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의 보다 나은 삶의 터전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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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동체의 보다 나은 삶의 터전을 꿈꾼다
  • 최선경 기자
  • 승인 2013.04.01 10: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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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이 다시 기지개를 켠다 (上)



上 도시형 마을만들기 - 서울 마포 성미산 마을·광주 시화가 있는 문화마을
下 농촌형 마을만들기 - 완주군 농촌체험마을·진안군 마을만들기지원센터


요즘 동네와 마을만들기가 인기다. 서울시에도 마을만들기 사업을 펼치고 있고, 전국 곳곳에서도 마을만들기 사업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왜 그럴까? 왜 갑자기 동네와 마을이 주목을 받고 있는 걸까? 그 이유는 동네와 마을이 공동체를 살리는, 현대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한때 급속한 산업화로 동네공동체가 사라지고, 마을공동체가 점점 쇠퇴해갔지만 각박한 현대사회의 여러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동네와 마을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 광주시 북구 각화동 ‘시화가 있는 마을’ 홍보관


각 지자체는 마을을 지역발전의 기틀로 삼고자 여러 교육 사업을 통해 마을의 자치역량을 키우고 커뮤니티비지니스사업, 농어촌체험휴양마을조성, 권역단위종합정비 등을 비롯한 다양한 마을만들기 사업을 펼치고 있다. 어떤 마을은 수십만 명의 방문객이 찾는 마을로 변화하였는가 하면, 어떤 마을은 자원을 활용하여 알찬 소득사업을 성공시키고 있고, 어떤 마을은 달라질 미래를 꿈꾸며 열심히 공부하는 마을도 있다. 주민들이 모여 토론을 하며 지역발전계획을 세우고, 공동체의 보다 나은 삶의 터전을 위해 일하는 모습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다.

마을만들기는 공간의 질과 삶의 질을 높여 쾌적하고 아름답고 특색있는 지역공동체를 만드는 지역의 재창조작업이다. 과거 새마을운동도 그런 의식을 반영한 운동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운동은 물질적인 변화에 치중한 나머지 지역의 고유 자원과 특성을 무시하거나 파괴하는 부작용을 가져 왔다. 이에 비해 마을만들기는 지역의 부존자원, 이를테면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 산업, 경제, 생태자원 등을 살리고 활용하는데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새마을운동에서 돌담과 초가를 전근대적인 유산으로 여겨 없애 나갔다면 마을만들기는 그러한 전통적인 유산과 가치를 소중히 가꾸고 보존하면서 지역의 자원으로 재창조하려는 작업이다.

마을만들기전국네트워크 권상동 협동사무국장은 "주민이 스스로 마을을 가꾸어 가는 마을만들기 사업은 주민이 주도하는 참여행정의 대표적 사례"라며 "앞으로도 지역만의 정체성과 아름다움을 담아내면서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할 수 있는 마을만들기 사례가 많이 발굴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 이웃 사이 벽 허무는 광주 각화동 시화문화마을
▲ 문화마을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을 설명하고 있는 이재길 디자인센터장

광주시 북구 문화동에는 이웃 간 벽을 허물기 위해 주민들 스스로 곳곳을 시와 그림으로 채운 마을이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 시화문화마을은 지난 2000년부터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삭막한 시멘트 담장과 방음벽 등에 알록달록한 그림과 글귀를 채우기 시작한 이래, 지역 곳곳에 예술가들의 조각 작품과 문인들의 글씨로 장식된 문화마을로 변신을 꾀했다.

▲ 전국 최초로 아파트 담장을 허물고 주민들과 소통하는 공간을 마련했다.


광주시와 주민들은 여기에 문화마을의 랜드마크 기능을 할 '시화문화관' 건립을 추진하는 한편 개발제한구역 내 저수지를 가로지르는 제2순환도로 교각 밑 일대를 생태공원으로 조성해 문화마을과 연결했다. 또 주민들이 함께 운영하는 마을펍(Pub), 북카페, 공동농장 등을 만들어 마을에서 가까운 국립 5·18 민주묘지와 광주비엔날레를 찾는 방문객들을 끌어들이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 문화마을 담장에 새겨진 시화 타일. 개성있는 연출로 새로운 골목 문화를 탄생시켰다.


