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이 협력해, 지역의 힘 키우는 게 성공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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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관이 협력해, 지역의 힘 키우는 게 성공 관건”
  • 연합취재단 공동기사
  • 승인 2023.11.24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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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사랑기부제, 일본은 어떻게 성공했나? ⑦국외-일본 몬베츠시 상편

2023년 1월 본격 시행된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거주지 외 자치단체에 기부금을 내면 세액공제 혜택과 기부금의 30% 내에서 지역특산품, 지역사랑상품권 등 답례품을 받을 수 있다. 각 지자체는 이를 통해 지방재정을 확충하고, 답례품을 통한 지역 경제 활성화를 기대하고 있다. 고향사랑기부제 원조인 일본은 우리나라보다 10년 이상 앞서 고향납세 제도를 도입했고, 각종 시행착오를 거쳐 지난 2020년 고향납세 기부액이 7조 원에 육박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제도를 안착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7회에 걸쳐 국내 지자체들의 고향사랑기부제 추진현황과 일본 고향납세 제도를 취재, 보도함으로써 고향사랑기부제의 발전방향을 모색해본다.<편집자 주>

<보도 순서>
1. 청양군
2. 당진시
3. 사천시
4. 일본 아사히카와 상(上)
5. 일본 아사히카와 하(下)
6. 일본 몬베츠 상(上)
7. 일본 몬베츠 하(下)


몬베츠시 시청 전경.
몬베츠시 시청 전경.

일본의 ‘고향납세제 성공’을 이야기할 때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손꼽히는 도시가 있다. 인구 2만 명의 소도시 홋카이도 ‘몬베츠시’다. 

2021년 일본 전체 1780개가 넘는 지자체 중 고향납세 모금액 1위를 기록했다. 그해 기부금으로만 한 해 예산의 절반에 달하는 1530억 원을 모았다. 기부 건수만 110만 건에 이른다. 2020년에는 86만 건, 1300억 원의 기부금을 모았다. 몬베츠의 고향납세 정책은 민관이 유기적으로 협력해 지역의 힘을 키우는 데 목표를 두고 있다. 고향납세제 시행(2008년) 이후 지난 14년간 행정과 주민들이 머리를 맞대고 다양한 답례품과 지역사업을 발굴·추진한 결과다.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한국에서도 몬베츠시 사례가 알려졌을 정도로 성공적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몬베츠시 시청 직원들. 왼쪽부터 사이토 마사토 총무부기획조정과 고향납세계 계장, 나카하시 마사히로 마을만들기정비추진실 부참사, 쿠라야 타카후미 산업부상공노동과 노정계 계장, 호리사와 미쿠 보건복지부아동가정과 아동가정계 계장.

■ 인구 2만 몬베츠시,  ‘유빙 도시’보다 ‘고향납세 기부금 1위 도시’로 더 유명해져
“지역민들이 매력적인 답례품을 개발해 준 덕분에 영광스러운 타이틀을 얻게 됐죠.”

지난 7월 11일 몬베츠시 시청에서 만난 총무부기획조정과 고향납세제팀 사이토마사토 계장은 성공 비결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지역민들이 다양한 상품과 아이디어를 답례품으로 제안하면, 행정은 적절성과 상품성 등을 판단한 후 답례품으로 구성한다. 답례품 종류만 800여 가지가 넘는다. 

몬베츠시는 ‘유빙의 도시’로 잘 알려져 있다. 홋카이도 오호츠크해 연안의 중앙에 있으며, 매년 겨울 유빙들이 유입되는 곳으로 유명하다. 쇄빙선이 두꺼운 유빙을 부수며 항해하는 모습을 한 번쯤 화면을 통해 봤을 법하다. 지리적 특성상, 수산업과 수산가공업이 발달했다. 가리비와 대게, 새우 등 해산물 답례품이 특히 인기가 많다. 전체 답례품 중 60%가량이 해산물 답례품이다. 

답례품 다양화 비결 중 하나는 ‘세분화’이다. 가령, 가리비 한 품목을 갖고서도 수량과 부위, 보관 상태(냉동·건조), 가공방식 등에 따라 다양하게 답례품을 구성, 세분화했다. 기부자들에게 더욱 폭넓은 답례품 선택 기회를 제공하기 위함이다. 

지난 7월 기준, 몬베츠시 인구는 2만 551명. 몬베츠시 역시 일본의 지방 소도시가 그러하듯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37% 넘는 초고령화 지역이다. 몬베츠시의 고향납세 정책 추진 핵심 두 가지는 ‘도시 홍보’와 ‘인구 유입’이다. 즉, 도시인들에게 몬베츠시를 알리고 인구를 유입하는 것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 

고향납세 타겟층은 꽤 명확하다. 수익이 일정 정도 보장된 도시인을 주 타겟층으로 한정하되, 홍보 범위를 오사카와 도쿄, 나고야시 등 대도시로 확장했다. 대부분 지자체에서 타깃으로 공략하고 있는 출향인은 일시적 기부 소구로는 가능하지만, 장기적으론 전국의 관계 인구를 잠재 기부자로 접근해야 한다는 점을 일러준다.

