⑬김선옥 작가·책쓰기 코치

[홍주일보 홍성=이정은 기자] 창문마다 어둠이 눌러앉은 새벽 네 시 반, 그는 학생들의 글을 고쳐주던 손으로 자신의 삶을 쓰기 위해 펜을 들었다. 그렇게 한 문장, 또 한 문장, 글은 쓰는 자를 데리고 조금씩 새로운 곳으로 향했다.
34년간 중등교사로 교단에 섰던 김선옥 작가는 책쓰기 코치이자 세 권의 책을 낸 작가가 됐다. 새벽마다 자신의 글을 썼던 시절을 지나, 이제는 누군가의 글쓰기를 돕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 그는 말한다. “글을 쓰면 삶이 달라집니다”
1988년 교직 생활을 시작해 2022년 2월까지 서울삼육고등학교와 영남삼육고등학교에서 국어 교사로, 서해삼육중·고등학교에서는 국어와 진로를 가르친 김 작가는 평소 학생들에게 바른말 쓰기를 강조했고, 시를 통해 삶의 정서를 함양하고자 노력했다. 그는 교직 생활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2012 책 읽는 충남교육! <다정다감 국어 시 외우기>’를 꼽았다. 김춘수의 ‘꽃’을 전교생 필수 암송 시로 선정하고,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과 윤동주의 ‘서시’ 등 5편의 시 중 2편을 선택해 학생들에게 암송하도록 했다. 이 중 3편의 시를 암송한 학생에게는 문화상품권을 지급했으며, 많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나아가 전교생 앞에서 시를 암송하는 대회 또한 개최했는데, 이 행사는 충청남도교육청의 공문에 따라 열렸지만, 김 작가에게는 ‘의무 이상의 의미’였다.
“그 당시 한양대에 진학한 고1 김시연 학생이 도종환의 ‘흔들리며 피는 꽃’을 암송해 최우수상을 받았어요. 교사들도 직원회와 교사 체육으로 모일 때면 앞에 나가 암송하곤 했는데, 문화상품권의 위력이 대단했어요.”
또, 2016~17년경에는 교내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독서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책을 다시 손에 잡았고, 이 경험이 그를 책쓰기로 이끌었다.
“어느 날, 제 삶을 돌아보니 책을 너무 안 읽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책을 읽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독서 아카데미를 운영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어요. 한 달에 한 권씩 읽고 독서 토론을 진행했죠.”
김 작가는 이 독서 모임에서 “언젠가 책을 꼭 써보고 싶다”는 말을 꺼내게 된다. 그리고 이 말은 몇 해 뒤, 현실이 되었다.
그는 매일 새벽 책상 앞에 앉았고, 지난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당신의 삶도 이미 베스트셀러이다’, ‘당신도 이미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책 쓰기로 인생 리셋하기’ 등 세 권의 책을 출간했다. 1년에 한 권씩 출간한 셈이다. 이 중 김 작가의 첫 번째 책 ‘당신의 삶도 이미 베스트셀러이다’는 온라인 서점 ‘YES24’에서 14주간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독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현재 그는 자신의 책쓰기는 물론이고 ‘테라폰 책쓰기코칭 아카데미’를 운영하며 작가를 꿈꾸는 이들을 돕고 있다.
“책을 쓰고 싶지만 방법을 몰라 망설이는 분들이 많아요. 저는 그분들의 욕구에 길을 만들어 주는 역할을 합니다.”
김 작가가 코칭한 이들 중에는 암 투병 극복기를 쓴 민환식 DGB대구은행장의 ‘암은 나에게 은혜였다’, 송추향 작가의 ‘시도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얻을 수 없다’, 박경미 작가의 ‘알바생이 어떻게 부사장이 되었을까’, 이서영 작가의 ‘이서영 교장쌤의 오늘도 가슴 뛰는 삶’이 있고, 현재 코칭 중인 김희선 작가는 투고를 앞두고 있다. 그는 책을 내고자 하는 이들이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제목-목차-소제목으로 구조화한 뒤, 소제목부터 하나씩 쓰게 해 마침내 한 권의 ‘책’이 되게끔 새로운 길을 열어주는 지도자이자 든든한 응원자이다.
