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축제, 차별성과 지속가능성으로 다시 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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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축제, 차별성과 지속가능성으로 다시 서야 한다”
  • <공동취재단>
  • 승인 2025.07.17 07:33
  • 호수 900호 (2025년 07월 17일)
  • 11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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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축제 포화시대, 지역성을 담은 축제로 변해야 한다 ①

지역축제를 둘러싼 논란과 비판은 해마다 반복된다. 과도한 상행위, 주민 동원, 유사 콘텐츠, 과장된 실적 등은 축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 축제는 관광을 넘어 지역 고유의 문화와 정체성을 담는 공공의 장이어야 한다. 이에 홍주신문을 비롯한 남해시대, 담양곡성타임스, 한산신문, 해남신문 등 전국 5곳의 지역언론이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2025 공동주제심층보도지원 사업을 통해 국내·외 축제 현장을 공동 취재·보도함으로써 지역축제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 5월 어린이날 큰잔치와 함께 개최된 ‘홍성역사인물축제’에서 역사인물을 주제로 한 퍼포먼스의 한 장면.

 

전국 1200여 개 홍수 속 경쟁력 필요
일회성 지양, 지역 전반 효과 넓혀야

충남 홍성군에서는 매년 홍성역사인물축제(5월, 홍주읍성 일원)와 홍성글로벌바비큐페스티벌(11월, 홍주읍성 일원)을 중심으로 지역 고유 콘텐츠를 계승·발전시키는 축제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역사인물축제는 홍성이 배출한 백야 김좌진 장군, 만해 한용운 선사, 고려 말 충신 최영, 성삼문, 예술인 한성준·이응노 등 6인을 중심으로 교육과 체험이 결합된 에듀테인먼트형 축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반면 글로벌바비큐페스티벌은 ‘축산의 고장’이라는 홍성의 특성을 살려 한우·한돈을 활용한 이색 바비큐 조리 체험과 공연, 전통연희, 지역 먹거리를 결합한 체험형 관광축제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인구감소, 경기침체 등에 놓인 전국 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축제를 추진하면서, 단기간에 관광객을 유치하는 수단으로만 기능하는 일회성 축제가 늘고 있는 실정이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올해 전국에서 열렸거나 예정된 축제는 총 1214개에 달하며, 읍·면 단위 소규모 행사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난다.

그러나 다수의 축제가 일회성 행사에 머무르고 있고, 실적 위주의 운영 방식 속에 지역 고유의 이야기와 공동체적 의미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많은 지역축제가 외주 용역사에 과도하게 의존하며 기획부터 실행까지 동일한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이 과정에서 지역 주민은 주체가 아닌 행사 보조 인력이나 관람객으로 역할이 제한되고 축제 콘텐츠는 가수 공연 등 비슷한 무대와 프로그램이 반복된다.

단지 예산 소진이나 외부 평가를 의식한 행사가 아닌 지역이 가진 고유성과 주민의 삶을 담아내는 축제로 거듭나야 한다. 또한 외주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주민이 중심이 되는 자립형 운영 모델로 전환하고 독창적 콘텐츠를 발굴·육성하는 노력도 필수다. 주민참여 속 축제 개최를 위해 위원회가 운영되고 있지만 자치단체가 수립한 계획을 검토·승인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어 함께 프로그램을 개발·운영하는 주최로서 지위 격상도 필요하다.

특정 소재를 바탕으로 유사한 축제가 전국에서 반복되는 현실도 심각하다. 소재나 콘텐츠는 유사하지만 명칭만 바꾼 축제가 각기 다른 지자체에서 열리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올해에만 한우를 주제로 강원, 경남, 울산, 전남, 경북 등에서 치악산한우축제, 횡성한우축제, 장수한우랑사과랑축제, 상주한우축제, 영산포 홍어·한우축제 등 16개의 축제가 열린다. 예산황토사과축제 등 사과를 주제로 열리는 축제 역시 전국 8곳에서 열리며, 인삼을 주제로 한 축제 역시 6곳에서 계획하고 있다.

 

진짜 지역축제 위한 변화 필요해
지속가능성 냉철한 성과평가부터

많은 축제가 외주 용역사에 과도하게 의존하며, 기획부터 실행까지 획일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로 인해 지역 주민은 단순한 협조 인력으로 참여하거나 관람객으로 머무는 경우가 많고, 콘텐츠 역시 연예인 공연과 유사 프로그램이 반복되는 실정이다.
 

지난해 11월 개최돼 사흘간 55만 명의 방문객을 유치하며 흥행에 성공한 ‘홍성글로벌바비큐페스티벌’ 행사장.

홍성역사인물축제는 2004년 ‘홍성내포문화축제’라는 이름으로 시작돼 2014년 현재의 명칭으로 변경됐다. 과거 충남 대표축제로도 선정된 바 있지만, 2023년부터 개최된 글로벌바비큐페스티벌이 흥행에 성공하면서 대표 축제 자리를 넘겨주었다.

이로 인해 예산도 기존 7~10억 원에서 최근 약 2억 원 수준으로 줄었고, 축제의 규모와 상징성 역시 축소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성역사인물축제는 외부 관광객보다는 지역민들이 한데 모여 즐기는 ‘지역민 중심 축제’로 자리 잡았지만, 글로벌바비큐페스티벌은 전국에서 방문한 관광객이 대다수를 차지할 정도로 흥행 면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러나 행사장을 가득 메운 인파, 긴 대기줄, 키오스크 기반 결제 등은 초고령사회로 진입한 홍성군민들이 쉽게 축제를 즐기기에는 다소 불편한 구조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또한 대기업인 더본코리아에 상당한 예산이 투입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보다는 오히려 외부로 세금이 빠져나간다는 우려도 있다.

특히 최근에는 글로벌바비큐페스티벌이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와 연계된 지원으로 주목을 받았지만, 백 대표의 기업 운영 및 이미지 논란이 제기되면서 축제의 신뢰성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지역사회에 퍼지고 있다.

이 같은 외부 의존형 구조는 장기적으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홍성군은 이번 기회를 계기로 지역 주도형 자립 구조로의 전환이 절실하다는 과제를 안고 있다.

지역 농축산물과 로컬 인재를 적극 활용하고, 주민과 청년 소상공인이 주도하는 프로그램 개발이 병행되어야 축제의 정체성과 지속가능성도 함께 확보될 수 있다.

 

반복보다 차별성, 소모보다 지속가능성
지역축제의 기준, ‘양’에서 ‘질’로 바꿔야

홍성군이 대표 축제로 육성 중인 글로벌바비큐페스티벌은 도 지정 진품축제로 선정되기도 했지만, 앞으로는 단순한 방문객 수보다는 외지 관람객 비율, 지역 상권 소비, 재방문율, 주민 만족도 등 실질적 성과지표로 축제를 평가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또한 축제는 일시적으로 많은 인파가 몰리는 만큼, 교통 혼잡, 위생, 진입 동선 등에 대한 사전 대책도 필수적이다.

홍주읍성 일원에 위치한 축제장은 주차장과 진입로가 협소해, 셔틀버스 운행 및 축제 분산 배치 등 실질적인 지역 균형 대책도 함께 논의돼야 할 것이다.

지역축제가 단순한 관광 이벤트를 넘어 지역 정체성과 주민 삶을 담는 공간이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지역 중심’이라는 원칙을 흔들림 없이 지켜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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