성별, 연령별로 답례품을 따로 발굴하진 않지만, 어느 지역에서 기부가 많이 이뤄졌는지는 치밀하게 분석하고, 그곳을 주 타깃으로 집중적으로 홍보한다. ‘지역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홍보 전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30개가 넘는 고향납세 민간 플랫폼의 답례품 랭킹을 확인하는 작업도 꾸준히 이어오고 있다. 사이토마사토 계장은 “인기 제품과 트랜드를 분석한 후, 어떤 것들을 답례품으로 구성하고 홍보할지 고민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도쿄 등 대도시에서 열리는 고향납세제 관련 박람회를 비롯해 대형 호텔, 전철·기차역은 물론 잡지와 유명 웹사이트 등 다양한 방법으로 홍보전을 펼치고 있다.
 

■ ‘유빙 1톤 보내주기’ 답례품, 엉뚱·기발함으로 ‘화제’
     유빙 보호 캠페인 및 지역 홍보 1석 2조 효과 

최근, 몬베츠시는 기발한 답례품으로 각종 매스컴에 소개되며 주목받았다. ‘유빙 1톤 보내주기’ 답례품이 그것이다. 현재는 바다에 유빙이 없는 시기로, 지난겨울 유빙을 창고에 보관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유빙 1톤을 답례품으로 받겠다는 기부자는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사실 이 엉뚱한 답례품은 오호츠크해 해양환경 보호 캠페인의 일환으로 나온 아이디어였다. 유빙 1톤 보내주기 답례품은 등장과 동시에 뜨거운 화제를 모으며 일본 내 각종 매스컴에 자주 노출됐다. 결국 몬베츠시는 유빙 보호 캠페인도 하고 지역 홍보도 하는 1석2조의 효과를 거둔 셈이다. 지역만의 스토리를 입힌, 독창적이고 차별화한 답례품 발굴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일러주는 사례다.

물론 1위 비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작용했다. 그중 민간인 플랫폼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현재 한국의 경우 온라인상에서 기부할 수 있는 곳은 행정안전부에서 운영하는 ‘고향사랑e음’ 하나뿐이지만, 일본은 라쿠텐, 사토호루, 후루나비 등 민간이 운영하는 다양한 고향납세 포털 사이트가 있다. 2014년 2개에 불과했던 고향납세 사이트는 2022년 30개를 넘어섰다. 기부자들은 이들 민간 플랫폼에 쉽게 접근해, 온라인 쇼핑을 하듯 간편하고 빠르게 기부하고 원하는 답례품을 고르며 기부금 사용처를 선택한다. 이 모든 과정이 민간 플랫폼을 통해 원스톱으로 가능하다. 엄청난 인내심을 요구하는, 복잡하고 어려운 한국의 플랫폼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를 알 수 있다. 

몬베츠시의 기부금은 주로 청년층과 도시인의 안정적 정착을 유도하기 위한 육아 사업과 지역경제 활성화 대책에 쓰인다. 기부자는 기부할 때부터 용처를 지정할 수 있다. 재정과에서 총괄적으로 기부금을 관리하면서, 부서별로 지역사업과 관련한 기부금을 배정한다. 

지역민들은 여러 루트를 통해 고향납세제와 관련한 건의사항이나 의견을 적극적으로 개진한다. 행정에서는 1년에 한 번씩 시 홍보 잡지를 통해 주민들에게 그해 어떤 기부금 사업을 벌였는지 알린다. 물론, 이와 별개로 홈페이지에 공개하게 돼 있다. 주민들은 잡지 한편에 있는 ‘시장에게 쓰는 편지’ 코너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불편사항과 개선점을 꾸준히 건의한다. 

사이토마사토 계장은 “민원이 들어오면, 기본적으로 주민 의견을 반영해 바로바로 시정하는 편”이라며 “다만, 범위가 큰 정책 제안이나 사업 제안일 경우엔 바로 결정해주지는 못하지만,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행정에서 늘 노력한다”고 말했다. 

이메일까지 포함해, 한 해 평균 고향납세 건의사항은 100건 정도. 그만큼, 고향납세제에 대한 주민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는 뜻이다. 일본 내 고향납세제가 성공적으로 안착했음을 보여주는 방증이기도 하다. 
 

