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시 동면 행암리마을

충남 천안시의 전체 인구가 60만 명을 넘어 70만 명대를 향하고 있는 가운데, 천안시의 전체 면과 동 가운데 유일하게 인구 2000명대가 무너진 곳이 바로 ‘천안시 동남구 동면’이다.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동면의 인구는 1034세대에 1914명(남자 1042명, 여자 872명)으로 나타났다. 지난 1995년 당시 천안시의 전체인구가 33만 4800명(남자 16만 8923명, 여자 16만 5877명)일 당시 동면의 인구는 1096세대 3521명(남자 1822명, 여자 1699명)이었다. 천안시의 경우 전체인구가 점차 증가하고 있는 지역인데도 불구하고 동면의 경우는 30년 전에 비하면 오히려 절반의 인구가 줄어든 셈이다. 인구감소시대를 절감할 수 있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최근까지 인구가 감소하고 있는 다른 시·군에 비해 천안시나 인근 아산시의 인구가 증가하는 요인으로는 우선 수도권과의 접근성 향상을 들 수 있다. 천안과 아산의 경우는 지리적으로 수도권과 가까운 위치에 있다. 또 경부고속도로, 경부선 철도, KTX 천안아산역 등의 교통인프라가 잘 발달된 곳이다. 이러한 교통망 덕분에 서울과 수도권으로의 출퇴근이 가능해지면서,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거비를 가진 천안지역으로 이주하는 결과로 인해 천안시나 인근 아산시의 인구가 증가한 결정적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다음으로 외국인 투자 유치 등 국내 대기업 공장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며 경제성장을 견인했다는 점이다. 삼성디스플레이, LG, 현대기아차 협력업체 등 첨단 제조업 중심의 산업단지가 형성돼, 일자리 증가와 함께 인구 유입을 촉진했던 요인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교육 인프라 확충도 들 수 있다. 단국대학교, 상명대학교, 백석대학교, 선문대학교 등 다양한 대학교가 천안·아산지역에 위치해 있으며, 교육도시로의 성격도 강화됐기 때문이다. 이는 학생과 교직원의 유입은 물론, 가족 단위의 이주도 이끌면서 인구증가에 영향을 미친 요인이라는 분석이다.
특히 천안지역은 택지개발, 신도시 조성, 대규모 아파트 단지 건설 등으로 주거환경이 지속적으로 개선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젊은 층과 신혼부부 중심의 인구가 유입됐으며, 이는 자연스럽게 출산율도 높아졌다는 분석이다. 이렇듯, 교통 인프라 확충, 산업 유치, 교육환경, 주거 개발, 다문화 수용성 등의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천안시의 인구는 지난 30년간 기존인구의 배가 넘도록 눈에 띄게 증가한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 동면 행암리마을 인구 76명 ‘가장 적은 마을’
이러한 요인 등으로 인해 천안시와 아산시 등으로 인구가 집중적으로 늘어나는 상황에서 천안시 동면의 30년 전이나 지난달 말 기준 세대 수는 크게 변동이 없었지만 면의 인구는 점차 줄어 2000명대가 무너지면서 1900명대로 절반 가까이 줄어든 것이 현실이라면, 왜일까.
천안 동면은 면적이 43.26㎢로 24개리 65개반(11개 법정리)으로 구성돼 있다. 동면은 천안시의 가장 동쪽에 위치하고 있으며 충북의 청주시, 진천군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도의 경계면이다. 고추, 오이, 포도, 배 등이 많이 생산되는 전형적인 농촌 지역이라 할 수 있는 곳이다. 젊은 층의 도시 취업으로 노인 인구가 오히려 50%를 웃도는 고령화 지역이다. 동면의 전체인구가 1100여 가구에 1914명인데 비해 65세 이상 고령자는 962명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안 동면의 경우 좌우로는 경부와 중부고속도로가 지나가고 있으며, 국도 21호선 변에 위치하고 있어 교통이 편리한 고장이다. 주변은 많은 산으로 둘러싸여 물 맑고 공기 좋은 아름다운 고장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동면사무소는 동면에서 상대적으로 370여 명이 거주하고 있는 인구 밀집 지역인 동산리의 진입부에 위치해 있어 동면 행정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천안시에서 지난해 말 기준, 동면의 인구가 2000명이 무너져 1914명으로 천안시에서 유일하게 1000명대의 인구를 가진 가장 작은 면이 됐다. 이런 가운데, 동면의 각 마을 중에서도 인구가 가장 적은 마을은 ‘행암리마을’로 나타났다. 행암리마을은 지난 5월 말 기준으로 52세대에 76명(남자 37명, 여자 39명)의 주민들이 살아가고 있는 천안시에서 가장 인구가 적은마을이 됐다.