“글쓰기가 막힐 때 책을 읽다 보면 다시 글을 쓸 수 있게 돼요. 체험과 독서는 언제나 글을 살찌우는 데 도움을 줍니다.”
김 작가는 글을 쓸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로 ‘진정성’과 ‘간결함’을 꼽는다.
“문장이 길면 독자들이 피곤해져요. 최대한 짧고 간결하게, 그리고 내 이야기를 써야 진정성이 전달됩니다.”
이어 그는 첫 번째 책에 특히 애착이 간다고 말했다.
“대부분 첫 번째 책은 자전적 성격을 띠게 됩니다. 저도 그랬어요. 첫 책에 외삼촌 이야기가 실렸는데, 그 이야기를 쓰면서 많이 울었어요. 작가는 울면서 쓰게 돼요. 울면서 쓰게 되는 이야기가 있어요. 이렇게 진정성이 가장 많이 담긴 책이기 때문에 애착이 가요.”
나 혼자 외삼촌을 종종 찾아뵈었었다. 내가 외삼촌 댁에 다녀온다고 말씀드려도 어머니는 거동이 불편하셔서 선뜻 나서지를 못하셨다. 그러나 그날은 어머니도 가신다고 확고하게 말씀하셨고, 나 또한 어머니하고 같이 가고 싶었다. 그런데, 그날 어머니는 죽은 동생을 보셔야 했다.
김선옥 작가의 첫 번째 책, ‘당신의 삶도 이미 베스트셀러이다’ 61쪽 中
올해 10월 무렵엔 김 작가의 네 번째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그는 신작에 ‘건강한 삶’, ‘정신적 회복력’ 등 삶을 살아갈수록 절실히 느끼게 되는 주제들이 담겨 있다고 귀띔했다. 총 33개의 삶의 지혜를 모은 이 책은, 개인의 이야기를 넘어 보편적 삶을 통찰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육체와 정신은 하나예요. 정신이 병들면 몸도 아픕니다. 그래서 저는 욕심 내지 않고 건강한 마음으로 글을 써서, 독자들에게 긍정적 메시지를 전하고 싶어요.”
김 작가는 글쓰기를 꿈꾸는 이들에게 “간절하면 쓰게 된다”는 말을 전한다.
“처음에는 ‘나도 책을 쓸 수 있을까?’ 의심했지만, 해보니 되더라고요. 누구나 쓸 수 있어요. 정말로 그래요.”
그는 글쓰기를 일상의 무게를 덜어내고 내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으로 여긴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 경험을 직접 느껴보길 바란다.
“글을 한 문장씩 다듬어 내잖아요. 다듬고 또 다듬으면서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면 만족감이 생기고 스트레스가 해소돼요. 그리고 글은 다듬을수록 좋아져요. 헤밍웨이가 200번 다듬은 것처럼요.”
이어 김선옥 작가는 아이들에게 ‘책 읽는 부모’의 존재가 얼마나 중요한지 강조했다.
“돈보다 책을 유산으로 남겨주세요. 부모의 글이 자식에게 힘이 됩니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대문호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200번을 고쳐 ‘노인과 바다’를 탈고했듯, 김 작가는 오늘도 수십 번 다듬으며 자신의 글을, 예비 작가들의 글을 고쳐나간다. 누군가의 글은 결국 또 다른 이의 삶을 바꾸게 된다. 그리고 삶을 바꾸는 일이, 세상을 바꾸는 일임을 김선옥 작가는 알고 있다. 그는 현재 <홍주신문> ‘내 삶을 바꿀 인생 책’ 독서 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