톳카리센터는 오호츠크해 연안에 모습을 보여주는 물개들을 보호, 사육하는 일본에서 유일한 시설이다. <사진 출처=홋카이도 몬베츠시 오호츠크 가린코 타워 주식회사 누리집>
톳카리센터는 오호츠크해 연안에 모습을 보여주는 물개들을 보호, 사육하는 일본에서 유일한 시설이다. <사진 출처=홋카이도 몬베츠시 오호츠크 가린코 타워 주식회사 누리집>

■해양환경 보호 활동에 가장 많은 기부금 사용
   주민 전 과정 참여하는 ‘상점가 활성화 사업’ 눈여겨 볼만 

몬베츠시는 ‘오호츠크해의 해양환경에 관한 사업’으로 다른 지역의 고향납세제와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몬베츠시 2022년도 기부금 집행 내역을 보면, 갈리아 지구 내 시설(빙해 전망탑·해양공원·교류관 등) 관리·운영 경비로 약 21억 원을 집행, 가장 많이 쓴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별개로, 12억 원을 관련 기금으로 적립했다. 

이 중 ‘바다표범 보호활동’은 몬베츠시의 상징과도 같다. 바다표범은 유빙과 마찬가지로 몬베츠시를 대표하는 유명 관광요소 중 하나다. 오호츠크해와 맞닿아있어 시베리아에서 내려온 물개가 유빙과 함께 해안가 주변에서 자주 목격된다. 톳카리센터는 일본 내 유일한 물개보호·사육 시설로 1987년 문을 열었다. 처음엔 4마리였으나 현재는 점박이물범과 고리무늬물범 등 20마리의 바다표범을 사육하고 있다. 

방문객들은 사육사의 해설을 들으며 먹이 주기 체험을 할 수 있다. 센터 내에는 치료시설도 갖춰져 있다. 바다에서 상처를 입거나 쇠약한 바다표범을 데려와 일정 기간 치료한 후 적응훈련을 마치면 다시 바다로 돌려보낸다. 몬베츠시를 대표하는 마스코트는 53세 점박이물범 ‘몬타’이다. 

민관 협업을 통한 시가지 활성화 프로젝트인 ‘상점가 활성화 대책’ 사업도 눈여겨 볼만하다. 이름하여 ‘모두의 마치나카 프로젝트’ 사업이다. 상업 지역 내 빈 점포나 빈집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원하는 사업으로, 시내 중심에 들어선 지역민 커뮤니티 공간인 ‘타타바라’가 대표적이다. 몬베츠시 마을만들기정비추진실 나카하시 마사히로 부참사는 “모두의 마치나카 프로젝트는 몬베츠 시내 곳곳의 빈집 또는 빈 점포를 점검·지원해 주민 교류 장소를 만드는 사업으로 시가지를 활성화하기 위한 취지로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사업 추진 방식이 좀 독특하다. 처음부터 행정을 비롯해 상점가 연합회, 은행은 물론 지역민이 TF를 구성해 원팀으로서 사업을 추진해나간다. 상업 지역 내 빈 점포 한 곳을 교류 장소로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행정은 토지매입비와 건물매입비 또는 임차료에서부터 건물 리모델링 비용 등 전반적인 관련 예산을 보조해준다. 시민들은 교류 공간을 만드는 과정을 하나의 이벤트를 통해 처음부터 참여한다. 어떤 콘셉트로 꾸밀지, 어떻게 공간을 구성할지 논의하고 공사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하는 것이다. 

나카하시 마사히로 부참사는 “ ‘내가 만든 공간’이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전 과정에 주민들을 직접 참여 시킨다”며 “이 때문에 거부감 없이 누구나 쉽게 교류 장소에 들리고 쉬었다 가는 등 전반적인 이용률이 높다”고 말했다.

타타바라는 개방형 커뮤니티 공간으로 일종의 주민 사랑방 역할을 한다. 회의용 테이블과 의자를 비롯해 한쪽에는 아이들을 위한 보드게임과 음료(1개 900원)도 갖춰져 있다. 월 1회 정도 시민 강좌도 열린다. 다양한 시민 프로그램을 개설해 사람들을 모일 수 있게 만들기 위함이다. 어린이 대상 컴퓨터 교실이 특히 인기가 많다. 때마침 마을 축제 준비를 논의하기 위해 타타바라를 찾은 니노미야 준코(62) 씨와 크리다키 세이코(73) 씨는 “아이들과 지역민이 편하게 와서 쉬고 즐기는 공간으로 이용된다는 점에서 무척 뿌듯하다”고 말했다.

기부금을 사용한 또 다른 주력사업인 인구유입 정책(이주 정책)과 보육료 무상화 사업 등 못다 실은 이야기는 다음 기획에서 이어진다.
 

주민 교류장소인 타타바라에 방문한 몬베츠시 지역민과 연합취재단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주민 교류장소인 타타바라에 방문한 몬베츠시 지역민과 연합취재단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수산업과 수산가공업이 발달한 해양도시답게 가리비와 대게, 새우 등 해산물 답례품이 특히 인기가 많다.
수산업과 수산가공업이 발달한 해양도시답게 가리비와 대게, 새우 등 해산물 답례품이 특히 인기가 많다.
몬베츠시 홈페이지.
몬베츠시 홈페이지, 몬베츠를 상징하는 갈린코호(쇄빙선)가 첫 화면을 장식하고 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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