시화문화마을은 일찌감치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서 골목의 작은 것부터 변화를 줬다. 주민들이 직접 각 집안의 정서를 자기 집 담장에 부착하는 '애송시 부착 사업'을 벌였다. 그리고 가족 사랑을 표현한 문패를 직접 만듦으로써 비록 전문성은 띠지 않았지만 집집마다 독특한 개성을 드러내는 골목으로 변화시키면서 마을에 대한 애정이 우러나게 만들었다. 입주자와 사업자 LH를 설득해 임대아파트의 옹벽을 허물고 산책로와 주민쉼터공원을 만들어 소통의 공간도 마련했다. 골목 전봇대 주변의 자투리 공간에 화단쉼터를 조성해 꽃도 심었고, 도로 이전으로 생긴 잉여부지를 활용해 문화공원을 조성했다. 이러한 모든 사업은 전적으로 수십 차례의 주민 회의를 거쳐 주민들이 움직인 결과물이다.

문화마을 사업을 추진해 온 이재길 디자인센터장은 "스스로 시화마을을 꾸미면서 주민들이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고 있다"며 "담장허물기 등 마음의 벽을 허물고 소통할 수 있는 사업을 앞으로도 확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 사람과 사람을 잇는 따뜻한 공동체를 현실로
▲ 문화마을에는 집집마다 가족들이 모여 직접 만든 문패가 걸려 있다.

성미산마을은 지역주민들의 필요에 의해 자발적으로 생긴 여러 조직들, 그리고 서울시의 배수지건설계획에 반대하는 지역사회운동 등의 계기를 통해서 탄생한 곳이다. 지역사회 내의 자발적 결사체들이 주도하는 지역사회운동의 성공은 지역주민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활동으로 그들이 추구하는 다양한 가치들을 실현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했다. 이후 성미산마을 주민들은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들을 실현하기 위해 다양한 조직들을 결성하여 활동하고 있다.

성미산 마을의 조직은 교육, 경제, 복지, 환경, 문화, 자치, 협력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성미산마을의 다양한 주체들은 도시지역의 생활문화관계망을 만들려는 목적을 가지고 크고 작은 커뮤니티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다.

공동육아, 두레생협, 차병원 등의 사례의 공통점은 주민들이 지역사회에서 필요에 의해서 자발적으로 모였다는 것이다 .이는 지역주민들이 더불어 살아가면서 서로의 필요에 의해 함께 힘을 합쳐 만들어 온 것의 결과다. 일상의 단순한 욕구들을 조합이란 틀로 모아 해소하면서 경제적 부가가치를 만들고 문화적 삶의 기회를 만들며, 나아가 함께 다스리는 자치공동체까지 만들어낸 것이다.


■ 단순한 돈벌이 위주의 마을만들기 지양해야
최근 각 지자체별 마을만들기 사업이 한창이다. 마을만들기는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스스로 마을환경을 개선해 나가고자 하는 데 의의가 있다. 이를 통해 마을 안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서로가 소통하는 공동체 마을을 만들고, 궁극적으로 마을을 넘어 지역전체가 거대한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결국 지역 전체가 잘 살기 위해 마을 단위부터 단단하게 다져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성공적으로 마을만들기 사업을 해냈다고 평가받고 있는 마을을 탐방한 결과, 마을만들기 가치 중 제일 중요한 것은 결국 '살맛나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었다. 마을만들기가 단순히 돈벌이 위주로 진행돼서는 안 된다. 특히 마을의 리더나 이장들이 돈이 지원되니까 공모하고 시설 하나 해 놓는 것을 치적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5년, 10년, 100년을 준비하는 장기적 안목에서 공동체를 어떻게 변화시켜 나갈 것인지에 대한 가치로의 변화가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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