해 놓았다. 대부분 옛 생활 모습이 고스란히 엿보이는 소박한 풍경을 담은 사진들이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자연스레 웃음을 자아낸다. 카페 안으로 들어가 보니 밖에서 보기와 달리 내부 공간이 널찍하다. 천장이 높아서 실제 면적보다 더 넓게 느껴지는 것 같다. 수리하는데 만 꼬박 3년이 걸렸다고 한다. 천정 서까래로 사용한 나무들도 새 나무가 아니라 고가(古家)를 해체해 가져다 사용한 나무들이어서 옛 가옥의 느낌이 고스란히 살아있다.

카페 안 곳곳에 오래된 고가구와 옛날 전축, 재봉틀, 그릇 등 옛날의 생활용품들을 수집해 빼곡하게 진열해 놓고 있어 볼거리가 가득하다 . 1층 카페를 둘러보고 2층으로 올라가 보았다.
폐교 건물에서 가져온 학교 유리창이 나무 서까레 지붕과 조화를 이루며 마치 시간을 되돌린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3층 다락방은 좁은 공간이지만 별로 답답한 느낌은 들지 않는다. 오히려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차 한 잔의 여유를 즐기고 싶은 오붓한 공간이다.

특히 작은 다락방을 연상케 하는 색장정미소의 2층, 3층에는 옛 시절 모습이 담긴 사진과 갓 도정한 쌀이 나오는 시설이 있었다.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친구와 연인, 가족 누구와도 함께 머무르면 좋을 듯한 공간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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