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을 맞으며
상태바
5월을 맞으며
  • 구재기 (칼럼위원·시인·충남시인협회 부회장)
  • 승인 2013.05.05 22:5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5월을 이르러 '계절의 여왕'이라지만 뭐니뭐니해도 '어린이날'과 '어버이의 날'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그 중에서도 5월의 신록과 함께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로 시작되는 노래와 더불어 해맑은 어린이의 모습이 먼저 떠오르게 되어 '어버이날'이 자칫 가려진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5월에 들어와도 이제는 '어머니날'은 없다. 다만 그 자리를 어머니와 아버지가 함께하는 '어버이날'로 제정되어 있다. 이른바 어버이의 은혜뿐만이 아니라 어른과 노인에 대한 존경을 되새기자는 뜻으로 제정된 기념일이다. 매년 5월 8일이다. 기념일이지만 공휴일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지난날의 '어머니의 날'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1913년 미국웨스트버지니아주의 웹스터라는 곳에 신앙심이 두터운 안나 자비스라는 여인이 어머니와 단 둘이 살고 있었다. 그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 혼자가 되어버리자, 그녀는 어머니가 살아계실 때에 좀 더 효성을 다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였다. 어느 날 그녀가 친구들의 티 파티에 초대되었을 때 흰 카네이션을 가슴에 달고 참가하였다. 그리고 그녀는 이 세상 사람이 일 년에 하루만이라도 좋으니 어머니를 기억하였으면 좋겠다는 심정으로 약 10만 달러의 어머니 유산을 기금으로 하여 <어머니날> 제정을 국내외에 탄원하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7년이 지나 윌슨 대통령 취임 당시 미국 의회에서 1914년 5월 둘째 일요일을 첫 '어머니날'로 정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에서는 1956년 5월 8일을 '어머니 날'로 지정하여 기념해왔다. 그러다가 1973년 3월 30일 대통령령으로 '각종 기념일 등에 관한 규정'이 제정·공포되고 난 다음, 1974년부터 '어버이날'로 변경되었다. 이날 각 가정에서는 자녀들이 부모님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선물을 하거나 카네이션을 달아드리곤 한다. 또한 정부에서는 정부주관 기념일로 어른들을 위한 각종 기념행사를 벌이며, 효자 · 효부들을 표창하여 어버이의 은혜에 감사하며, 어른과 노인에 대한 존경을 되새기곤 한다.

그러나 아무리 어버이의 날이 제정되어 정부주관의 행사가 계속되어지더라도 오늘날의 어버이들은 날로 외로워져가고 있다. 핵가족이 어버이를 가정에서 멀어지게 하고 있다. 산업화의 영향으로 시골집은 한 채 한 채 비워져가고, 추스르지 못한 지붕 아래에 남은 어버이만이 구부러진 허리를 곧추세우며 시골집을 지키고 있는 실정이다.

옛날처럼 자식들의 돌봄으로 생활을 즐기던 일은 아예 꿈에서조차 누리기 어렵게 되었다. 그래도 어린이들은 성장하여 가면서 '어린이날'을 맞아 즐기고 있지만, 어버이는 '어버이날'을 맞아도 쓸쓸한 하루하루를 맞고 있다.

어버이날이라 하더라도 자식들의 전화 한 통이나 받는 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이보다 조금 나으면 자식들로부터 배달되는 작은 선물을 앞에 놓고, 단란하게 살았던 시절의 자식들 얼굴을 떠올리며 눈물을 지어야 한다. 자식이 어린이였던 시절, 괴롭거나 아플 때 어버이들은 유일한 피난소가 되어 왔으며, 즐겁고 기쁠 때에는 그것을 같이 누리는 동감자<同感者>가 되었었는데도 말이다.

어버이들에게도 일상생활에서 즐거움과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지난날은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오직 자식 키우는 일에 국한되어 있었다. 어떠한 교훈이나 이론으로써가 아니라, 어버이의 살과 피, 몸과 뼈와 영혼으로 이루어진 사랑, 그것만으로 자식을 키워왔다.

그런 가운데 아버지는 엄한 할아버지 밑에서 복종만을 일삼아 왔으며, 어머니는 시어머니의 눈치를 살피느라 때때로 자식 사랑에도 뼈아픔을 견뎌내야만 했다. 여기에 남편의 횡포가 있었다면 어머니의 삶은 얼마나 고통스러웠을 것인가.

5월을 맞아 한 번쯤은 고향집을 그려보기로 하자. 어버이를 통하여 고향 산천을 그려보자. 그 속에서는 신시대인 어린이들의 복잡미묘하고 변화무쌍한 기질에 접목시키고도 남을만한 지혜로움이 분명하게 발견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