행암리는 동면의 북부에 위치해 있으며, 대부분 해발 고도 100~200여m의 저구릉성 산지를 형성하고 있다. 구릉성 산지의 해발 고도 100여m에 수지상(樹枝狀; 나뭇가지처럼 여러 가닥으로 뻗어 나간 모양)의 곡간(谷澗)이 형성돼 있고, 곡간에는 병천천의 지류인 녹동천으로 흘러드는 소하천들이 흐르고 있다. 행암리의 남쪽 경계부엔 소규모의 저수지도 축조돼 있다. 전통적인 농촌의 정취를 간직하고 있는 조용하고 평화로운 마을이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천안시 동남구에 포함되며, 주변에는 산과 들이 어우러져 자연환경이 비교적 잘 보존된 지역이다.
행암리마을은 예로부터 농업을 중심으로 생활해 온 전통적인 농촌 마을로, 주로 벼농사와 밭농사가 이뤄지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주민들이 과수나 특용작물 재배 등 다양한 농업 형태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고 한다. 주민들은 대부분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온 토박이들이 많아 이웃 간 정이 깊고 공동체 문화가 잘 유지되고 있는 마을’이라고 설명한다. 마을은 주변 자연경관이 아름다워 조용한 전원생활을 꿈꾸는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마을이다. 천안 시내와도 비교적 가까워 교통 접근성이 나쁘지 않다. 특히 행암리 주변에는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과 숲이 있어 휴식공간으로의 잠재력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되는 마을이다.
■ “예로부터 시인 묵객이 많이 찾았던 곳”
동면 행암리의 서부에 있는 시루개마을 입구에는 ‘낙수암(落水巖)’이 있다. 마을의 서쪽에는 광덕산이 있고, 북쪽에는 행암 고개가 있다. 마을의 동쪽에서는 녹동천 상류부의 지류 하천들이 구릉성 산지의 곡간(谷間)을 흐르고 있다. 마을 입구에는 큰 바위가 누워있는 사이로 개울물이 폭포처럼 흐른다고 해 ‘낙수암’이라 불렀다고 전해진다. 십여 명이 앉을 수 있는 널따란 바위의 윗면에는 ‘落水巖(낙수암)’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이는 조선 효종 때의 유학자 우암(尤庵) 송시열(宋時烈)의 글씨라고 한다. 옆에 새겨져 있는 오언절구(五言絶句)는 행암 거사(杏巖居士) 주석영(周錫永)의 글씨라고 전해진다.
낙수암은 인근의 풍광이 뛰어나고 수석이 아름다워서 ‘예로부터 시인 묵객이 많이 찾았던 곳으로, 봄의 신록, 여름의 녹음,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설경이 모두 뛰어나다’는 설명이다. 큰 바위가 누워있는 사이로 개울물이 폭포처럼 떨어지고, 그 안쪽에는 큰 느티나무 보호수 몇 그루가 서 있다. 낙수암 위쪽으로 용각산 아래에는 행암(杏岩) 바위가 있고, 아래쪽으로는 ‘낙수정(洛水亭)’이라는 정자가 있다고 한다. 낙수암 서쪽의 곡간 연변에는 소규모의 범람원 충적지가 형성돼 있고, 벼농사가 일정한 지역에서 이뤄지고 있다. 주변 완사면(緩斜面)의 곳곳은 밭이나 과수원으로 개발돼 있다. 1992년 4월 천안군수가 세운 ‘낙수암’이라는 글씨를 쓴 우암 송시열 유허비가 있다.
동면 행암리 주민들은 “동면소재지에는 병원, 약국 등 편의시설이 열악해 대부분이 천안 시내로 나가야 한다”며 “이곳은 전형적인 농촌 지역, 오히려 산골이며 젊은 층들이 모두 도시로 나가면서 전부 노인들이며, 노인 인구가 40~50%에 육박하는 고령화 지역”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동면과 행암리마을은 농촌을 넘어 산골 지역이어서 주로 고추, 오이, 포도, 배 등이 많이 생산되는 전형적인 농산촌 지역이라 할 수 있다. 동면사무소는 동면의 상대적 인구 밀집 지역인 동산리의 진입부에 위치해 있으며, 동면 행정의 중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행암리마을은 참으로 조용하다. 한낮인데도 마을 주민을 만나기가 어렵다. 어렵게 마주친 최아무개 주민은 “이 마을은 산골이어서 특별한 문화재나 유명 관광지는 없지만, 이러한 시골 마을 특유의 한적함과 순박한 인심이 매력인 마을”이라며 “점차 귀농·귀촌을 고려하는 사람들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천안시에서 시행하는 농촌 마을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기반시설이 꾸준히 정비되고 있어 도시 주변의 마을치고는 인심이 좋은 살기 좋은 농촌 마을로 평가받고 있다”고 마을에 대한 자부심 넘치는 모습으로 소개했다.





<이 기사는 충청남도 지역미디어육성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